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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안산그리너스 박동휘가 사생팬(?)을 몰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산그리너스는 1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FC안양과의 원정경기에서 후반에만 백성동, 아코스티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0-2로 무너졌다. 안산은 이날 패배로 최근 5경기 연속 무승(2무 3패)을 벗어나지 못했다. 안산은 8승 13무 18패 승점 37점으로 9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도 안산은 박동휘에게 오른쪽 윙백을 맡겼다. 박동휘는 45분을 뛴 뒤 하프타임에 아스나위와 교체됐다.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박동휘는 “경기가 많아서 컨디션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큰 부상도 없다”면서 “팀 성적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선수들이 패배 의식에 찌들어 있지 않다. 마지막가지 집중력을 발휘해 좋은 경기를 하자는 분위기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6년생의 박동휘는 올 시즌이 프로 데뷔 첫 시즌이다. 그 동안 돌고 돌아 프로 무대에 힘겹게 입성했다.

박동휘는 용호고등학교와 울산대학교를 거쳐 2019년 K3리그 베이직에 참가하던 울산시민축구단 유니폼을 입었다. 이듬해 개편된 K4리그를 거쳐 2022년 안산그리너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올 시즌 이날이 시즌 11번째 출장이었다. 박동휘는 “K4리그에도 있어봤고 K3리그에도 있어봤는데 상위 리그에 올라올수록 경기 템포가 빠르다”면서 “그래서 그걸 따라가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템포가 빠른 곳에서 이렇게 뛰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웃었다.

박동휘는 팬들이 잘 모르는 선수지만 경기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다. 수도권에서 열리는 경기 때마다 그를 응원하는 이들이 20여 명이 몰린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의 가족이었다. 박동휘는 “이모만 6명이다. 우리 엄마까지 딸만 7명이다. 흔히 말하는 ‘7공주’다”라면서 “여기에 이모들만 있는 게 아니라 이모부들과 그 밑에 사촌 형, 누나 등만 해도 가족이 엄청나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이렇게 가족이 대단위로 움직이며 나를 응원해 준다”고 웃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박동휘의 팬들은 더 있다. 바로 부평주니어FC다. 박동휘는 축구 클럽인 부평주니어FC가 배출해 낸 프로선수다. 경기 때마다 부평주니어FC의 어린 선수들이 감독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박동휘를 응원한다. 최근 부평주니어FC가 배출한 선수는 박동휘와 대구FC 안창민 뿐이어서 박동휘에게 거는 기대는 더 커졌다. 수도권에서 열리는 경기 날이면 부평주니어FC와 박동휘의 가족들이 한 군데 모여 박동휘를 열심히 외친다. 이 곳에서 만큼은 박동휘도 손흥민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 박동휘는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8월 31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김포FC와 안산그리너스의 경기였다. 박동휘는 “당시 나는 백업 명단에 있었다. 경기 시작 후 벤치에 앉아서 동료들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면서 “그날 우리 가족과 부평주니어FC에서 한 30명은 넘게 오셨다. 그런데 경기 시작한지 10분도 안 됐는데 관중석에서 갑자기 ‘야, 박동휘 넣어’ ‘박동휘 투입하라고’라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 내 이름을 외쳤다”고 웃었다.

박동휘는 “경기 시작하고 10분도 안 됐는데 좀 민망하기는 했다”면서 “이제는 팀 동료들끼리 나를 응원하러 오신 분들을 보면 ‘너 어디서 자꾸 팬 대행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느냐’고 한다. 경기는 이제 막 시작됐는데 난 데 없이 ‘박동휘 내보내라’고 외치니까 좀 맥락이 없긴 하다. 형들이 ‘팬 대행 아르바이트 고용하는데 얼마 들었냐’고 장난을 친다. 그런데 실제로 김포FC와의 경기에서 후반에 감독님이 나를 교체로 투입하시더라. ‘응원빨’이 먹힌 모양이다”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박동휘는 “팬들과의 거리가 가까운 경기장에서 내 이름을 외쳐주시는 분들과 함께 해보니까 정말 큰 힘을 받았다”면서 “나도 뭔가 더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나와 혈연, 학연으로 얽힌 분들이지만 응원이라는 건 언제나 힘이 된다. 이제는 나도 일반적인 팬들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팬은 항상 많으면 좋은 거 아닌가. 내가 더 잘하고 좋은 선수가 돼 많은 팬들이 내 이름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은 박동휘가 하프타임에 교체됐지만 경기장 한 구석에서 후반 “야, 박동휘 다시 넣으라고”라는 외침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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