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춘천=조성룡 기자] 두 사람이 다시 경기장에서 마주했다.

3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강원FC와 전북현대의 경기에서 홈팀 강원이 양현준과 황문기의 연속골에 힘입어 전북을 2-0으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했다. 강원은 7위로 한 계단 순위가 상승했고 전북은 2위에 머무르며 1위 울산현대 추격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가 시작되기 전 본부석에는 귀한 장면이 등장했다. 홈팀 강원의 이영표 대표가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내고 관계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편한 사복 차림의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이영표 대표에게 다가갔다. 그는 이영표 대표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등 뒤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이영표 대표는 이야기를 마치고 고개를 돌렸고 그 사람을 향해 환하게 웃으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는 바로 전북 박지성 어드바이저였다. 이영표 대표는 박지성 어드바이저와 악수를 하며 손을 꼭 잡았다. 과거 산전수전 다 겪은 축구계 동료에 대한 반가움이 한껏 묻어났다.

두 사람은 과거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에서 함께 뛰었고 이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하기도 했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면서 함께 경기했던 것은 해외축구 팬들에게 잊지 못할 장면이기도 했다. 이제는 강원의 대표와 전북의 어드바이저로 마주했다.

이영표 대표는 박지성 어드바이저와 잠깐 대화를 나누면서 그를 자리로 안내했다. 제법 즐거운 표정이었다.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박지성 어드바이저가 8월 중순까지 한국에 체류할 예정이다"라면서 "홈 경기는 거의 참석하지만 원정의 경우 박지성 어드바이저의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에는 춘천까지 오셨다"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맨유'와 '토트넘' 때처럼 두 사람의 해후는 잠깐이었다. 이영표 대표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고 박지성 어드바이저는 멀찍이 떨어진 전북의 자리에서 허병길 대표와 나란히 앉아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90분 동안 두 사람은 다시 적으로 조용히 관중석에 자리했다.

결국 두 사람의 희비는 엇갈렸다. 16년 전에는 이영표의 공을 빼앗은 박지성이 도움을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이영표 대표의 강원이 활짝 웃었다. 두 사람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다시 한 번 조우했다.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갈 길을 갔다.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이었다. 강원 이영표 대표는 "그냥 안부 인사만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했다"라고 짧게 뒷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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