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KSPO 강재순 감독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보은=김현회 기자] 화천KSPO 강재순 감독이 WK리그 유일한 ‘엄마 선수’ 황보람을 대하는 자세는 조금 특별하다.

4일 보은종합운동자에서는 현대제철 2022 WK리그 보은상무와 화천KSPO와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는 전반 이수빈의 선제골을 잘 지켜낸 화천KSPO가 보은상무에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화천KSPO는 7승 7무 2패 승점 28점으로 3위 자리를 유지했다. 보은상무는 2승 2무 11패 승점 8점으로 하위권 탈출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에서 화천KSPO의 황보람은 선발로 출장해 팀의 수비를 든든히 책임졌다. 황보람은 WK리그에서 유일한 ‘엄마 선수’로 활약 중이다. 2008년 대교캥거루스에 입단한 황보람은 아시안게임(2006)과 아시안컵(2008), 피스퀸컵(2008), 키프러스컵(2011, 2012), 월드컵(2015), 동아시안컵(2015)에서 활약했다. 특히 2015 여자 월드컵 당시 코스타리카전과 스페인전에서 좋은 활약으로 한국 여자축구의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2016년부터 화천KSPO에서 뛰었다.

그런 황보람은 지난 2018년 딸을 출산했다. 2017년 5월 임신 사실을 확인한 뒤 팀을 떠나야 했다. 출산보다는 선수 생활을 오래 이어가려던 황보람으로서는 뜻하지 않게 찾아온 축복이었다. 출산은 곧 은퇴를 뜻하던 당시 상황에서 황보람은 구단에 이 사실을 알리고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 이후 황보람은 건강한 딸을 출산한 뒤 2019년 복귀했다. 이후 황보람은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에도 출장했다. 현재에도 황보람은 화천KSPO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이날도 황보람은 선발 출장해 풀타임 활약했다.

현재 화천KSPO는 경북 영주의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훈련원에서 지내고 있다. 인천 영종도의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훈련원에서 숙소 생활을 하며 훈련을 해왔던 화천KSPO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 곳을 방역을 위해 내줘야 했다. 그렇게 2년째 경북 영주에서 지낸다. 화천KSPO는 경기 다음 날인 5일 마침내 2년 만에 영종도 숙소로 복귀한다. 이날은 숙소 이사를 위한 짐 정리를 끝낸 뒤 보은으로 내려왔다. 집이 대전인 황보람은 경북 영주가 아닌 인천 영종도를 오가야 한다. 거리상으로는 비슷하다.

황보람은 지난 2019년 여자 월드컵 출전 당시 ‘월드컵에 나서는 한국 최초의 엄마 선수’라는 타이틀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황보람은 묵묵히 육아와 선수 생활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황보람의 육아와 선수 생활을 위해 강재순 감독과 팀도 많이 배려하고 있다. 경기 준비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숙소 생활을 하지만 황보람에게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자율적인 생활을 보장한다. 강재순 감독은 “휴가를 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하루는 더 늦게 들어오라고 하고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언제든 집에 다녀오라고 해준다”면서 “황보람이 알아서 잘 관리하고 있다”고 믿음감을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

강재순 감독은 “황보람이 팀에도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정에도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육아 문제로 대전에 있는 집에 갔다가 바로 경기 당일 현장으로 도착해도 경기에 나서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있다. 아이의 유치원에서 일이 있다고 다녀와야 한다고 하면 숙소에 있다가도 보내준다. 워낙 상징적인 선수여서 더더욱 신경을 써줘야 한다. 황보람이 잘해야 이런 케이스가 늘어날 수 있다. 황보람의 남편도 배려를 잘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한 선수도 몇 없는 WK리그에서 황보람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강재순 감독은 “황보람은 원래부터 잘하는 선수였다”면서 “임신하고 처음 팀을 떠날 때 아쉬움 마음이 컸다. 이후 출산을 하고 먼저 ‘다시 운동을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했고 황보람도 욕심을 냈다. 과거에 비해 운동 능력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엄마가 되고 나서는 더 간절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뛴다. 선수 생활을 오래 오래 해줬으면 한다. 개인적인 지론이지만 남자 선수는 나이를 먹으면서 체력적으로 어린 선수들에 비해 금방 한계를 느낀다. 여성 호르몬이 더 많아지면서 운동 능력도 감소한다. 반면 여자선수들은 나이가 들수록 남성 호르몬이 많아진다. 남성 선수들에 비해 나이를 먹어서도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재순 감독은 앞으로도 황보람 같은 선수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하는 선수들이 생기면 다 배려해줄 것”이라면서 “시집가면 너희들 모두 보람 언니처럼 이해해 줄 테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선수 생활 단절에 대한 고민하지 말고 결혼하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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