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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ㅣ인천=명재영 기자] 인천 김광석의 2022년은 행복한 하루의 연속이다.

인천유나이티드가 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28라운드 전북현대와의 경기에서 짜릿한 3-1 역전승을 거뒀다. 인천은 전반 14분 전북 송민규에게 실점했지만 에르난데스와 송시우가 연달아 골을 터트리면서 승점 3점을 따냈다.

인천은 이날 승리로 전북을 2018년 3월 이후로 처음 승리하는 경사를 맞았다. 무려 13경기 만이다. 그동안 리그에서 절대 1강으로 군림했던 전북이지만 인천은 올해 전북에 물러서지 않는 축구를 펼치고 있다. 7월 원정 경기에서도 0-2에서 2-2 무승부를 만들면서 인천의 저력을 확실히 보여준 바 있다.

확실히 달라졌다. 매년 힘겨운 K리그1 생존 경쟁을 펼치던 인천은 이제 당당히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린다. 이런 상승세에는 노장 수비수 김광석의 역할도 적지 않다. 1983년생으로 한국 나이가 마흔이다. 리그를 통틀어 가장 나이가 많다. 동갑내기도 염기훈과 김영광 두 선수가 전부다.

김광석에게 인천은 제3의 고향이다. 군 복무를 제외하고는 포항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었다. 그야말로 포항 그 자체였다. 하지만 2021시즌을 앞두고 선수 생활의 갈림길에서 포항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김광석은 인천 조성환 감독의 부름에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두 시즌을 함께 하고 있다.

김광석은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단이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전술적으로 잘 펼친 경기였던 것 같다"면서 "선수들이 힘든 와중에도 끝까지 하려는 모습들이 보였다. 전북은 평일에 경기가 있었고 우리가 지난 원정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후반에 우리에게 역습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기회를 잘 잡아냈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즌 K리그의 키워드는 혹사 일정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6월이 아닌 11월에 펼쳐지면서 일정이 전체적으로 앞당겨지고 많이 빡빡해졌다. 7월 폭염을 겪으면서 많은 팀이 체력 문제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김광석은 올해 일정이 힘들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문제없다"면서 "스스로 로테이션 내지 백업 멤버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동민, 강민수, 오반석 등 기존 선수들이 주전이고 나는 그 공백을 메꾸는 역할이다. 크게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선수 본인은 힘들지 않다고 전했지만 경기력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김광석은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말은 당연히 맞는 말"이라면서 "인정을 안 할 수 없다. 사실 지금 은퇴해도 뭐라고 할 선수는 전혀 없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 지금까지 축구를 하는 것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차이가 20살이 넘게 나는 동료들과 공을 찰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상이다. 그저 이 모든 상황이 감사할 뿐"이라고 밝혔다.

인천은 이날 대어 전북을 잡으면서 2연승을 거뒀다. 조성환 감독은 3연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음 상대는 포항스틸러스다. 그것도 원정 경기다. 포항맨이었던 김광석에게는 남다른 상황이다. 김광석은 "포항은 내가 축구를 시작한 곳"이라면서 "항상 스틸야드에 가면 마음이 설렌다. 아직 인천 소속으로 포항을 이겨본 적이 없다. 모든 선수가 승리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한번 이겨보고 싶다"고 전했다.

김광석에게 이번 시즌은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넘어 매 경기가 도전인 상황이다. 그런 그에게 남은 목표는 무엇일까. "사실 처음에는 인천에 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 코치를 하고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순전히 감독님이 부르셔서 온 건데 인천 팬들 덕분에 많은 힘을 얻고 있다. 나이가 많아서 안쓰럽게 봐주시는 것 같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팀이 새로운 위치와 강팀에 안착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마지막 남은 내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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