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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양평=김현회 기자] ‘유소년 육성 전문가’는 이제 K4리그에서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하고 있다. 양평FC 윤대성 감독에 관한 이야기다.

25일 물맑은양평종합운동장에서는 2022 K4리그 양평FC와 고양KH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는 양평FC가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양평은 18승 6무 5패 승점 60점으로 선두 고양KH와의 승점차를 8점으로 줄였다. 고양KH는 22승 2무 5패 승점 68점으로 선두를 이어갔지만 이날 무승부만 거둬도 승격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 기회를 다음 경기로 넘기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양평FC는 조직력으로 맞서 싸웠다. 상대는 K리그 무대에서도 이름을 날린 선수들이 즐비한 고양KH였다. 고양KH에는 군 문제 때문에 잠시 K4리그로 내려온 선수들이 넘쳤다. 전민광과 금교진, 김수안, 박원재, 은성수, 정희웅, 이슬찬 등 K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이런 팀을 상대로 양평FC는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1-0 승리를 거뒀다. 더 놀라운 건 양평FC가 올 시즌

개인 기량은 이미 K리그 무대에서도 올 시즌 ‘압도적 1강’ 고양KH를 두 번이나 제압했다는 점이다. 고양KH는 창단 이후 무려 12경기 연속 무패(10승 2무) 행진을 내달리다가 지난 5월 양평FC에 0-2로 덜미를 잡혔다. 창단 이후 공식경기 첫 패배였다. 한 관계자는 “그날 양평FC가 기회만 잘 살렸으면 5-0은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양평FC는 이날 고양KH를 잡아내면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올 시즌 고양KH의 5패 중 2패를 양평FC가 만들었다.

이날 양평FC 선수단은 승리가 확정되자 우승을 확정지은 것처럼 부둥켜 안고 기뻐했다. 양 팀 코칭스태프 간의 설전이 펼쳐질 정도로 분위기는 두 팀 모두 절박했다. 양평FC는 사실상 K4리그 1위가 확정적인 고양KH를 제외하고 춘천시민축구단과 K3리그 승격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고양KH를 또 다시 제압하면서 2위 자리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이날 승점 1점만 땄어도 승격을 확정지을 수 있고 승리를 거뒀다면 남은 세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짓는 고양KH는 축하 현수막까지 다 준비해 왔지만 또 다시 양평FC에 발목을 잡혔다.

경기 후 만난 양평FC 윤대성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다. 부상자들이 너무 많다”면서 “필드플레이어가 딱 16명이 남아서 훈련도 어렵다. 골키퍼 두 명을 포함해 18명의 선수들로 경기를 준비했다. 전력의 절반 가까이 빠진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선수가 들어가도 이 정도 수준의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고양KH 선수들의 개개인 능력이 월등하지만 우리가 페널티 박스 앞에서 슈팅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훈련했다. 그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대성 감독은 “축구를 하다 보면 90분 동안 상대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대가 잘하는 걸 못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면서 “어떤 팀을 이겨도 다 즐겁지만 특히나 가장 강팀인 고양KH를 잡는 게 제일 즐겁다. 지난 5월 맞대결에서는 우리도 주축 선수들을 모두 기용했었다. 축구는 60분 만에 끝나는 게 아니라 90분 동안 하는 경기다. 상대 선수들의 정신력을 우리가 통제하려고 했다. 전반전 45분 동안 얼마나 저 친구들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줘서 자꾸 짜증이 나게 만들어야 할지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그러면 60분 이후부터는 3선과 2선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할 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5월 경기에서는 우리가 준비한 게 완벽하게 구현됐고 오늘은 우리가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어서 걱정도 했지만 결과가 잘 나왔다. 최근에 우리가 2무 1패로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이어서 승리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결과가 나와서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 시즌 양평FC에 부임한 윤대성 감독은 “시즌 시작 전에 선수들에게 ‘너희가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면서 “좋은 축구를 하면 프로 선수도 되고 국가대표도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통해 경기를 펼쳐야 하고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가 백포일 때 백파이브일 때, 혹은 미드필드가 세 명일 때나 네 명일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집요하게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윤대성 감독은 ‘숨은 명장’으로 이미 축구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특히나 유소년 육성의 대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2005년부터 부산아이파크 유소년 팀을 맡아 5년 동안 지도한 그는 이후 FC서울에서 유소년 육성을 담당했다. 당시 최순호 FC서울 미래기획단장과 함께 유소년 육성에 힘을 기울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FC서울 유소년 육성을 맡았던 그는 이후 2015년부터 지난 해까지 서울이랜드 U-18 감독으로 일했다. 꾸준히 유소년 축구 육성에만 매진했던 그에게 올 시즌 양평FC 감독직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이 도전에서 결과를 내며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K4리그라고 하지만 선수들의 수준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면서 “서울이랜드에서 5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실력이 부족한 친구들한테 어떤 디테일함을 가르칠까’라는 고민이 늘 많았다. 그런데 나중에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었다. ‘감독님 축구는 너무 디테일해서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K4리그에 와서 성인 선수들을 지도해 보니 이 친구들은 수준도 있고 공을 관리하는 능력도 갖춰져 있다. 운동 능력이 있다 보니 이런 디테일한 지도가 선수들한테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내 위치가 이러면 상대가 이렇게 끌려 나오고 그러면 공이 이렇게 흐를 거고 상대를 이렇게 끌어들인 뒤 우리는 이렇게 탈출구를 찾아서 더 수적 우위를 만들 수 있다’는 식의 지도를 한다”고 전했다.

윤대성 감독은 “내가 말하는 ‘수적 우위’는 공이 있는 곳에서 상대보다 수적 우위가 아니라 상대를 끌어들인 뒤 더 넓은 지역에서 2대1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면서 “우리가 득점을 하는데 효과적인 축구가 뭔지 고민하고 있다. 이걸 잘하려면 우리는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통해 축구를 해야한다. 상대팀 선수 모형을 그라운드에 세워놓고 그 상황을 구현한다. 확실히 유소년 선수들보다는 내가 내준 걸 해내는 능력이 있다. 만족스럽고 즐겁게 감독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경기를 60~70% 가량 지배하다보니 상대가 내려서서 거칠게 하는 경기가 많다. 이걸 뚫는 게 또 숙제다. 또한 부상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어서 그게 가장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제 양평FC는 ‘1강’ 고양KH와의 올 시즌 두 차례 승부를 모두 승리로 마무리한 뒤 치열한 승격 전쟁을 시작했다. 윤대성 감독은 “경고누적 선수들과 부상 선수들이 팀에 빨리 합류하면 참 좋은데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면서 “나는 당장의 성적도 좋지만 다른 축구를 만들어내고 싶다.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축구에 접근하고 싶다. 상대가 밀집 수비를 할 경우 이걸 뚫고 들어가는 게 굉장히 어렵다. 그러면서 상대는 역습을 노린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역습이 두렵다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을 생각은 없다. 그게 두렵더라도 우리는 우리만의 축구를 만들 것이다. 한국에서 이런 축구를 하는 팀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고비도 있겠지만 한 번 그런 축구를 끝까지 만들어 보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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