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안산=김현회 기자] 열악한 시민구단으로 포장된 안산그리너스의 추락이 위험한 수준이다.

안산그리너스는 3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2022 하나원큐 K리그2 경남FC와 경기를 치렀다. 이날 안산은 정충근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두아르테가 페널티킥 골로 응수했지만 다시 티아고에게 골을 허용했고 까뇨뚜가 동점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후반 종료 직전 티아고에게 한 골을 더 허용하며 2-3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안산은 올 시즌 개막 이후 6무 6패로 또 다시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안산그리너스는 K리그2에서 가장 열악한 사정의 구단으로 꼽힌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안산이니까’라는 그럴 듯한 변명이 있다. 경기는 졌어도 내용이 있다면 크게 비판하는 이들도 없다. 하지만 안산의 올 시즌 성적, 그리고 구단 상황과 사무국의 분위기를 보면 참혹한 수준이다. 열악한 시민구단이니 이런 최악의 성적에도 다들 넘어가는 분위기지만 안산의 실상은 따끔한 비판이 필요하다.

안산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는 편견이 있다. 안산이 경기에서 비기거나 질 때마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있다. 안산은 올 시즌 K리그2에서 가장 많은 선수를 등록했다. 무려 45명의 선수가 안산 소속으로 프로축구연맹에 등록을 마쳤다. 기업구단인 대전하나시티즌(43명)보다도 선수가 많다. 경남(40명), 서울이랜드(39명), 전남(36명), 안양(35명)보다도 안산이 선수가 많다.

대전하나시티즌은 B팀이 K4리그에 참가하고 있지만 안산은 K4리그에도 참가하지 않는다. 45명의 선수가 오로지 K리그2를 위해 구성됐다. 안산은 K리그2에서 무려 12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며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2군리그격인 R리그에서는 더더욱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달 2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포항스틸러스와의 R리그에서는 무려 1-7 대패를 당했다. 선수는 45명이나 있는데 경기력은 전혀 경쟁력이 없다.

심지어 안산은 K리그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를 다섯 명이나 쓰는 구단이다. 하지만 선수단 보강이 전혀 계획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선수는 45명인데 U-22로 쓸 자원이 딱히 없다. 이날 경기에 선발로 나선 U-22 이하 김보섭은 이날이 올 시즌 세 번째 출장이었다. 올 시즌 딱 두 번 출장한 수비수 박민준이 백업 명단의 유일한 22세 이하 자원이었다. 지난 시즌 부천FC처럼 “리빌딩을 위한 과정이니 성적이 부진해도 이해해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조민국 감독은 “U-22로 쓸 자원이 마땅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선수단은 K리그2에서 가장 많은데 쓸 선수가 없다.

안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무려 18명의 선수를 새로 데려왔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상황이 열악한 팀은 당연히 연봉이 적은 선수를 쓸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안산은 상황이 열악하다고 하기에는 선수단 규모가 너무 방대하다. 필요없는 예산이 허투루 쓰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산은 지난 시즌에도 선수 등록 마감일에 K3리그에서도 한 시즌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무명의 선수를 전격 등록해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선수는 테스트 이후 정원이 없어 영입을 포기했다가 선수 등록 마지막 날 등록됐고 결국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채 방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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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안산의 올 시즌도 대실패다. 선수단 규모는 K리그2에서 가장 큰데 활용할 선수는 없고 성적은 리그 꼴찌다. 심지어 2022 하나원큐 FA컵 2라운드에서는 K4리그 평창유나이티드한테도 졌다. 환경이 열악한 시민구단의 투혼으로 포장하기에는 경기력이 처참한 수준이다. 선수단의 총 급여는 낮은 편이지만 45명의 선수단을 구성할 비용이면 훨씬 더 계획적인 보강이 이뤄졌어야 한다. 올 시즌 선수단 총 급여가 15억 원 가량에 불과한 김포FC가 3승을 챙긴 동안 이보다 나은 여건의 안산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안산은 허술한 구단 운영으로 여러 차례 촌극을 빚은 바 있다. 지난 해에는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아스나위가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섰지만 통역사가 없었다. 전화를 연결해 스피커폰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여성에게 통역을 부탁했지만 이 여성은 몇 마디 통역을 한 뒤 “아기를 보고 있어서 정신이 없으니 나중에 전화해 달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 앉아 스피커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취재진은 경험해 본 적 없는 이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명색이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안산은 최근 아스나위 통역사를 채용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선수단은 K리그2에서 가장 큰 규모인데 성적은 후퇴하고 구단 사무국은 발전이 없다. 안산은 과거 사회공헌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구단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회공헌활동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사회공헌활동을 우선시했던 단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단장이 거쳐가면서 이 기조는 사라졌다. 그렇다고 안산은 다른 분야에 집중해 성적이 나아지지도 않았고 관중이 늘지도 않았다. 이날 경남과의 경기를 찾은 관중은 588명에 불과했다. 안산그리너스 김진형 단장은 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 출신이다. 하지만 홍보팀장 출신인데 관중 증대는커녕 미디어 노출도 예년만 못하다. 콘텐츠는 주로 아스나위, 그리고 그 아스나위를 보러 경기장에 온 신태용 감독이 대부분이다.

전문 축구행정가 출신이라며 대대적으로 김진형 단장 임명 사실을 알렸지만 구단은 과거 단장 시절에 비해 성적이나 흥행 모두 나아진 게 없다. 45명의 초대형 선수단 중 상당수는 기량미달로 경기에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선택을 받아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최근에는 의류업에 종사하던 지역 인사가 사무국장 자리에 올랐다. 박종수 사무국장은 2019년 대외협력팀장으로 처음 임명된 뒤 2년 만에 초고속 승진해 사무국장에 올랐다. 구단 내부에서도 사실상 낙하산 인사나 다름없는 사무국장 선임 소식에 반발이 있었지만 해당 인물은 지난 달 사무국장에 공식적으로 선임됐다.

최근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경기장을 다녀간 뒤 안산은 아스나위의 대표팀 차출을 허락했다. 차출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아스나위는 앞으로 약 50일 간 구단을 떠나게 됐다. 행정적으로도 문제가 적지 않다. 조민국 감독은 “아스나위가 50일 동안 팀을 떠나야 한다. 이후에 팀에 돌아와서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라고 걱정했다. 물론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과 행정, 홍보, 예산의 투명한 집행 등 모든 면에서는 손을 봐야 한다. 안산은 열악한 구단이니까 관대하게 봐 주기에도 비판할 구석이 너무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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