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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도하=조성룡 기자] 고생했다. 딱 이 한 마디면 될 것 같다.

6일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FIFA 월드컵 카타르 2022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아쉽게 카타르 월드컵 여정을 마무리했다. 브라질이 비니시우스를 시작으로 네이마르, 히샬리송, 파케타가 연속골을 넣었고 대한민국은 백승호가 만회골을 넣으면서 1-4로 패배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참담한 전반전이었다. 긴장된 마음은 딱 15분 만에 와르르 무너졌다. 비니시우스와 네이마르의 연속골이 터지는 순간 붙들고 있는 마음이 탁 놓였다. 이후에도 한없이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0-2 때까지만 해도 가나전을 떠올렸다. 하지만 브라질은 가나가 아니다. 두 골이 더 들어갔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이 고통이었다. 말로만 듣던 '세계의 벽'을 눈 앞에서 직접 봤다. 불과 며칠 전 포르투갈전 승리를 가득 담았던 눈이 이제는 참담한 현장을 그대로 목격해야 했다. 지칠 대로 지친 대한민국 선수들 사이를 유린하고 춤 추는 브라질의 모습은 잔인했다. 뭘 어떻게 하겠는가. 현실은 게임이 아니다. 컨디션 드링크도 없고 카드 강화도 없다.

스타디움974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43,847명의 관중들 중에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관중은 10%나 됐을까? 압도적인 홈 분위기를 만들어도 이기기 어려운 팀이 브라질이다. 체력은 바닥났고 전력은 열세고 경기장 분위기까지 우리 것이 아니다. 대패를 당해도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후반전 들어 '참사'라고 느껴졌던 정신적 고통은 꽤 잘 잊혀졌다. 몰상식한 일부 네티즌들이 '백기를 들어라'거나 '몰수패가 낫다'라고 비아냥댈 때 선수들은 끊임없이 뛰고 또 뛰었다. 0-4에서도 해야 할 걸 하는 모습이었다. 패배의 가능성이 99%여도 포기하지 않았다. 주장 손흥민은 브라질의 교체가 늦다고 주심에게 항의했고 조규성은 몸을 던졌다. 그리고 백승호가 환상적인 골을 넣으며 만회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적어도 이날 경기에서는 아무도 마음이 꺾이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고 세계의 벽을 쳐다보지만 않고 두드렸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4만명 가까운 브라질 팬들 앞에서 네 골을 먹혀도 악에 받쳐 응원했다. 모두가 하나돼 처절하게 뛰었다. 16강전에서 그거면 된 거다. 아니 충분하다.

축구는 꽤 정직한 스포츠다. 그렇다는 것에 감사하다. 대한민국이 4년의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무언가를 만든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그 이상을 바라보려면 더 많은 노력과 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교훈까지 줬다. 축구에 '피구왕 통키'의 불꽃슛 같은 건 없다.

브라질을 상대로 승리하고 8강에 간다는 것은 어찌보면 이기적인 생각이다. 자국리그를 홀대하고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에 모든 것을 평가받는 대한민국이 축구가 생활인 브라질을 이긴다?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는 "그럼 2002년은 뭐냐"라고 할 수 있다. 그건 모두가 아는 것처럼 '기적'이다. 기적은 재현되는 순간 기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번 경기는 악몽이었다. 하지만 악몽은 깨고 잊으면 된다. 우리가 악몽을 꾼 이후에 조심하는 것처럼 딱 그렇게 하면 된다. 악몽에서 교훈만 얻고 나머지는 잊으면 된다. 브라질전의 1-4 패배는 딱 그 정도다. 여기서 뭔가를 더 하려고 한다면 '과몰입'이다. 선수도 팬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주어진 상황과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경기 후 만난 선수들도 입을 모아 "후회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제 '범인찾기'는 끝내고 이날만큼은 이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잘했고 잘했다. 희망을 봤으니 푹 쉬고 다시 일어서자. 우리 이 마음 꺾이지 말고 다시 앞으로 좀 더 가보자. 카타르에서 최선을 다해 국민들에게 한 경기를 더 선사한 우리 대표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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