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근 씨 제공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ㅣ수원=명재영 기자] 팀을 위해 108배를 몸소 실천한 팬이 등장했다.

수원삼성이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 수원FC와 시즌 마지막 수원 더비를 펼쳤다. 이날 수원삼성은 전반 25분 이종성, 후반 4분 오현규, 후반 추가시간 안병준의 골로 수원FC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수원삼성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지난 라운드 대구FC에 패배하면서 승강 플레이오프행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1995년 구단 창단 이래 처음 겪어보는 강등 싸움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하위권에 머무른 적이 많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강등 공포를 겪어본 적은 없었다.

선수단도 팬들도 모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적지 않은 팬들이 빅버드를 떠난 것도 현실이다. 그래도 수원삼성은 여전히 수원삼성이었다. 이날 빅버드에는 9,227명의 관중이 찾아 뜨거운 경기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9천여 명의 관중 중에 제일 먼저 빅버드에 도착하는 이는 누굴까. 아마 안대근(25세) 씨가 아닐까 싶다. 안 씨는 이날 오전 7시 무렵 도착했다. 경기 시작은 오후 2시인데 무려 7시간이나 먼저 도착한 것이다.

심지어 안 씨는 빅버드 근처에 거주해서 일찍 온 것도 아니었다. 충청남도 천안에 거주하는 안 씨는 홀로 지하철 1호선과 시내버스 첫차를 타고 빅버드에 와서 시간을 보냈다. 경기 중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안 씨는 "요즘 팀의 상황이 너무 안 좋기도 하고 이것저것 생각을 할 겸 일찍 와서 빅버드를 지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날 안 씨는 경기를 보는 것 외에 진짜 목표가 따로 있었다. 바로 108배다. 불교의 절 방식 중 하나인 108배는 간절함과 정신을 다잡기 위한 목적으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그 이름이 유명하다. 일찍 빅버드에 도착한 안 씨는 오전 11시 구단 사무실이 있는 빅버드 서측에서 108배를 시작했다.

이날 빅버드에서 108배를 한 수원삼성 팬 안대근 씨ⓒ 스포츠니어스

안 씨는 절 한 번 한 번에 모든 정성을 다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수원삼성이 더 이상 어려운 상황을 겪지 않고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안 씨는 "마지막으로 리그에서 우승했던 2008년부터 팀을 응원했는데 올해만큼 힘든 상황이 없던 것 같다"면서 "팀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108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안 씨는 이어 108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안 씨는 "지난 9월 슈퍼매치 직전에 처음으로 수원삼성을 위한 108배를 시작했다"면서 "그 이후 오늘이 두 번째"라고 전했다. 정성이 통한 것일까. 안 씨가 108배를 한 두 경기에서 수원은 모두 3골을 터트리면서 대승을 거뒀다.

108배의 기운은 승리에서 끝나지 않았다. 오현규와 안병준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 안 씨가 108배를 한 이 경기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득점포를 쐈다. 승리의 108배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안 씨는 "정해 놓은 것도 없고 그냥 수원삼성을 위해서 무조건 하는 것"이라면서 "팀이 잘 될 수만 있다면 200배든 1,000배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안 씨는 선수단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다들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응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까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수원삼성이 아닙니다. 우리 팬들과 웃으면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세요. 저도 무엇이든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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