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알라이얀=조성룡 기자] 대한민국 팬들이 제대로 도발했다.

2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월드컵 카타르 2022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응원석의 팬들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향해 리오넬 메시를 외쳤다. 과거 '날강두' 사건 이후 다시 적으로 만난 호날두를 향한 일종의 야유였다.

이날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상당히 많은 포르투갈 팬들이 찾았다. 제 3국의 팬들 또한 호날두를 보기 위해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고 방문했다. 확실히 호날두의 티켓 파워는 대단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팬들은 예외다. 16강 진출을 위한 운명의 한 판 상대이자 과거 유벤투스의 방한 당시 '노쇼' 사건을 일으킨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호날두의 몸놀림은 상당히 가벼웠다. 적극적으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대한민국의 수비진을 공략했다. 호날두가 초반에 공을 잡을 때는 대한민국 응원석에서 야유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이후 포르투갈이 선제골을 넣으면서 대한민국의 응원석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그런데 호날두가 예상하지 못한 공헌(?)을 했다. 전반 27분 호날두는 김영권에게 흐르는 결정적인 백헤더를 했다. 김영권은 이 공을 받아 정확한 슈팅으로 포르투갈의 골망을 흔들었다. 김영권의 골을 도운 선수가 바로 호날두였던 것이다. 이 골로 양 팀은 1-1로 균형을 맞췄다.

그러자 대한민국 응원석에서는 엄청난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후 득점 분위기가 진정되자 대한민국 응원석 쪽에서 "메시"라는 이름이 터져 나왔다. 아르헨티나 팬들이 월드컵에서 외친 악센트로 "메~시"를 연호했다. 주변에 있던 제 3국 팬들도 흥에 겨워서 함께 "메시"를 외치기 시작했다.

전반 41분에 대한민국 응원석에서는 한 번 더 "메시"가 터져나왔다. 호날두가 김승규 골키퍼만 남은 단독 기회에서 헤더를 골문 밖으로 날려버렸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이것이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대한민국 팬들은 다시 한 번 "메시"를 연호했다.

현대 세계 축구에서 호날두의 최대 라이벌은 메시다. 대한민국 팬들은 동점을 만든 이후 호날두를 향해 "메시"를 외치면서 도발 아닌 도발을 했다. 호날두가 듣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큰 외침이었다. '날강두' 사건 이후 꽤나 벼르고 있던 대한민국 팬들은 이렇게 기쁨을 표현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