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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부산=조성룡 기자] 김천상무 박상혁의 올 시즌 목표는 '전역' 그 이상의 것이었다.

역시 다른 사람의 군생활은 빠르다. 2021년 초 수원삼성의 박상혁은 국군체육부대에 합격해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시작했다. 벌써 전역의 해가 밝았다.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박상혁은 15경기에 출전해 2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제 새해가 밝았다. 박상혁에게는 전역의 해다. 무언가 마음가짐 또한 남다를 것이다. 그래서 <스포츠니어스>는 김천상무의 전지훈련 숙소인 부산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싸제' 커피를 한 손에 든 박상혁은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만나서 반갑다. 전지훈련은 어떤가?

훈련을 오래 쉬다가 이제 하고 있는 상황이라 조금 힘들다. 그래도 감독님 스타일이 체력 운동을 엄청 힘들게 하는 편은 아니다. 천천히 끌어 올리는 스타일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편하게 하고 있다. 감사하다.

비시즌에 뭘 했기에? 혹시 경계근무라도 나갔는가.

아니다. 시즌 끝난 이후 잠깐 휴가를 갔다와서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다. 훈련을 마치고 약 일주일 뒤에 바로 부산 일대에서 열리는 전지훈련에 참석했다. 육군훈련소에 있을 때는 시간이 정말 안가더라. 내가 상병을 달고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다. 그래도 무언가 상병에 대한 배려를 해줬다. 훈련이나 청소는 다같이 공평하게 하지만 일과 시간 이후에는 나름대로 배려를 해줬다.

상병이라면 PX라도 가는가?

간다. 그런데 요즘은 훈련병들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PX에 간다.

어떤 훈련이 가장 힘들었는가? 아직도 숙영하고 각개전투할 때를 떠올리면 어휴…

사실 힘든 훈련이 별로 없었다.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훈련이 많이 축소되거나 그랬다. 우리는 화생방도 코로나19로 인해 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훈련이 편해서 좋은 면도 있지만 아쉬운 면도 있다.

그래도 주말에 종교활동을 가면 많은 추억을 쌓았을 것이다.

우리는 종교활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게 정말 국군체육부대장님께 감사드려야 한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국군체육부대장님께서 육군훈련소 쪽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신 것 같다. 우리가 입소하기 전에 미리 연락하셔서 훈련을 쉬는 날이나 개인정비할 때는 훈련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김천상무에서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우리 동기들 14명은 쉴 때마다 모여서 훈련도 하고 풋살도 하면서 우리끼리 운동도 하고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육군훈련소 안에 풋살장이 따로 있다. 거기에 근무하고 있는 간부들이나 병사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것 같다. 잘 조성된 풋살장에서 훈련할 수 있었다.

요즘 군대 정말 좋아졌다.

당신이 군대에 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내 월급만 해도 60만원 가량 된다. 그리고 군 복무할 때 가입할 수 있는 적금도 들었다. 입대 전에 적금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신청을 받더라. 그래서 군에서 받는 월급으로 열심히 적금을 들고 있다. 요즘 군대에서는 인터넷 쇼핑으로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다. 물론 반입 가능한 물건인지는 검사를 받는다. 그래서 PX 갈 때나 쇼핑할 때 빼고는 돈 쓸 일이 없어서 착실히 적금을 들고 있다.

군인 다 됐다. 입대할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다.

남의 군 생활은 빠르다. 하지만 내 군 생활은 느리게 느껴지는 법이다. 사실 입대 처음에는 팀 환경도 달라지고 생활도 달라져 어려움을 많이 느꼈고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점차 지나고 군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좋은 점도 제법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군에 와서 내 생활도 규칙적으로 바뀌면서 좋은 습관들이 생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몸도 더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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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그리운 것도 있다. 특히 커피 한 잔 하는 것과 사우나가 그립다. 내가 수원삼성에 있을 때 클럽하우스에서 생활을 했다. 자기 전에 지하로 내려가 사우나를 하고 푹 자는 것이 좋았다. 어디가서 잠자리 가리고 못자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그 때가 그립기도 하다.

그리고 역시 가장 그리운 것은 빅버드에서 경기를 뛰는 것이다. 팀 동료들과 형 동생들도 보고 싶다. 팬들도 종종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빨리 오라고 하신다.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 수원삼성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당신이 군에 있는 동안 동생들은 매탄소년단 MTS로 인기 많이 끌었다.

다들 후배인데 잘하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동기부여도 생긴다. 나도 가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저 자리가 당신의 자리 아니었는가.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이상할 것까지는 아니다. 이제 어린 선수들에게 물려줄 때가 된 것 같다. 요즘에 워낙 어린 선수들이 많이 프로에 올라오고 이 선수들이 유튜브 등에 대해 더 잘하는 면도 있다. 이런 건 더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다. 하하.

그래도 강현묵은 빨리 군대에 왔으면 한다. 강현묵은 굉장히 귀엽고 까불거리는 스타일이다. 군대에 와서 제한된 환경 속에서 지내는 불편함도 한 번 겪어봐야 한다. 물론 워낙 능력이 좋은 친구라 더 잘하는 선수들과 훈련을 해보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다.

당신도 군대에 와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드는가?

어쨌든 군대에 와서 축구를 한다는 것은 특혜 받은 일이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정말 좋은 선수들과 수준 높은 곳에서 축구를 할 수 있다. 내 입장에서는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만일 김천상무 안에서 자체적으로 연습경기를 하면 내가 뚫어야 하는 상대 중앙 수비수가 정승현과 박지수다. 나는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들을 상대로 연습하고 있는 것이다.

군대에 와서 사소한 좋은 습관들이 몸에 잘 배인 느낌이다. 운동을 하는 시간도 더 많이 늘었고 보강 운동 등 몸 관리하는 것도 그렇다. 사회에 있을 때보다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 개인적으로 정말 느끼는 게 많았고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김태완 감독님도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주신다. 그리고 축구 스타일이나 전술을 준비하실 대도 선수들에게 잘 맞는 옷을 입혀주시는 것 같다. 정말 좋으신 분이다.

감독님께서는 내게 공격적인 부분은 항상 좋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반대로 수비 상황에 대해서는 내가 더 적극적으로 하고 두각을 드러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팀에 도움이 많이 될 수 있게 준비해볼 생각이다.

군 생활을 하면서 K리그2 우승컵도 들어봤다.

사실 지난 시즌에 많은 사람들이 김천상무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코 쉬운 우승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또한 우승을 해야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뛰었다. 덕분에 내 축구 인생에서 우승이라는 커리어를 하나 더 쌓았다. 정말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

초반에는 정말 K리그2에 뛰면서 깜짝 놀랐다. K리그1과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리그에 점점 적응하면서 K리그2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서로 수준이 비슷해 보이지만 K리그1이 세부적으로 조금 뛰어난 부분 또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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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K리그1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K리그2에서 뛰었지만 K리그1 경기를 꾸준히 챙겨 보면서 저 곳에서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국에는 승격해 K리그1에서 뛰게 됐다. 우리 팀의 실력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신 동계훈련 기간 동안 좀 더 단합된 모습으로 준비한다면 K리그1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당신이 후임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권창훈, 고승범…

그렇다고 부담될 것은 없다. 내가 원래 많이 배우려고 했던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과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 정말 좋은 일이다. 동기부여도 많이 생긴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무 생활은 어느 정도 생활을 다 해봤기 때문에 내가 딱히 관리할 것도 없다.

사실 권창훈 이병은 나도 처음 봤다. 원소속팀이 같지만 아직 그렇게 친하지는 않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선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같이 생활하는 것은 처음이다. 권창훈 이병은 국군체육부대에 합류하고 일주일 정도 있다가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다.

아직 권창훈 이병과 많은 말을 해본 것은 아니다. 머리를 빡빡 밀고 군대에 왔다. 머리가 되게 귀엽… 아니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

캬, 멤버만 봐도 대단하다. 역시 '레알 상무'라 불릴 만 하다.

아무래도 김천상무는 K리그에서 정말 잘한 선수들이 오는 곳이다. 또 내 포지션의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국가대표도 많다. 보고 배우는 것도 많지만 나 또한 여기서 경쟁을 해 살아 남아야 한다. 나도 나 만의 장점을 살려서 어필을 해야할 것 같다.

그러다보면 국가대표 욕심도 조금씩 생길 것 같다.

평소에는 그저 막연하게 그냥 '국가대표에 가고 싶다'란 생각만 했다. 그런데 여기에 오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 국가대표를 간다. 그걸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된다.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추던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니 그런 마음이 좀 더 뚜렷해지는 것 같다.

김태완 감독님도 항상 그런 말씀을 하신다. "여기 있는 선수들도 당연히 국가대표에 다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다"라고 하시면서 "여기에 있을 때 한 가지라도 더 얻어서 가야한다. 그래야 나중에 제대하고 원소속팀에 복귀하거나 더 좋은 팀에 갔을 때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축구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신다.

일찍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게 당신의 장점 아니겠는가.

내가 주위 형들을 보면서 내가 군대를 엄청 일찍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여기에 있으면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도 많다. 심지어 오현규 같은 경우는 벌써 제대했는데 아직도 21세다. 그런 거 보면 정말 부럽다.

오현규 예비역 병장님은 군 생활 시절 잘해줬는가?

잘해줬다. 날 괴롭히지 않은 것 하나 만으로도 잘해준 거라 생각한다.

축구선수가 군에 일찍 오는 것은 시즌 상황이나 자기가 처해진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김천상무에도 U-22 쿼터가 생겼다. 좋은 기회가 열린 것이다. 제대를 조금이라도 빨리 한다면 조금이라도 좋은 기회가 열릴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린 선수들이 군에 일찍 오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제 K리그1에서 원소속팀을 상대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원소속팀보다는 K리그1에서 뛰는 모든 경기가 내게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원소속팀인 수원삼성을 상대하는 것보다 내 경기를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어떤 팀과 붙더라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올 시즌 우리 김천상무의 전력은 상당히 좋다고 본다. 내가 개인적으로 우리 팀의 전력이나 상대와의 비교는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솔직히 생각해보면 충분히 상위권에 도전할 수 있는 스쿼드다. 같이 해오던 선수들과 또 함께 하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수원삼성의 빅버드가 많이 그립기는 하다. 올해 가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실 빅버드의 원정 라커룸을 구경해보지 못했다. 어릴 때 청소년 대표팀이 빅버드에서 경기할 때 써봤나… 여튼 빅버드 원정 라커룸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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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빅버드로 가게 된다면 정말 설레기도 하면서 신인 때 빅버드 잔디를 처음 밟았을 때 느낌이 날 것 같다. 그 때 나는 처음에 선발도 아니었다. 그런데 밖에서 몸을 푸는데 긴장이 되더라. 잔디도 괜히 좋지 않아 보이고 공이 굴러가다 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그래서 올 시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수원삼성과의 경기에서 어린 후배들과 모습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더욱 더 철저하게 준비하려고 한다.

올 시즌에는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공격 포인트를 좀 더 많이 쌓고 싶다. 경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중요하고 다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선수는 공격 포인트라는 기록이 남게 된다. 그게 선수를 증명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공격 포인트는 결국 팀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공격 포인트를 좀 더 쌓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사실 내 축구 철학 자체도 공격 포인트를 많이 쌓으려는 생각보다는 경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제 골이나 도움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최근 1~2년 동안 많이 느꼈다. 나는 더 이상 신인이 아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였다. 경험도 많이 했다. 이제는 공격 포인트를 많이 쌓고 싶다.

당신이 연차가 쌓였다는 말이 너무나도 어색하다. 언제나 '귀염뽀짝'할 줄 알았다.

나도 나이를 먹는 중이다. 벌써 스물 다섯이다. 그래도 계속 신인이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전역의 해가 밝았다. 시간이 참 안갈 것 같다.

사실 작년에도 시간이 정말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시간이 잘 흘러간 것이었다. 올해도 그럴 거라고 기대를 하고 싶다.

전역을 하게 된다면 무엇보다 원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내 직업은 축구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전역 이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축구를 해야한다. 올 시즌을 잘 보내는 것이 내게는 첫 번째로 중요하다. 다른 생각보다는 일단 축구에 집중하고 싶다.

올 시즌 이제 나는 K리그1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팬들께 예전에 보여드렸던 모습보다 좀 더 성숙하고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고 싶다. 그렇기에 더욱 더 준비를 잘해서 찾아뵙고 싶다.

마냥 귀엽고 순수할 것 같았던 박상혁은 차곡차곡 경험을 쌓았고 어느덧 25세의 청년이 됐다. 2022년은 그에게 또다른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김천상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원소속팀 수원삼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상혁도 그걸 알고 있기에 더욱 노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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