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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양=김귀혁 기자] 안양 선수가 원정팀을 응원하는 관중을 홈 경기에 초대했다.

FC안양과 경남FC는 2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2 18라운드 경기를 펼쳤다. 경기에서는 안양이 후반 추가시간 4분이 선언된 가운데 90+3분에 백성동의 극적인 결승골로 경남을 누르고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안양은 승점 27점으로 3위 부천을 한 경기 더 치른 가운데 승점 3점 차로 추격하게 됐다.

보통 홈 팀의 경기에서는 특별한 손님들이 제법 등장한다. 선수의 지인이나 가족들을 시작으로 구단의 홈경기 이벤트와 관련한 사람들도 등장한다. 안양 역시 지난 서울이랜드와의 홈경기에서 유튜브 채널 'BDNS(빠더너스)'의 문상 기자(문상훈)가 등장해 시축을 하기도 했다.

이날도 안양의 VIP석에는 특별한 손님이 등장했다. 어떻게 보면 관중 중에서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홈 팀인 안양이 아닌 경남을 응원한다는 점이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WK리그 인천현대제철 소속의 이민아다.

이민아는 현재 경남에서 뛰고 있는 이우혁과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부부가 된 상황에서 이민아는 다른 축구선수의 아내들과 달리 남편의 경기를 관전하기 힘들었다. 이민아 역시 축구 선수이기 때문이다. 창원에 있는 이우혁과 달리 이민아는 인천에 팀이 있기 때문에 서로의 홈 경기를 '직관'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장에서 만난 이민아 역시 "나는 인천에 있고 남편은 지방에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홈경기를 보러 가기 쉽지 않다. 그래서 수도권에서 펼쳐지는 원정 경기 위주로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축구 선수 부부로서 재미난 점도 이야기했다. 그녀는 "서로 경기를 뛴 이후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오늘도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줬다"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건넸다.

이날 이민아는 책상이 마련된 VIP석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보통 VIP석은 누군가의 초대로 앉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남 소속의 이우혁이 안양 구단에 부탁할 수는 없었다. 대신 안양의 한 선수가 이민아를 초대했다. 바로 김경중이었다. 이민아는 김경중의 초대 소식에 대해 묻자 밝게 웃으며 "(김)경중이와는 20살때부터 친구였다"라면서 "경중이가 이름을 말하고 들어오면 된다고 하더라. 덕분에 경기를 관전할 수 있게됐다"라고 전했다.

구단 관계자도 김경중의 초대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원래 (김)경중이가 주변 지인들을 자주 초대한다"면서 "경기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이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름을 알려주면 빈자리를 찾아서 앉혀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선수가 요청한 것에 있어서는 선수의 면도 살기 때문에 협조하는 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도 경중이로부터 경기 이틀 전에 메시지가 왔다"면서 "친구들이 오기로 했는데 이름을 보내 놨으니 좀 봐달라고 하더라. 그런데 이름을 살펴보니 이민아 선수였다. 사실 안양을 응원하기보다는 상대팀 선수이자 남편인 이우혁을 응원하기 위해 온다는 것은 알았다. 그래도 이민아라는 이름이 있어 조금 놀라기도 했다"라고 웃으며 당시 초대 소식을 전했다.

경기 상황은 참 얄궂었다. 이날 경남의 이우혁은 아내인 이민아의 응원을 받으며 풀타임 활약했다. 반면 이민아를 초대한 안양 김경중은 선발 출전했으나 전반 38분 아코스티와 교체되고 말았다. 이민아 역시 "경중이가 빠졌으니 우리 경남이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민아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백성동의 극적인 골로 안양이 1-0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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