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을 대표하는 단어는 ‘하야’입니다. ‘하야’는 아랍어로 ‘함께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츠니어스>는 독자들과 함께 카타르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려고 합니다. 조성룡 기자가 직접 도하 현지로 날아가 카타르 월드컵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냅니다. 우리 모두 ‘하야’!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도하=조성룡 기자] 분명 카타르에 와있는데 왜 강남역이 생각날까.

카타르 월드컵의 키워드는 '콤팩트'다. 비교적 좁은 면적에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모든 경기장이 밀집해있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월드컵을 홍보하면서 "대부분의 경기장이 지하철과 연결돼 있다"라고 말해왔다. 맞는 말이다. 알 베이트 스타디움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장은 지하철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숨겨있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경기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대표적인 교통수단은 우버를 비롯한 택시 또는 지하철이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철저한 동선 통제를 하고있다. 관중과 관계자의 흐름을 원활히 유도하기 위해서다. 반경 1km 가량은 차량이 접근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하철은 어쨌든 역을 이용해야 하니 예외다. 그래서 차량보다는 지하철이 접근성 측면에서 더 좋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철저한 동선 통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 경우다. 보통 시내를 이동할 때는 택시가 최고의 선택이 되지만 경기장을 방문할 경우에는 아니다. 경기 전후 교통체증을 감안하더라도 카타르 경찰의 동선 통제가 심하기 때문에 택시가 좀처럼 경기장 부근으로 진입할 수 없다.

실제로 경기장 주변 쇼핑몰이나 길바닥에서는 잡히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면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두세 시간 대기도 각오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대부분의 경기장이 지하철과 연결돼 있다"라는 말은 알고보니 "대부분의 경기장은 지하철 빼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렵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수만 명의 관중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몰린다. 아무리 최신식 시스템에 무인운전 기능까지 갖춘 카타르 지하철이어도 한 번에 몰리는 관중들을 수월하게 이송하기는 힘들다. 결과적으로 경기 전후에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퇴근시간 강남역 그 이상의 혼잡이 빚어진다.

카타르는 월드컵을 위해 많은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지하철이다. '카타르의 야심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수월하게 월드컵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하철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촘촘하게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야 문제 없이 움직일 수 있다.

특히 카타르 월드컵은 오후 10시 킥오프 경기가 있다. 경기가 끝나면 자정이 가까워진다. 새벽 귀가가 다반사다. 한국 취재진도 카타르 입성 이후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방법을 정말 다각도로 찾았다. 하지만 미디어 전용 셔틀버스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매일매일이 출퇴근과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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