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드래곤즈 제공

[스포츠니어스|대구=조성룡 기자] FA컵 결승전에서 가장 훈훈한 장면이었다.

1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전남드래곤즈의 경기에서 양 팀은 난타전을 벌였고 결국 후반에 터진 정재희의 결승골에 힘입어 전남이 4-3 승리를 거뒀다. 전남은 원정 다득점에서 앞서며 FA컵 우승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 후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 눈에 띄었다. 혈투가 벌어진 이후 기쁨과 허탈함이 감돌았고 시상식을 위해 장내를 정리하는 와중이었다. 준우승으로 허탈해진 대구 응원석을 향해 노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달려갔다. 그러자 대구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응원석으로 박수를 보내며 달려갔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대구의 응원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남의 최호정이었다. 이날 경기에는 뛰지 않았지만 엔트리에 포함돼 '대팍'을 방문한 최호정은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대구를 잊지 않았다.

최호정은 지난 2010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7시즌 서울이랜드로 떠나기 전까지 쭉 대구에 있었다. 그가 떠난지 벌써 5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다. 하지만 최호정은 자신을 데뷔시켜준 팀을 잊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우승 메달을 받으러 갈 때도 최호정은 대구 조광래 대표이사와 반갑게 무언가 이야기하기도 했다.

<스포츠니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남 최호정은 대구를 추억했다. 그는 "내 프로 생활의 처음을 대구에서 기록한 것이 많다"라면서 "데뷔전도 그렇고 첫 골과 도움 등 대구에서 쌓아온 추억이 많다. 그리고 프로 생활 중에 대구에서 가장 오래 뛰었다. 그래서 대구 팬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최호정은 "내가 대구에 입단했을 때는 막내였다. 그 때는 버스에 자리도 없어 기사님 옆에 작은 자리에 앉아 가기도 했다. 팀 조끼를 놓고 와 형들에게 혼나기도 했다"라고 웃으면서 "그 이후로 대구가 많이 바뀌었다. 강팀이 됐고 훌륭한 경기장도 생겼다. 한편으로는 부러우면서 대구가 이렇게 성장했다는 것이 기뻤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광래 대표이사와의 짧은 만남도 소개했다. 최호정은 "원래 조금 무뚝뚝한 분이신데 우승 메달을 걸어주시면서 '고생했데이, 축하한데이'라고 해주시더라"면서 "내가 대구를 떠난지 제법 오래 됐는데 아직도 저를 기억해주시고 박수를 보내주신 대구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최호정은 대구를 떠난 이후 성남FC와 서울이랜드, FC안양을 거쳐 지금의 전남에 자리했다. 유니폼은 많이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어느 팀에서도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로맨티시스트’가 어울리는 최호정은 항상 과거를 잊지 않았고 그렇기에 어디에서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SNS에 FA컵에 키스하는 사진을 올리며 강렬한 코멘트를 남겼다. '아내의 키스만큼은 아니었지만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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