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수원=조성룡 기자] 수원FC 유현이 힘든 상황 속에도 정성스럽게 쑥떡을 준비했다.

1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수원FC와 김천상무의 경기에서 홈팀 수원FC가 접전 끝에 김천을 3-2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수원FC는 라스와 김현, 그리고 이승우가 득점했고 김천은 조규성의 페널티킥 골과 유인수의 만회골이 나왔다. 이승우는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사실 이날 수원FC는 유현의 날이었다. 유현은 경기 전부터 사비를 들여 고향의 쑥떡을 공수해 2천명의 관중들에게 나눠줬다. 수원종합운동장의 입장 게이트 앞에는 쑥떡이 박스로 포장돼 쌓여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콩고물이다. 박스마다 정성들인 콩고물 300g이 있었지만 관중들에게 나눠줄 방법이 없어 함께 제공되지 못했다.

쑥떡은 역시 맛있었다. 사실 유현의 부모님이 만들어 판매하는 이 쑥떡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제품이다. 한창 잘 팔릴 때는 주문 이후에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수원FC 팬들을 위해 유현이 특별히 준비한 것이다. 경기장을 방문한 부산 페레즈 감독도 쑥떡 한 덩어리를 소중히 들고 집에 돌아갔다.

그러나 이 쑥떡을 단순히 '유현의 팬서비스'로만 생각하면 안된다. 이 쑥떡에는 승리를 위한 간절한 기원이 담겨 있었다. 사실 삼산떡방앗간의 해남해풍쑥떡은 굳이 구단 대상으로 이벤트를 하지 않아도 잘 팔리는 제품이다. 전국적으로 주문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갑자기 2천개의 주문이 들어오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도 유현은 구단과 논의해 어렵게 그의 부모님에게 부탁했다. 구단을 위해 쑥떡 2천개를 제작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의 부모님은 흔쾌히 이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경기 전날인 9일 밤부터 정성껏 쑥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현은 "원래 부모님이 주말에는 일을 안하신다. 하지만 팀을 위해 밤을 새워 만드셨다"라고 전했다.

밤새 만든 쑥떡에는 유현 부모님의 간절한 기원과 소망이 담겼다. 유현은 "부모님이 '이렇게 정성을 들여야 아들 팀이 이길 수 있다'라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쑥떡 제조 작업은 아침이 되어야 끝났다고. 유현의 부모님은 완성된 쑥떡을 직접 전라남도 해남에서 경기도 수원까지 가지고 올라와 전달했다. 수원FC의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을 한껏 담았다.

쑥떡의 힘이었을까. 수원FC는 김천을 3-2로 꺾고 승리했다. 하지만 유현은 요즘 힘들 수 밖에 없다. 수원FC는 최근 4경기 동안 11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도 유현은 2실점을 했다. 그동안 유현은 많은 실점을 기록하면서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었다. 물론 수원FC 김도균 감독은 "팀을 위해 정말 헌신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유현이 1번 골키퍼다"라고 말했지만 유현의 마음고생은 심할 것 같았다.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현은 "감독님이 나이 많은 골키퍼에게 믿음을 주시니 정말 감사하다"라고 웃으면서 "실점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잘 받아들이고 있다. 휴식기 때 수비수들과 더 열심히 보완할 예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수원FC 구단 관계자는 유현에 대해 "우리 팀의 든든한 존재"라고 표현했다. 유현은 팀 내 최고참이다. 수원FC의 많은 선수들이 그에게 기댄다. 심지어 관계자들도 그에게 기댈 때가 있다. 하지만 유현이 이렇게 든든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보다 더 든든한 부모님이 있기 때문 아닐까. 밤새워 정성껏 만든 이 쑥떡은 팬들에게 힘을 줬고 그 팬들의 응원에 수원FC는 승리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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