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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ㅣ명재영 기자] 수원삼성이 빅버드를 오롯이 품을 수 있을까.

선거의 계절이다. 지난 9일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다음 달 1일에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K리그 구성원들도 주목하는 선거다. 특히 시도민구단은 지방선거로 구단주가 결정되기 때문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기업구단도 예외는 아니다. 지자체와 협력하면서 구단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원삼성의 팬들이 이번 선거에서 공개 행보에 나섰다. 수원의 대표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의 이름으로 목소리를 냈다. 프렌테 트리콜로는 지난 17일 수원시장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준 후보와 국민의힘 김용남 후보에게 공개 질의서를 전달했다. 주된 내용은 수원이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의 향후 운영 계획이다.

빅버드 사용 문제는 10년이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수원의 고민거리다. 수원은 빅버드의 세입자다. K리그의 모든 구단이 같은 세입자 신분이지만 수원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K리그 내에서 비싸게 경기장을 사용하는 축에 속한다. 반면 혜택은 많지 않다. 장기 임대 계약을 맺어 자유롭게 경기장을 활용하는 대전하나시티즌, 인천유나이티드 등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오히려 안방에서 눈치를 보는 입장에 가깝다.

수원의 팬 규모는 K리그 최정상급이다. FC서울과의 슈퍼매치는 축구에 관심 없는 이들도 주목할 만큼 대표적인 흥행 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홈경기가 주변 상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수원 팬들은 빅버드가 항상 아쉽다. 팬을 위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실감은 더 커지고 있다. 수원이 못하고 있는 것들을 다른 구단들이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 팬들은 15년 전부터 경기장에 상설 메가스토어(오프라인 팬샵)가 들어서기를 희망했다. 유럽처럼 홈 경기장에서 구단의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것이다. 수원은 현재 컨테이너 박스 2채로 구성된 간이 팬샵을 홈경기 당일에만 운영하고 있다. 임시 시설에 그쳤어야 할 컨테이너 팬샵은 20년 가까이 유지되며 수원의 명물 아닌 명물이 됐다.

슈퍼매치 라이벌 FC서울은 2016년 상설 메가스토어를 오픈했다 ⓒ 스포츠니어스

구단의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메가스토어 설치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용 권리가 발목을 잡았다. 메가스토어 외에도 팬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두 같은 내용으로 좌초됐다. 빅버드는 경기도와 수원시가 6:4 비율로 지분을 가지고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경기장과 관련된 모든 움직임은 재단의 협조가 필요하다. 현재 협력 관계는 원활하지 않다. 2015년에는 홈 경기장 이전 루머까지 나올 만큼 구단과 재단이 대립하기도 했다. 두 지자체의 어중간한 소유 관계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프렌테 트리콜로는 이번 질의서를 통해 이 점을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요청했다. 각 후보는 지분 구조를 해결해서 수원 구단에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팬들 사이에서는 후보들이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며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10년 동안 경기도와 수원시가 이 문제로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모두 소득 없이 끝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슈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사이 수원시가 KT위즈 야구단에 경기장 25년 무상 임대 혜택을 주면서 차별 논란까지 생겨났다.

결국 결정권자의 의지 문제다. 경기도지사와 수원시장이 전향적으로 논의한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여태껏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이뤄지지 못했고 그 사이에서 팬들만 속앓이해야 했다.

이번 질의서를 전달한 프렌테 트리콜로 관계자는 "후보 간에 온도 차는 있었지만 수원 구단에 협조적으로 경기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답변은 동일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은 확인할 수 없었고 이전 시장들도 같은 답변을 한 적이 있다"면서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답변한 만큼 당선 이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2차 행동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수원삼성이 기업구단이고 상업적인 활동을 하는 프로구단이지만 홍보와 문화적인 측면에서 수원시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인 수익만 생각해서 구단을 단순 세입자로만 대한다면 이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프로스포츠에 대한 정치인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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