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수원=조성룡 기자] 두 팀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29일 FC안양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전반 16분 상대 안병준에게 실점하며 끌려갔으나 후반 10분 아코스티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이후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지만 종료 직전인 연장 후반 14분 오현규에게 실점하며 1-2 패배했다. 이날 결과로 안양은 1, 2차전 합계 스코어 1-2로 승격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K리그에는 수많은 경기가 있다. 하지만 뭔가 정신 없고 소란스러우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기는 몇 개 없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후에는 더욱 그렇다. 선수들이 전쟁 같이 경기에 임하고 양 팀 서포터스가 절박하게 맞붙는 그런 그림을 보기는 정말 쉽지 않다. 요즘에는 현대가 더비, 동해안 더비, 그리고 슈퍼매치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날 수원삼성과 안양의 맞대결에서는 오랜만에 그 두근거림이 시작됐다. 한 치 양보 없는 경기와 응원전이 펼쳐졌다. 팬이 많고 열정적이기로 소문난 수원삼성 서포터스는 경기장을 가득 채우며 엄청난 함성을 뿜어냈다. 그런데 얀앙 서포터스 또한 여기에 쉽게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른바 '화력 대결'에서 누가 이겼다고 쉽게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들의 목소리 볼륨은 그라운드 안 선수들이 조절할 뿐이었다. 수원삼성이 골을 넣을 때는 N석이 뜨거웠고 안양이 맞불을 놓을 때는 S석에서 간절함이 더해졌다. '축구는 팬이 있어야 완성된다'라는 말을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쉽다. 두 팀이 맞붙은 무대는 공교롭게도 승강 플레이오프였다. 한 팀은 무조건 K리그1에 있고 다른 한 팀은 무조건 K리그2에 있어야 한다. 단 두 경기만 맞붙을 뿐 다음 만남에는 기약이 없다. 만일 같은 리그에 있다면 적어도 1년에 세 번은 이런 장관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다.

과거 '지지대 더비'로 불렸던 수원삼성과 안양LG의 만남은 더 이상 없다. 하지만 이제는 수원삼성과 FC안양의 '오리지날 클라시코'가 있다. 수원삼성 구단 관계자도 "지지대 더비는 이제 없다. 지지대 더비는 그 때의 역사로 남겨놔야 한다"라면서 "두 팀의 만남은 오리지날 클라시코라고 불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오리지날 클라시코'는 총 네 번의 경기가 있었다. 두 번은 FA컵이고 두 번은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였다. 만날 때마다 아슬아슬한 경기가 펼쳐졌고 열기는 뜨거웠다. 수원삼성 구단 관계자도 "차라리 우리가 아닌 다른 팀이 안양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펼쳐 안양이 승격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어찌보면 K리그의 아쉬움이다. 수원삼성과 안양의 만남은 충분히 흥행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두 팀이 서로 다른 리그에 있다는 점은 큰 장애물이다. 어쩔 수 없다. 축구는 냉정하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펼쳐진 '오리지날 클라시코'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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