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서귀포=김귀혁 기자] WK리그 최강팀 치고 영세한 규모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인천현대제철 레드엔젤스는 지난 10일부터 서귀포 성산읍 일대에 전지훈련지를 차려 다음 시즌을 준비중이다. 지난 시즌 경주한수원의 거센 추격에도 9연패의 전대미문 업적을 달성한 인천현대제철은 이제 10연패는 바라보며 예열 준비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엠블럼 위의 무거운 별의 개수와 달리 실제 전지 훈련장에서 바라본 인천현대제철의 모습은 단촐했다. 마치 창단팀이 선수 모집도 힘든 상황에서 훈련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광경이 제주의 전원적인 모습과 어우러지며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기적의 팀과 같은 모습이었다. 9연패에 이어 역사적인 10연패를 노리는 팀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이런 팀 사정에는 사연이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스포츠니어스>를 통해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10일 발표된 2022 AFC 여자 아시안컵 대회에서 인천현대제철은 구단 레전드 김정미 골키퍼를 포함해 무려 8명이 차출된 상황이다. K리그에서 전북현대나 울산현대가 그러하듯이 뛰어난 전력 탓에 불가피하게 소규모로 전지훈련지에 온 것이다. 어찌 보면 WK리그 최강팀만의 남다른 속사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사실 이맘때 키프로스컵으로도 많이 차출돼서 크게 어색한 점은 없다"라며 익숙한 상황임을 밝혔다. 어느 한 리그에 9년 동안 최강으로 군림한 팀에서 나올 수 있는 특별한 대답이었다. 현재 인천현대제철은 8명이 대표팀에 차출된 가운데 정설빈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총 15명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재미난 점은 스태프가 8명 정도라 사실상 2대1 관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분명 소규모의 팀 훈련이지만 부상에는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관계자는 "공으로 하는 훈련은 하루에 한 번 정도만 진행하고 그 외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개인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부상에 서로 민감한 상황이라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인천현대제철은 이번 대표팀 차출 명단 8명 중 4명이 주축 수비수다. 현재 미니 게임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15명의 선수 중 한 명은 가벼운 부상으로 이날 따로 떨어져 런닝 훈련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선수들은 공의 감각을 살리는 위주의 훈련과 함께 소규모 전술 훈련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미니 게임에는 코칭스태프도 함께 참여했다.

한편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 개최지인 인도로 출국하는 가운데 이번 대회는 오는 20일에 개막해 다음 달 6일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인천현대제철의 스쿼드는 최대 2월 중순이 되어야 완전체의 모습을 갖출 전망이다. 압도적인 1강 인천현대제철은 남모를 고충 속에서도 리그 개막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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