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춘천=김귀혁 기자] 조진우는 어느 때보다도 진중했다.

10일 대구FC는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펼쳐진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4라운드 경기에서 상대 갈레고의 후반 40분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골에 무너지며 0-1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대구는 승점 추가에 실패하며 9위에 머무른 가운데 아홉 경기 연속 무승(5무 4패)의 늪에 빠졌다.

최근 대구는 수비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수비 실책이 더해지며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8경기에서 5무 3패의 성적을 보이고 있는 원인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지난 26라운드 수원삼성과의 경기에서 홍정운이 오현규와의 경합 과정에서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며 실점한 데 이어 지난 7일 인천유나이트와의 경기에서는 정태욱의 판단 착오로 상대 에르난데스에게 실점을 내줬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대구 수비수 조진우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조진우는 올해로 프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두 시즌은 각각 19경기와 16경기를 출전했지만 올해에는 벌써 이날 경기까지 15경기에 나서고 있다. 점점 프로에 적응하고 있는 모양새였지만 팀의 상황을 생각하면 표정이 밝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

조진우는 "우리는 아직까지 원정승이 없다"면서 "평소보다 더 준비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준비를 더 했다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 평소보다도 분위기가 무거운데 그게 운동할 때도 어쩔 수 없이 나타난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다 같이 말 한마디 더 하고 소리도 더 지른다. 악으로 깡으로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늘만큼은 정말 부딪히려고 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조진우는 프로 데뷔 후 올 시즌에 가장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팀의 상황 탓에 책임감도 막중히 느낀다. 조진우는 "내 몸상태에는 자신이 있다"면서도 "경기 전에는 실점하지 않을 자신이 분명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게 실점을 한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것도 없다. 상대방이 잘해서 넣은 거면 인정을 하겠는데 자꾸 우리 실수로 인해 이길 경기를 비긴다. 그래서 그 속에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수비수들끼리도 진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서 "미팅 끝나고 우리끼리 저녁에 모여서 경기 영상을 한 번 더 보면서 이야기한다. 우리가 했던 경기를 보면서 '이럴 때는 저렇게 하는 게 낫지 않냐'와 같이 하나부터 열 까지 경기에 맞출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다 맞추려고 한다. 오늘 경기에서 그때 이야기했던 게 잘 나타나서 무실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무거워지기 시작했던 시점은 언제였을까. 조진우는 수원삼성과의 지난 26라운드를 이야기했다. 그는 "수원과 관련해서 여러 일들이 있지 않나"라면서 "수원 이병근 감독님도 한 때 우리 감독님이셨다. 그 외에 여러 상황 덕에 팬들도 평상시 경기보다 승리를 더욱 원했던 것 같다. 우리보다도 밑에 있는 팀이었는데 거기에서 패배하면서 많이 주춤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조진우는 마지막으로 "방금 (정)태욱이 형이나 다른 형들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고 말했다. 태클이든 몸을 날리든 뭐든 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그때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조진우의 이 같은 바람은 이뤄지는 듯했다. 경기 내내 몸을 던지며 함께 선발로 김우석, 정태욱과 함께 강원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후반 40분 상대 갈레고의 중거리포 한 방에 무너지며 0-1로 패배했다. 조진우는 경기 종료 후 머리에 두 손을 움켜쥐며 패배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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