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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대전=김현회 기자] 이건희는 정말 발렌시아가 신발을 샀을까.

광주FC와 대전하나시티즌은 2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맞대결에서 2-2로 비겼다. 광주FC 두현석의 선제골 이후 대전 마사와 윌리안이 연속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뒤집었지만 광주 이상기가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하며 경기는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이날 무승부로 대전은 2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고 광주는 5경기 연속 무패(4승 1무)를 이어가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이건희는 명단 제외돼 휴식을 취했다.

올 시즌 광주FC 이정효 감독은 공격수 이건희와 하승운에게 약속을 했다. “먼저 시즌 5호골을 달성하는 선수에게 신발을 사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정효 감독은 “(이)건희가 두 시즌 동안 K리그2에서 한 골을 넣은 공격수였다. (하)승운이도 세 시즌 동안 두 골을 넣은 선수다”라면서 “사실 5골을 못 넣을 줄 알았다. 자극을 주기 위한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희가 결국 내기에서 이겼다. 이건희는 지난 달 3일 김포FC와의 홈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약속했던 다섯 골을 채웠다. 그리고 이건희는 이정효 감독에게 “약속대로 다섯 골을 넣었으니 신발을 사달라. 발렌시아가 신발을 봐둔 게 있다”고 웃었다. 이정효 감독은 “신발이라고만 했지만 발렌시아가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했지만 이건희는 “에이, 약속도 지켰는데 말을 바꾸지 마시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결국 이정효 감독은 이건희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는 최근 이정효 감독이 자신의 신용 카드를 직접 이건희에게 건넸다. “알아서 사. 대신 3개월 할부로 긁어줘.” 발렌시아가 신발은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을 오가는 고가다. 이정효 감독은 최근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신발처럼 싼 신발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래도 한 30만 원선에서 샀으면 좋겠다. 나는 나이키에서 10만 원짜리 신발을 신고 다닌다”고 웃었다.

이정효 감독은 올 시즌 많은 약속을 내걸었다. 광주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과 승격을 이뤄냈으니 지출이 커졌다. 이정효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른 운동 종목을 배워보면 축구가 새롭게 보일 것이라면서 권유하기도 했다. 골키퍼 김경민이 “골프를 배우고 싶은데 골프채가 없다”고 하자 “올 시즌 30실점 이하로 시즌을 마무리하면 중고 골프 클럽을 사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김경민은 현재 28실점 이후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 이대로라면 골프 클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정효 감독은 개막 전 우승 공약을 내걸면서 “광주가 우승하면 경품을 직접 구입해 경기장에 찾은 관중에게 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승을 확정지은 이정효 감독은 오는 9일 경남FC와의 홈 마지막 경기에서 ‘맥북’ 두 대를 자비로 구입해 경품으로 전달한다. 이정효 감독은 “돈은 많이 나가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면서 “약속한 걸 다 이룰 수 있어 기쁘다. 동기부여를 위해 선수들과 약속을 했고 이 약속을 이뤄낸 선수들이 대견하다. 그런데 발렌시아가 신발은 좀 선을 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이건희는 발렌시아가 신발을 샀을까. 이정효 감독의 애정이 이건희도 훈훈하게 화답했다. 이건희는 비싼 발렌시아가 대신 아디다스 매장에서 10여 만 원짜리 신발 네 켤레를 구입했다. 같은 25세 동기인 이희균, 하승운, 김승우와 함께 매장으로 가 저렴하고도 튼튼한 신발을 샀다. 200만 원까지도 각오했던 이정효 감독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50만 원의 결제 사실을 전달받은 뒤 놀랐다. 잠시 후 이건희는 동료 세 명과 함께 산 신발 인증샷을 직접 이정효 감독에게 보냈다.

이정효 감독은 “참 마음이 예쁘지 않나”라면서 “약속한 대로 비싼 자기 신발만 사도 되는데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매장에 가서 눈치를 보다가 저렴한 신발을 다같이 구입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며 웃었다. 한편 또 다른 팀 동료들이 “매장에 간 김에 양말 하나만 사다달라”는 부탁에도 이건희는 이를 매몰차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는 발렌시아가 신발 대신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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