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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천=김현회 기자] 김천상무 정승현이 국가대표 팀에서의 큰 실수 이후 심리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던 선배 이야기를 건넸다.

김천상무는 17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수원FC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이승우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이날 경기 패배로 김천상무는 6경기 연속 무승(2무 4패)에 빠지고 말았다. 4승 5무 7패 승점 17점으로 또 다시 승점 사냥에 실패했다. 정승현은 이날 김천상무 유니폼을 입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정승현은 최근 혹독한 A매치를 치른 뒤 복귀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차출된 정승현은 최근 치러진 A매치 4연전 중에 두 경기에 나섰다. 칠레와의 경기에서 권경원과 함께 선발로 출장해 약 2년 반 만에 국가대표 경기를 경험한 그는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실점을 허용했고 결국 이집트전에서는 기회를 잡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정승현에게는 누구보다도 기억에 남을 평가전이었다. 17일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정승현은 “이번 대표팀에서 쉽지 않았다”면서 “파라과이전에서 그 실수를 한 뒤 인스타그램 DM으로 욕을 많이 먹었다.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긍정적으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핑계가 될 수도 있지만 전술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나는 중앙에서 안전하게 지키는 스타일인데 벤투 감독님의 축구에서는 수비도 빌드업에 많이 관여해야 한다. 그날 백승호와 황인범이 중원에 서다보니 내가 수비적인 역할을 더 많이 해야했다”고 말했다.

정승현은 “전반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을 시간에 나도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까 실수가 나왔다”면서 “욕을 담은 DM이 많이 오더라. 최대한 좋게 생각을 하려고 했다. 사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런 실수는 처음이다. 경기가 끝난 뒤 (김)신욱이 형한테 전화가 왔다. ‘네가 그런 실수하는 거 처음본다’면서 ‘너도 그런 실수를 다 해?’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야, 내 생각해. 넌 나에 비하면 욕 먹은 것도 아니야’라고 해줬다. 그래서 되게 고마웠다. 신욱이 형이 욕 먹은 걸 생각하니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승현은 실수를 통해서 조금 더 성장했다. 그는 “브라질 선수들이 얼마나 잘하나 눈앞에서 잘 보고 좋은 경험을 했다”면서 “파라과이전에서는 경기가 굉장히 안 좋았다. 내가 생각해도 코마 상태라고 해야하나?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그 정도로 충격을 먹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선수가 그런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실수를 한 다음 날 일본과 튀니지전에서 요시다 마야도 비슷한 실수를 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수비수인데 그런 실수를 하더라. 요시다 마야의 실수가 위안이 되더라”라고 농담을 건넸다.

정승현은 오는 9월 전역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군 생활이 더 적게 남았다. 정승현은 “오는 9월 7일 전역이라 군 생활은 80일 정도가 남았는데 못 쓴 휴가가 40일 정도 된다”면서 “아무래도 8월 초 경기 이후 전역을 앞두고 장기 휴가를 갈 것 같다. 얼마 전에 주장직도 문지환에게 넘겨줬다. 주장을 내려놓으니까 마음이 가볍다. 군 생활이 며칠 남지 않아서 여유가 좀 생겼다. 병장이 되니까 기분도 좋다”고 특유의 눈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는 “군인이다보니 행동과 말을 조심해야 한다”면서 “주장 완장과 분대장 견장을 차고 있는 동안 나뿐 아니라 팀 동료들의 행동도 다 살폈다. 동료들이 조금이라도 군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어디선가 민원이 들어올 것 같고 문제가 될 것 같았다. 머리가 길다거나 면도를 하지 않으면 부대에서 지적이 나올 수도 있으니 내가 신경을 많이 쓰게 되더라. 팀 동료들의 그런 모습만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주장과 분대장을 내려놓아 크게 신경을 안 쓰게 됐다. 문지환이 알아서 잘 할 거다. 지환이가 이제 동료들의 그런 모습을 신경쓰는 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승현은 군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남은 군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정승현은 “아직 시즌 중이다”라면서 “떠난다고 대충하고 가면 안 된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감독님이 워낙 좋으시고 잘 해주셨다. 그런 감독님께 보답을 하고 떠나야 한다. 끝까지 다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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