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천안=조성룡 기자] K리그 퀸컵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2일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K리그 여자 풋살대회 퀸컵 2일차에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K리그 12개 구단과 함께한 각 팀은 친목을 다지고 축구를 배운 1일차와 달리 2일차에 경기 일정을 소화하면서 우승을 향해 치열하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12개 팀에 160여명이 한 곳에 모였기 때문에 1박 2일이어도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다. K리그는 1부리그와 2부리그로 나눠져 있지만 퀸컵에서는 모두가 뒤섞여 함께 축구했다. 심지어(?) 관중도 몇몇 눈에 보였다. 지금부터 퀸컵에서 벌어진 소소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생각지도 못한 강원의 '귀여운' 뇌물 공세

강원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춘천과 강릉, 동해, 철원 등 도내 각 지역에서 모인 2~40대 여성들로 팀을 꾸렸다. 특히 선수들 중에는 결혼한 여성들도 제법 많다. 강원은 이들의 가족 또는 남자친구가 경기장을 찾아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팀이 바로 강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권정아 선수는 가족 모두가 경기장을 찾아 열렬히 엄마를 응원했다. 두 딸과 막내아들은 약 한 달 남은 할로윈과 주황색 콘셉트로 단장했다. 할로윈 콘셉트인 만큼 딸들은 사탕 주머니를 들고 다니며 관계자와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경기장 어딜 가도 귀여움을 받는 '아이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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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천진난만한 이들은 심판에게도 사탕을 나눠줬다. 경기장 안에서는 농담 삼아 "강원이 우승하려고 심판에게 뇌물을 준다"라는 말도 나왔다. 예상치 못한 사탕 선물에 심판들도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심판들은 냉정하게 했다. WK리그 경기를 담당하는 심판 2명을 비롯해 수준급 심판들이 퀸컵에 나섰다.

양 팀 모두 설레게 한 '네 명의 남자들'

강원과 서울이랜드의 조별예선 경기 도중 멀리서 큰 목소리로 "이OO 파이팅!"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경기장 위 언덕에서 경기를 보던 네 명의 남자들이 응원 중이었다. 옆에는 박카스 한 박스가 있었다. 그런데 양 팀 모두 그들을 바라보는 표정이 싱글벙글이었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우리 이민지 선수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라고 흐뭇해했고 서울이랜드 관계자도 "우리 선수들 팬이라 와서 '이랜드 파이팅'이라 외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이랜드는 선수 전원이 아프리카 유명BJ들이다. 심지어 이 대회는 BJ들의 계정을 통해 중계되고 있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알고보니 강원 이민지 선수 남자친구 일행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울이랜드는 강원을 응원하는 목소리에 힘을 받았다. 최약체로 꼽히는 서울이랜드는 부산전을 0-3으로 패배한 뒤 우승후보 중 하나인 강원FC를 만나 5실점을 했지만 '한 골'을 넣었다.

서울이랜드 첫 골의 주인공 BJ황후는 아예 눈물을 쏟았다. 그는 득점 소감을 묻자 "일단 내 할당량은 다 해서 이제 마음이 편하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게 너무 힘들었다"라면서 "여기 와서 붙어보니 우리는 정말 연습 부족이었다. 내 목표는 12팀 중 11등에 한 골 넣는 것이다. 왜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라고 울었다. 이후 서울이랜드 관계자에게 "사실 강원 응원하는 관중이었다"라고 전하자 그는 씩 웃으면서 "둘 다 힘 받았으니 괜찮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이름값만 들어도 '치트키'인 강원과 안산의 코칭스태프

이번 대회에는 선수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여럿 참여했다. 유소년 팀을 담당하는 코칭스태프가 임시 감독을 맡거나 구단 프런트가 지휘봉을 잡은 경우도 있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다름아닌 안산그리너스와 강원FC였다.

먼저 강원은 WK리그 전설로 코치진을 꾸렸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역사상 최초로 유럽에 진출한 차연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WK리그 고양대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유한별 코치가 함께했다. 두 사람은 강원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강원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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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은 '라이선스'로 상대를 압도했다. 원래 안산의 감독은 홍보마케팅팀 이제영 대리였다. 그는 김해시청 선수 출신이자 UEFA B 라이선스를 소지한 인물이다. 하지만 너무 열정적으로 지도했을까. 그는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하던 도중 내측 인대와 연골에 부상을 입어 사퇴 아닌 사퇴를 해야했다.

안산은 나머지 코칭스태프가 팀을 수습해 대회에 나섰다. 그런 와중 든든한 지원군이 나타났다. 안산 김길식 단장이었다. K리그 감독 출신인 그는 P 라이선스 보유자다. 김 단장은 선수들 훈련도 한 차례 지도했고 대회 현장에도 방문해 정장 차림으로 선수들을 지켜봤다. 이 정도면 정말 '치트키'였다.

'쉬는 시간에는 방송' 서울이랜드 선수들의 'BJ 본능'

서울이랜드는 아프리카TV와 손을 잡고 이번 대회에 아프리카 BJ들로 팀을 이뤄 출전했다. 그래서 모든 선수들이 BJ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이랜드는 다른 팀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선사했다. 다름아닌 삼각대와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그들은 대회에 참가하는 와중에도 방송을 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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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경기를 할 때는 한 쪽에 스마트폰을 설치해 중계했고 이후에는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꾸준히 방송을 이어갔다. BJ왁심은 대기석에서 방송을 하던 도중 갑자기 잔디밭 한가운데서 파워풀한 댄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혼자 흥에 겨운 것이 아니라 방송을 위해서였다.

아프리카TV에서도 이 대회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대회 도중 아프리카TV 고위 관계자가 경기장을 방문해 응원했다. 특히 이들은 K리그 퀸컵의 수준에 놀랐다. 서울이랜드와 성남의 경기가 펼치고 있을 때 "성남 수준이 왜 이렇게 높은가"라고 놀랐다. 그러자 팀 관계자는 조용히 속삭였다. "성남도 조별예선에서 2패 하고 저희와 붙는 겁니다 상무님. 다른 팀들은 더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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