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안양=김귀혁 기자] 백동규의 눈물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됐다.

FC안양은 1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대전하나시티즌을 상대로 하나원큐 K리그2 2022 21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경기에서는 대전 송창석과 공민현에게 먼저 실점하며 끌려갔으나 이후 조나탄의 극적인 두 골이 터지며 경기는 2-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날 결과로 안양은 승점 1점을 추가하며 충남아산을 밀어내고 4위로 올라섰다.

<스포츠니어스>는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안양 백동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백동규는 올 시즌 안양의 주장이다. 데뷔를 안양에서 한 뒤 다시 지난 시즌부터 팀에 합류해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안양의 부진한 흐름과 함께 백동규 역시 부담감이 막중해 있는 상황이다. 경기 후 소감에 대해 묻자 백동규는 "모든 선수들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0-2로 끌려가면서 힘든 경기를 했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안양 이우형 감독은 경기 전 라커룸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며 "광주와의 경기는 '미스터리'한 경기였다"고 표현했다. 약 2주 간의 휴식기로 재정비를 거친 뒤 정신을 무장한 채 경기에 들어섰지만 0-4 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포백으로 변화를 꾀하는 등 좀 더 공격적인 모습을 기대했지만 선두 광주를 넘을 수 없었다.

백동규도 당시 경기를 언급했다. 그는 "사실 광주전 이후 선수들끼리는 따로 평가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면서 "컨디션 관리를 못 한 선수들의 문제도 있었다. 일단 경기를 앞두고는 감독님이 계획하시겠지만 결국 경기를 뛰는 것은 선수들이다. 이에 대해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미스터리'라고 언급하신 것도 그렇다. 작전에 대해 선수들이 잘 수행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운 표정을 연신 내비쳤다.

하지만 광주전과의 변화라고 한다면 추격하는 힘이 생겼다는 점이다. 광주와의 경기에서 퇴장 악재가 겹치며 전반전 0-3으로 끌려갔고 이날 경기에서도 두 골을 먼저 실점했다. 하지만 안양은 이후 공격에 고삐를 당겼고 결국 조나탄이 두 골을 터뜨리며 그 결실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안양 선수들의 간절함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백동규는 "이런 중요한 경기일수록 먼저 실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오히려 실점을 할 때 그 허탈감과 실망감으로 인해 분위기가 처지게 된다"면서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이런 경기일수록 먼저 실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공격진에 좋은 선수들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처지지 말고 끝까지 하다 보면 따라갈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준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사실 백동규는 주장과 수비수로서 부담감이 컸을 법했다. 최근 팀의 상황을 포함해 최근 경기에서도 선제 실점하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한 팬들의 응원에 백동규는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동규는 "최선을 다 하지 않았는데도 응원을 끝까지 해준 덕분에 비길 수 있었다. 팬들이 끝까지 소리 쳐준 감사함에 울컥했다"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면서 "과연 내가 팬들에게 박수받을 만큼 최선을 다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최선을 다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과분한 목소리를 보내주셨다. 라커에는 팬들의 힘내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어제 훈련장에는 팬들이 찾아오셔서 과일과 함께 많은 것들을 챙겨주셨다. 그런 모습이 너무 감사하고 울컥했다"며 연신 팬들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의 감정을 나타냈다.

이후 기자가 눈물의 의미에 대해 더 자세하게 물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백동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는 "나도 사람인지라 힘든 티를 내고 싶을 때도 있고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동료들이 어떻게 따라와야 할지 기준점을 잡지 못할 수 있다"라며 운을 뗐다.

이후 백동규는 "감독님이 나를 주장으로 임명할 때 언급하신 책임감도 갖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4실점을 하고 오늘도 먼저 두 골을 내주면서 동료들에게 힘이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동료들의 힘으로 경기를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도 있었다"며 눈물의 또 다른 의미를 밝혔다.

이러한 백동규의 진심을 동료들도 알고 있었다. 백동규는 "경기가 끝난 뒤에 '너무 짊어지려고 하는 것 같다. 옆에서 힘이 돼주겠다'고 동료들이 말해줬다"면서 "우리 팀에 주장 출신들이 많다. (백)성동이는 경남 주장이었고 연제민과 김륜도 역시 안산 주장 출신이다. 주장 경험이 많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으려 한다"며 언급한 선수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백동규는 "사실 0-2에서 2-2로 따라가는 게 쉽지가 않다"면서 "그런데 대전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우리 공격수들이 충분히 능력을 보여줬다. 실점만 줄인다면 충분히 반등하고 그 이후에 더 높은 위치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 이후에도 백동규의 표정에는 여전히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반등에 대한 희망도 함께 갖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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