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안산=김귀혁 기자] 선발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선수의 떨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31일 안산그리너스는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전남드래곤즈와의 30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13분 아스나위의 선제골과 이후 티아고의 두 골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안산은 승점 26점을 달성하며 서울이랜드를 제치고 리그 8위까지 올라선 가운데 홈에서도 2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안산의 명단에 신선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올 시즌 첫 K리그 선발 출격하는 40번 이건영이 그 주인공이었다. 심지어 올 시즌 안산에 입단한 이건영 입장에서는 프로 데뷔전을 무려 선발로 치르게 됐다. 경기 전 만난 안산 임종헌 감독 대행은 "내가 2군에 코치로 있었을 때부터 지켜봐 온 선수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첫 선발 경기인 탓이었을까. 경기 전 만난 이건영은 그야말로 신인다운 풋풋한 모습을 보였다. 먼저 선발로 나선 소감을 묻자 그는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하기보다는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는 경기가 되고 싶다"면서 "선발 소식은 이틀 전에 알았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갑작스럽게 기회가 와서 긴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선발 소식은 그의 가족들에게도 분명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건영은 "가족들에게 알려주긴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실감이 잘 안 나다가 오늘 경기장에 와서부터 실감이 나면서 긴장이 된다"면서 "뒤에서 바라봤을 때는 그저 빨리 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저 자리에 들어가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하니까 떨림이 더 큰 것 같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후 이건영은 본인을 소개해달라는 말을 요청하자 "나는 왼발에 자신 있다. 슈팅이나 패스 능력이 좋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팀 동료들이 무슨 말을 해줬냐는 질문에는 "긴장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했던 모습 그대로 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짧게 이야기를 전했다.

그가 정한 목표 역시 신인 선수답게 소박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이건영은 "잘한다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실수를 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상대의 공을 빼앗으려는 마음 가짐으로 임하려고 한다"면서 "그런데 R리그와는 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K리그라 방송 카메라도 있고 관중들도 계시니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라며 신기한 눈빛으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이건영의 부친은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축구 대표팀에 발탁된 이진행이다. 이후 수원삼성의 창단 멤버로 활약한 뒤 지도자 생활을 보내기도 했다. 축구인인 아버지가 어떤 말을 건넸냐는 질문에 이건영은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신다. 머리 박고 뛰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라고 답했다. 이날 경기 이건영은 전반 28분까지만 활약한 뒤 최건주와 교체됐다. 비록 인상적인 모습은 없었지만 아버지의 조언대로 그야말로 머리 박고 혼신의 힘을 다하며 운동장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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