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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부산=조성룡 기자] 요즘 부산은 '불심'이 넘친다.

24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부산아이파크와 FC안양의 경기에서 홈팀 부산은 전반전 강윤구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막판 안양이 아코스티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결국 1-1 무승부를 기록한 두 팀은 승점 1점씩 나눠갖는데 만족해야 했다.

요즘 부산아시아드의 명물은 목탁이다. 부산 팬들이 부진한 성적으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고자 들고 온 도구다. 청아한 목탁 소리는 지난 3월 27일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목탁은 부산의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제법 많이 등장했다. 부산 팬들의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목탁이었다.

K리그2 최하위까지 내려간 부산은 아쉬운 순간이 많다. 당황스럽게 실점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른바 '극장골'을 먹히고 다 잡은 승점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전반전에 앞서고 있어도 안심하기 어려웠다. 후반전에 유독 실점이 많기 때문이다.

부산 구단 관계자들 또한 '설레발'을 굉장히 자제한다. 이기고 있어도 "오늘은 이길 것 같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경기를 지켜본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부산 구단 관계자들이 웃은 적은 딱 한 번이다.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후반 실점에 고개를 떨구고 만다. 이렇게 모두가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에 목탁은 평화를 가져온다.

목탁이 등장하고 첫 승을 거뒀던 부산은 다시 무승의 늪에 빠졌다. 그러면서 부산 팬들은 점점 '불자'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부산 서포터스 P.O.P의 응원석에는 한 캐리커처 걸개가 등장했다. 알고보니 이 캐리커처는 부처님이다. 부처님이 부산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리고 안양전에는 새로운 응원이 등장했다. 바로 '불경' 응원이다. 이날 부산 서포터스는 불경을 녹음해와 스피커로 틀었다. 목탁 소리가 들리고 불경 외는 소리까지 들리니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사뭇 사찰 분위기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라운드는 전혀 평화롭지 않다는 게 차이점이다.

그나마 이 불경은 자주 송출되지 않았다. 부산이 예상 외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다가 전반 40분 강윤구의 선제골로 앞서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은 후반 45분에 실점을 하며 또다시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이후 경기장에는 목탁과 불경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게 부산 팬들의 현재 심정인 것이다. K리그 4회 우승의 명문 구단이었던 부산은 추락과 추락을 거듭해 K리그2 최하위까지 내려왔다. 속 타는 팬들은 목탁과 불경으로 마음을 달랠 뿐이다. 말 그대로 '불심으로 대동단결'이다. 이런 팬들마저 떠난다면 이제 부산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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