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는 김진태 구단주의 모습.

[스포츠니어스 | 춘천=김귀혁 기자]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의 주황색 빛깔 우산을 펼쳐 들었다.

15일 강원FC는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수원FC와의 28라운드 맞대결에서 상대 정재윤, 라스, 박민규에게 실점하며 김진호와 이정협이 한 골을 넣었음에도 2-3으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강원은 올 시즌 춘천에서의 전승 행진을 마감함과 동시에 6위 수원FC 추격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가 펼쳐진 춘천송암스포츠타운은 경기 전까지 약간 습하기는 했으나 꽤나 선선한 날씨로 경기를 펼치기 좋은 환경이었다. 경기장 근처에 있는 삼악산 케이블카도 정상적으로 운행할 만큼 평온한 날씨였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비가 한 두 방울 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경기 하루 전 날 춘천을 포함한 강원 영서 지역에 18시부터 호우 예비특보를 발효했다. 그리고 기상청의 예보는 그대로 들어 맞으며 경기가 진행될수록 세찬 비가 이어졌다. 후반 중반부를 넘어서부터는 잔디에 물이 고이며 패스 도중 공이 멈추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강원 갈레고는 이 점을 피하기 위해 공을 띄우면서 드리블하는 등 진풍경이 연출됐다.

ⓒ스포츠니어스. 강원FC 구단 제공.

워낙 세찬 비 탓에 지붕 아래에 있는 본부석에도 비가 들이 닫치기 시작했다. 특히 이날 VIP석에는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와 함께 새로운 강원의 구단주인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자리했다. 김진태 도지사는 6월 1일에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강원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5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후 지난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김진태 도지사는 경기 전 관중들의 호응 속에 시축을 했고 하프타임에는 직접 경품 추첨에 나서며 경기장에 재미를 더했다. 시축 이후 VIP석에 있던 이영표 대표이사를 포함한 강원FC 관련 귀빈들도 김진태 도지사가 경기 시작 전 자리에 들어오자 서로 악수를 건네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영표 대표이사는 김진태 도지사에게 경기 중계중인 태블릿 PC를 가리키며 무언가 설명하기도 했다.

ⓒ스포츠니어스. 강원FC 구단 제공.

하지만 비가 문제였다. VIP석은 관중석 앞 쪽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경기장의 지붕이 반만 가려지는 형태다. 지붕이 완전히 막는 자리에도 비가 들이닥치는 마당에 VIP석은 불 보듯 뻔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비는 시간이 지나자 강한 바람과 함께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자리에 있던 관중들도 하나둘씩 우의나 우산을 꺼내며 대응했다.

김진태 도지사와 이영표 대표이사 역시 개인 우산을 꺼내며 비를 막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원 구단 관계자가 무언가를 들고 VIP석에 나타났다. 주황색 빛깔로 이뤄진 강원FC 우산이었다. 남색이나 검은색 등 다소 칙칙한 색감의 우산이 자리했던 것과 달리 주황색 우산이 등장하자 순간 경기장 중앙이 화사해졌다. 강원FC 홈구장의 기운이 쏙쏙 풍겼다.

ⓒ스포츠니어스. 강원FC 구단 제공.

강원 구단 관계자는 "지금 현재 스토어에서 팔고 있는 상품이다. 골프 우산과 비슷한 형태라 웬만한 비는 다 막는다"면서 "전용 구장이 아니다 보니 비에 취약한 경우가 있다. 이를 대비해서 VIP석에는 항상 우산을 구비해놓는다"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김진태 도지사는 비가 잠시 잦아들 때 우산을 내려놨다가 다시 거세지기 시작하면 해당 우산을 꺼내 들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방영 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8화 소덕동 팽나무 현장 검증 장면을 보면 그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작중 법무법인 한바다 변호사들은 각자 개인 우산을 가져온 반면 태산의 변호사들은 회사 로고가 새겨진 우산을 멋있게 꺼내 들었다. 그 위엄에 한바다 변호사들은 당황해하며 급하게 회사 우산을 펼치는 장면을 보여준다.

실제 수원삼성의 경우에도 남미의 응원 문화를 차용하며 청백적 빛깔이 새겨진 우산을 응원 도구로 활용한다. 우산은 한 사람이 차지하는 면적보다 더욱 넓게 펼쳐지기 때문에 경기장 분위기를 쉽게 낼 수 있다. 도지사인 김진태 구단주 역시 강원 구단의 색깔이 담긴 우산을 펼쳐들며 경기를 관전했다. 이후 후반 중반 해당 우산을 들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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