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도하=조성룡 기자] 이런 유니폼을 입고 다닐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다.

22일 카타르 도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가 살레흐 알 세흐리와 살렘 알 다우사리의 골에 힘입어 리오넬 메시의 한 골에 그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약 두 시간 전 루사일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인도에는 아르헨티나 팬들이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기대감을 가득 안고 걸어가는 두 남자의 뒷모습에는 10번과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라는 마킹이 새겨져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많은 아르헨티나 팬들의 등에는 10이라는 숫자와 MESSI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메시에게 더 큰 찬사를 보내기 위해 다른 마킹을 선택했다. 사실 아르헨티나에서는 마라도나라는 '축구의 신'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메시가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두 아르헨티나 팬은 "메시는 이미 마라도나를 넘은 존재"라고 말한다. 마라도나와 달리 메시는 월드컵 우승이 없지만 이들의 믿음은 상상 이상이었다. 두 사람은 "현대 축구에서는 더 많은 기술과 체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시는 마라도나보다 더 뛰어나다"라면서 "특히 메시는 사생활도 깨끗하다. 마라도나는 경기장 밖에서 아주 지저분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취재진에게 "어디서 왔느냐"라고 물었다. 한국이라고 대답하자 곧바로 "손흥민"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사실 여기까지는 월드컵을 방문한 한국인들을 향한 외국인의 립서비스다. 카타르에서 누군가 국적을 물어볼 때 "KOREA(한국)"라고 대답한 다음 "South(남쪽)"라고 하면 손흥민 이야기를 한다. 만일 "Not North(북한 아님)"라고 강조하면 "킴종은(김정은) 조심해"라며 배를 잡고 웃는다.

그런데 이들은 약간 달랐다. 나름대로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요즘은 다른 한국인을 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무대에서 굉장히 잘 뛰는 센터백이다"라고 말했다. "KIM(김)?"이라고 묻자 "맞다"라면서 "김민재가 굉장히 잘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친절하게 메시와 마라도나에 대해 이야기했고 한국 선수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지만 경기 후 표정은 좋지 못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에 역전패를 당하며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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