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알라이얀=조성룡 기자] 월드컵에서도 반정부 시위 여파는 거세다.

25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월드컵 카타르 2022 B조 2차전 웨일스와 이란의 경기 전 야유가 쏟아졌다. 선수들이 입장한 이후 국가를 제창할 때였다. 최근 이란에서 격화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인해 이란 국가에 대한 반감이 심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한 이후 먼저 웨일스의 국가가 흘러나왔다. 영국의 일부인 웨일스는 공식 국가가 영국 국가인 'God save the king'이지만 월드컵에서는 다르다. 웨일스 지방정부의 노래라 할 수 있는 'Hen Wlad Fy Nhadau(헨 울라드 번 하다이, 내 아버지들의 옛 땅)'을 부른다.

웨일스는 굉장히 오랜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상황이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64년 만의 본선 진출이다. 그래서 그런지 웨일스는 국가 제창 때마다 모든 팬들이 열정적으로 부른다. 미국과의 1차전에서는 웨일스 국가를 부르다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란의 국가 제창 순서가 다가오자 경기장 안은 굉장히 시끄러워졌다. 이란 국가가 나오자 경기장은 야유와 휘파람으로 가득했다. 일부 관중은 이란 국가를 따라불렀지만 야유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전광판에 작게 국가를 부르고 있는 이란 선수가 잡히자 갑자기 야유 소리는 더욱더 커졌다.

반정부 시위로 인한 반감이 국가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시위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20대 여성의 의문사를 계기로 촉발됐다. 이후 시위가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는 등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고막을 찢을 것처럼 시끄러운 야유는 이란 국가가 끝나자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후 이란 관중들은 곧바로 '응원 모드'로 돌입했다.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이란 팬들은 웨일스를 압도하는 목소리로 "이란"을 외치기 시작했다. 이란은 웨일스를 상대로 카타르 월드컵 본선 첫 승리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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