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귀혁 기자]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축구 선수들은 선수로서 군 복무를 수행한다. 현재의 김천상무가 그렇고 이전 경찰청 축구단도 마찬가지다. 현재 K4리그에서는 사회복무요원으로서 활동하는 선수들도 제법 있다. 2년 남짓한 군 복무 기간 동안 훈련을 받고 축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 선수는 위 사례와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무려 육군이다. 몸을 만들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상대적으로 보장된 위의 경우와는 달리 육군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선수는 훗날 프로에 입단해 K리그2 베스트 11을 수상함은 물론 도움왕까지 석권했다. 그 과정에서 팀의 주장을 맡기도 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주현우를 만나보자.

현재 시즌이 네 달 정도 지났습니다. 팀에서 선임급에 속하는데 현재까지의 시즌을 평가한다면 어떨까요.

지난 시즌에는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솔직히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또 그런 마음이 교차하다 보니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리고 개인적인 것도 좋지만 팀의 성적이 좋아야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조금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결국 모든 선수들은 계속 이기고 싶은 거죠.

시즌 시작 전에는 안양이 승격 후보 중 한 팀으로 거론될 정도였습니다. 당시 시즌 초반의 모습과 현재 팀의 분위기는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많은 분들이 우리 팀의 선수들과 스쿼드가 좋다고 생각을 해주셨고 그런 관점에서 자신감도 있었죠. 그런데 현재 순위가 4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당연히 저희가 부족한 거는 맞잖아요. 위에 있는 팀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지금 보다 더 쥐어짜서 노력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 휴식을 취하고 오늘(1일) 선수들이 합류해 내일 벌교로 떠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남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하고 휴식기를 갖다 보니 분위기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지거나 비겼으면 그 사이에 기간이 있다 보니까 분위기는 조금 안 좋았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우리가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승리를 하다 보니 그 기간 동안만큼은 선수들의 마음이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 상황에 맞춰서 올라갸야 하는 것도 맞죠.

어제(지난달 31일) 부주장인 홍창범 선수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주장이다 보니까 영향력 관련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전 주장이자 선임격에 속한 선수로서 영향력이라는 단어가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프로 선수라면 경기 뛰는 사람들 모두가 다 선임이자 주장이라고 생각하면서 뛰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나이가 어릴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지만 경기장 내에서는 누구나 선임으로서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건 개인 경기가 아니라 팀 경기잖아요. 각자 자리에서 감독님이 선택해주신 선수들입니다. 그 자리에서 최고인 사람들이 경기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영향력을 다 발휘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누가 선임이고 누가 후배인지에 대한 것은 옛날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러면 지난 시즌 주장이었다가 다시 일반 선수로 돌아온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느끼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안 한다고 해서 팀에 대한 애착이 없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런 마음을 알기 때문에 현재 주장인 (백)동규, 부주장인 (홍)창범이와 (김)경중이에게 조금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주장으로서 그 마음을 알거든요. 팀의 성적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부담감이 있을 겁니다. 그런 부분을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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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주장으로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힘들거나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우리가 치고 나갔어야 할 경기들이 있었는데 꼭 한 번 씩 꺾이더라고요. 그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만약에 한 번 더 치고 나갔으면 분명 승격할 수 있었던 것도 확실했거든요. 왜냐하면 1 로빈 라운드부터 3 로빈 라운드까지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안양이 1위였습니다. 그런 부분이 제일 아쉽고 힘들었습니다. 물론 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 해서 열심히 하고 난 뒤에 이겼을 때는 제일 보람찼죠.

2020년 7월에 안양으로 임대를 온 뒤에 2021년에 완전 이적하고 바로 주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비교적 빠른 시기에 주장을 하게 됐는데 제의받았을 당시의 기분이 궁금합니다.

감독님이 먼저 저에게 주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가 감독님을 처음 뵀었을 때입니다. 우리 팀의 전력 강화부장님이셨던 거는 알았는데 어쨌든 저를 활용해보지 않으셨고 임대 시절이기도 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을 했습니다. 당시에 제가 "저는 그런 그릇이 안 됩니다. 동계훈련 때 활용해보시고 그때도 괜찮으시다면 정말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죠.

왜냐하면 주장이라는 역할은 그릇이 더 크고 좋은 사람이 해야 팀에 발전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거절을 했던 거죠. 그 이후에 감독님이 저를 좋게 봐주셔서 그때는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도 하기 싫다는 것은 아니었어요. 한 팀의 주장을 맡다 보면 분명 선수들과 스태프들 모두가 어우러져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주장을 맡으시는 와중에 좋은 활약으로 K리그2 도움왕과 베스트 11에 뽑혔습니다. 지난 시즌을 돌아본다면 어떤가요.

제 개인적인 기록에 있어서 제 노력은 정말 1%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일부였습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선택해 주신 가운데 선수들과 전부 어우러지다 보니 그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팀 분위기도 가족 같은 분위기였거든요. 개인적으로 잘했다기보다 팀 선수들 전체가 잘해줬기 때문에 그 영향이 99%는 되는 것 같습니다.

홍창범 선수 이야기를 나눴을 때 김경중 선수는 장난기가 있는 반면 백동규 선수는 경기장 안에서 만큼은 화끈한 모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경중이는 완전 '분위기 메이커'죠. 반면에 동규는 주장이기도 하고 원래 힘 있는 선수거든요. 그리고 수비수라면 당연히 무게감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공격에서의 무게감과는 또 다른 매력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각자 스타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주현우 선수는 지난 시즌에 주장을 할 때 둘 중 어떤 스타일에 가까웠나요.

아 그거는 정말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적당히 중간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후배 선수들에게 장난을 할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편한 동생이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동생들이 다가워서 말을 걸어도 되지만 제 나이가 서른셋입니다. 띠동갑 차이 나는 후배들도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에게 말 한마디 하는 것이 분명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작년에 주장이기도 해서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에요. 저도 26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프로에 데뷔를 했거든요. 늦게 데뷔한 상황이다 보니 당시에는 1년 차이도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1년 선배들도 최고의 자리에서 뛰고 있는 선배들인 거잖아요.

그런 부분을 대입해보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있습니다. 그래도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먼저 다가와주는 후배들에게 당연히 더 말을 걸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후배들이 "밥 한 번 더 사주세요"라고 하면 충분히 사줄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말을 꺼내면 오히려 더 어려워할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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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조금 다른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최근 경남과의 경기(지난달 28일) 이전을 기준으로 K리그2 72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갖고 계셨더라고요. 이 기록이 골키퍼를 제외하고는 K리그2에서 가장 많은 연속 출전 기록입니다. 그런데 지난 경기 대기 명단에서 시작하셨는데요. 물론 이후에 교체 출전을 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기록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아요.

욕심은 정말 0.1%도 없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몸 관리하고 노력했던 부분은 있죠. 그런데 팀이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기록 때문에 제가 의무 출전하는 것은 솔직히 싫습니다. 5분, 10분을 뛰더라도 열심히 뛸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기록은 솔직히 운인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기록에 대해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구단에서 그 부분을 알려주더라고요.

그래도 처음에 그 기록을 들었을 때 놀랍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반응도 전혀 없었어요. 열심히 몸 관리한 제 자신에게만 칭찬해주고 싶었습니다. 팀이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만약에 저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출전을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때는 제가 정말 필요하지 않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팀이 잘 돼야 개인도 잘 된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저는 정말 팀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 기준으로 바라봤을 때는 기록 욕심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마음가짐이 다르군요.

신인 선수가 아니기 때문인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경기는 더 열심히 뛰고 싶기도 해요. 그래도 기록에 대한 욕심··· 그거는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73경기 연속 출전은 대단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만약에 중간 부상이 있었다면 뛰지 못하셨던 거잖아요. 자기 관리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합니다.

몸에 안 좋은 건 최대한 안 하려고 합니다. 무언가 예를 들기가 좀 어렵긴 하네요.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휴식도 잘 취하는 편입니다. 아내와 같이 힐링을 하거나 운동 후에 사우나를 다니기도 해요. 그리고 그런 부분에서 전혀 간섭이 없고 개인적인 시간이 많다보니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개인 시간이 많으니까 결국 근력 운동 등의 개인 훈련도 5분이 됐든 10분이 됐든 한 번이라도 더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부분도 중요하지만 결국 감독님이 선택을 해주셔서 경기에 나서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이 제일 감사하죠.

아내분이 남편이 축구선수다 보니 많이 신경 써 주실 것 같기도 합니다.

저에게 거의 다 맞춰주는 편이죠. 내조도 정말 잘해주고 다른 부분에서 신경 쓰지 않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퇴근할 때 아내는 출근을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시간이 좀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보니까 각자의 시간에 있어서도 자유로운 편입니다. 물론 같이 있는 시간은 그거 자체로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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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은 계속해서 경기에 나서고 있는 반면에 프로 입단은 조금 늦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해서 늦어지게 된 건지 그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이거는 좀 깁니다. 우선 제가 대학교를 다니다가 군대에 갔어요. 보통 팀에는 상무를 가거나 경찰청을 다녀온 선수들이 있는 반면에 저는 당시에 부족한 선수여서 육군 일반사병으로 가게 됐습니다. 군생활부터 한 28개월 정도 쉬었더라고요. 그러다가 다시 전역하고 몸을 만들기 시작한 뒤에 대학교를 마치고 나니 나이가 26살이 됐습니다. 그래도 위안을 삼는다면 지금 부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서 무릎이 조금 아플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만큼 무릎을 많이 쉬게 했기 때문에 조금 더 건강하다고 위안을 삼습니다.

군 입대 당시에는 아무래도 다른 축구 선수들과는 길이 다르다 보니 조금 낙담했을 것 같기도 한데요.

그런데 정말 제가 부족해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낙담보다는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갔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보셨을 때는 우리 아들이 최고니까 "왜 그만두냐"라는 이야기도 하셨거든요. 그래서 그때 아버지께 선의의 거짓말을 했죠. 제가 "아직 어린 나이니까 갔다 와서 다시 몸 만들고 시작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니까 아버지가 그때 좀 봐주시더라고요.

원래 입대할 당시에는 축구를 하지 않을 각오로 입대하셨던 건가요.

처음에는 그랬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처도 있었고요. 그런데 한 동안 운동을 쉬다 보니까 그런 상처도 아물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제일 잘하는 게 운동이기도 했고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부모님께서도 제 옆에서 뒷바라지를 해주셨기 때문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는 아니었음에도 그렇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거죠. 사람이 평생 운동만 하다가 그만두니까 몸이 근질거리더라고요.

군대에서는 어떤 보직을 맡았는지 궁금해지네요.

저는 1포병여단 K-55 자주포의 조종수였습니다.

자주포면 전차 생활을 했겠군요.

그렇죠. '진짜사나이'에서 K-55 자주포가 나왔던 적이 많았거든요. 그때 그 전차 조종수였습니다.

그래도 군대에서 축구 선수라고 알려지면 선임들도 좋아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운동을 잘하면 좋아하긴 하죠. 그런데 제가 군대에 갔을 당시가 연평도 포격사건이 벌어지고 난 6~7개월 뒤였거든요. 그래서 이전에는 소위 말해서 '꿀포병'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제가 들어갔을 때는 훈련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운동을 그만둬서 몸이 근질근질했다고 하셨는데 전혀 그럴 틈이 없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족구만 열심히 했습니다. 사실 축구 선수라고 해서 족구를 다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상대가 일반인이다 보니까 괜찮더라고요. '냉동'을 많이 얻어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팀 내에서도 가끔 족구를 할 것 같은데 꽤 잘하시는 편이겠네요.

1년에 (족구를) 몇 번 안 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하게 되면 또 잘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러면 개인정비 시간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사회에 있는 친구들과 통화하기 바빴습니다. 사실 다른 군인들과 별 차이가 없는 생활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당시에는 화포 대기가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북한에서 우리나라 방향으로 포가 돌려져 있으면 자주포다 보니까 즉각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자주포에 있던 시간이 좀 많았습니다.

지역이 전방 쪽이었겠군요.

경기도 파주에 있는 법원면 금곡리에서 근무했습니다. 전방에 있다 보니 대기할 시간이 많았던 거죠. 자주포로 운동장 한 번 돌면 운동장이 소위 말해 파도를 치고 있었습니다. 운동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어요. 땅이 고르지가 않다 보니까요. 그리고 당시에 우리 부대에서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더 안 했던 것 같아요. 족구를 주로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군 복무를 마치고 몸을 만든 기간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래도 군대에서는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군대에 있을 때 몸을 체계적으로 만든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있었어요. 일반 군인들처럼 '언제 시간이 가나'라고 하면서 똑같이 지냈죠. 전역 이후에 다시 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전역 이후에는 주로 어떤 식으로 몸을 만드신 건가요.

우선 대학교 시절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저를 믿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코치님이 당시에 산을 4개월 동안 빠짐없이 올라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코치님과 같이 산을 올라갔었습니다. 한 번은 비가 왔을 때 "선생님 가야 하나요"라고 물으니까 선생님은 못 가지만 저에게는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뺀질거리면서 안 가고 싶었는데 결국 갔죠. 그런데 뒤에서 코치님이 쫓아오고 계셨습니다. 정말 왔나 안 왔나 보려고 그러셨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돌이켜보면 정말 감사한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어제 홍창범 선수와 인터뷰할 때도 대학교 4학년부터는 프로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4학년까지 다 마치신 뒤에 프로에 입단하신 거군요.

요즘에는 한 팀에 22세 이하 선수들이 두 명 씩 들어가는 등 어린 나이에 대해 적응이 많이 됐잖아요. 그런데 그때는 팀 전체 선수들과 비교를 해서 경기에 나서야 했기 때문에 좋은 점이 크게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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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간을 겪은 뒤에 프로에 결국 입단을 했습니다. 처음에 구단으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대학교 때도 운동량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처음에 동계 훈련하고 보니까 정말 대학교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느꼈습니다. 그때는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그때가 남기일 감독님이었을 때가 맞나요.

그렇죠. 감독님 밑에서 130경기를 뛰었습니다.

남기일 감독님과 인연이 많더라고요. 광주에서 감독님을 만나고 또 성남에서 재회를 했잖아요.

지금 전체 프로 선수들 중에서 아마 제가 제일 오래 함께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중간에 이적 과정도 있었지만 감독님 밑에서 5년을 같이 한 선수가 있었을까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오랜 기간 함께했죠. 많이 혼난 기억도 있지만 그래도 감사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 밑에서 130경기를 뛰었다는 것 자체가 저를 선택해주신 거잖아요. 프로에 처음 제의를 주신 것도 남기일 감독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전화드리면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보통 그러면 감독님들은 "네가 더 열심히 해서 그런 거지"라고 하시잖아요. 그런데 남기일 감독님은 "너는 나한테 잘해야 해. 누가 동신대학교에서 너를 뽑아주겠어"라고 항상 말씀하세요.

그리고 최근에 감독님이 한 유튜브 채널에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영상이 올라왔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제 이름이 안 나와서 바로 전화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감독님께 제 이야기가 없어서 서운하다고 말하니 감독님께서 웃으시면서 "편집된 것 같다"라고 농담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이렇게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인데 예전에는 감독님께 많이 혼났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선수들이 혼나는 건 대부분 똑같은 것 같습니다. 공격수가 골을 못 넣으면 혼나고 수비수가 수비를 못하면 혼나듯이요. 그냥 흔한 과정이었죠.

남기일 감독님을 만난 직후인 프로 첫 해에 동계 훈련에서 엄청 힘들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시간이 지금까지의 프로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운동량도 많았어요. 그리고 제가 살이 쪄 있는 상황에서 군대에 갔거든요. 전역 후에 아무리 몸을 만들어도 살이 안 빠졌는데 동계 훈련하고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보통 하루에 세 번 정도 훈련한다면 저는 신인 선수라서 새벽, 오전, 오후, 저녁 이렇게 4번씩 훈련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산을 뛰었을 때가 그리웠겠네요.

조금 다른 힘듦인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배우는 단계이기는 하지만 그때는 한창 배우고 있는 단계였거든요. 반면에 지금은 직장인이라고 생각을 하면 돈을 받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참 재미있는 과거 이야기였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현재로 돌아오려고 하는데요. 안양이 현재 순위에서 더 올라가느냐 마느냐에 있어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우리 선수들은 아직 배고픕니다. 이겨야 하는 배고픔도 있고 올라가고 싶은 배고픔도 있어요. 그런 배고픔이 모이다 보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서 좋은 성적이 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시즌 전에는 우리를 우승 후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높은 위치에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우리는 바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아직 배고픕니다. 그런 배고픔이 요즘 들어 더 간절해요. 현재 바닥에 있기 때문에 이제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양은 벌교 전지훈련 이후 광주, 대천, 부천을 연이어 만난다. 현재 K리그2 1위, 2위, 3위를 달리고 있는 팀들이다. 상위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요한 분수령일 수 밖에 없는 경기들이다. 기자는 마지막 질문에 대해 추가로 "현재 선수단이 3연전을 앞두고 그만큼 자신감이 있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주현우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뛰면 그냥 물어뜯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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