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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팬을 절실하게 만나고 싶은 이근호의 여정에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훈훈한 미담이 돌았다. 미담의 주인공은 전북현대의 이근호였다. 전북 팬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친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가서 도와주는데 손님이 이근호 선수 같았다"라면서 "모자와 마스크를 써서 조심스럽게 맞냐고 여쭤봤는데 맞다고 하더라. 사진 한 장 부탁을 드렸는데 씻지 않아서 죄송하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어서 이 네티즌은 "그래서 그냥 웃으면서 재활 화이팅이요! 하고 보내드렸는데 20분 뒤에 옷도 갈아 입고 씻고 오셔서 사진을 찍어주고 가셨다"라면서 "진짜 너무 감동이고 앞으로 평생 팬 하고 싶다. 이근호 화이팅"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은 축구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K리그 선수의 팬서비스 사례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 미담의 주인공 이근호는 27일 <스포츠니어스>와의 통화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근호는 그 때를 회상했다. 알고보니 이근호는 단순히 씻지 않아서 처음 사진 촬영을 거절한 것이 아니었다. 이근호는 "내가 그날 많이 아팠다. 편도염과 몸살이 심하게 와서 하루종일 집에서 쉬고 있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쉬다가 집 앞에 자주 가는 편의점을 갔다.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눈 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분께서 알아보셨다"라면서 "사실 씻지 않은 것도 있지만 몸이 너무나도 좋지 않아 정중하게 거절했다. 팬께서도 웃으면서 응원을 해주셨다. 그렇게 편의점을 나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근호는 편의점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고민 아닌 고민을 했다. 그는 "그 분이 눈 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바로 알아보신 것이다. 나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을 꺼내셨을텐데 거절한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쓰였다. 그래서 집에 가서 씻고 다시 내려가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근호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라고 말했지만 그 여파는 상당히 컸다. 이 소식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유명세를 탄 것이다. 이근호 또한 "나도 엄청 깜짝 놀랐다. 그렇게까지 그 소식이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라면서 "그 분께서 나를 좋게 봐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평소 이근호는 팬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근호는 "축구선수는 팬들이 있어야 더욱 빛을 발하는 직업이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면서 "팬들께는 항상 잘해드리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부상을 심하게 당하기도 해 그럴 기회가 많이 없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생기면 항상 잘 해드리려고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인터뷰 도중 이근호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인터뷰 내내 이근호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알고보니 이날(27일) 이근호는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 직전 병원 진료를 받고 왔다. 이근호는 지난 2021년 4월 큰 부상을 당한 이후 수술과 재활을 거쳐 복귀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근호는 "내가 지난해 4월에 다치고 5월에 수술을 해서 거의 1년 좀 넘게 재활을 하고 있었다"라면서 "무릎에 박혀있던 핀을 빼고 다시 정상적으로 훈련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상 거의 복귀 준비가 거의 다 끝났다고 보면 되는 상황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런데 그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이근호는 "복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릎 통증이 심해졌다. 오늘 무릎이 너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다왔다"라면서 "병원에서 MRI까지 촬영한 결과 십자인대에 또 다시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방금 또 다시 들었다"라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복귀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또다시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근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는 "사실 1년 넘게 재활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 멘탈이 많이 상했다"라고 토로하면서 "그런 상황에서 이런 소식을 듣게 되니 너무나도 속상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정말 '하늘도 무심하다'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잘 준비해서 돌아오면 팬들은 더 큰 박수를 쳐줄 것이다"라고 격려하자 이근호 또한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되는데 지금은 정말 속상하고 마음이 많이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근호는 복귀해 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런데 그의 꿈은 또다시 기약 없이 미뤄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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