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전주=조성룡 기자] 전북현대 김상식 감독이 우승의 기쁨을 드러냈다.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전북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홈팀 전북은 후반전에 터진 한교원과 송민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제주를 2-0으로 꺾고 K리그1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패배한 제주는 올 시즌 K리그1을 4위로 마감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전북의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 감독은 부임 첫 해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전임 감독들이 만들어온 연속 우승 기록을 김 감독 또한 이어갔다. 이제 전북과 김 감독은 또다시 다음 시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다음은 전북 김상식 감독의 경기 후 기자회견 전문.

경기 소감

특별히 우승 소감은 준비해둔 게 없다. 생각도 해봤는데 생각하면 그게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것 같고 설레발 치는 것 같다. 기쁘다. 많은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한 것 같고 전북 팬들께 특별한 선물과 특별한 날이 된 거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 다 우승을 경험했다.

올해 부담감이 컸다. 그 전에 4연패를 하고 있었고 5연패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많았다. 그러면서 좋은 모습도 있었고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 팬들의 질책도 받고 응원도 받으면서 힘든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그 힘든 시간이 우승으로 마음이 시원해진 게 있다. 선수 때보다 감독으로 우승한 것이 더욱 기쁜 것 같다.

전북의 역사를 발로 뛰고 손으로 쓴 것 같다.

2009년에 이동국과 처음 와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그 때도 못했다. 또 이동국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과 같이 해서 우승을 만들었다. 올해 전북에 와서 9번째 우승을 했고 5연패를 한 것이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수 있다. 이런 기록에 같이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동국과 박지성 어드바이저 등 구단과 힘을 합쳐 전북이 K리그를 이끌고 아시아와 세계로 향하는 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나의 주어진 임무인 것 같다.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가장 힘들었을 때와 우승을 예감한 때는?

힘들었을 때는 초반 무패로 달린 이후 세 경기 연패와 일곱 경기 무승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감독을 처음 하다보니 시행착오도 좀 겪었던 부분이 있었다. 이런 것이 힘들었다. 그렇지만 마무리가 이렇게 잘돼 힘든 것은 잊혀질 것 같다. 전북이라는 팀은 그런 것 같다. 4-0이나 5-0으로 이기면 당연하게 넘어가고 1-0으로 이기면 졸전 끝에 이겼다고 한다. 0-1로 진다면 전북에 이상이 있거나 팀이 망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다가온다.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선수들도 느끼고 있어 감독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1년을 이끌어 나가야할지 고민했다. 그런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 것 같다.

항상 우승에 부담이 있다. 내년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오늘만 즐거우면 된다. 아까 춤춘 것도 울분이었다. 오늘은 즐기고 내년은 내년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4연패를 이루고 감독이 처음 됐는데 5연패 못하면 쪽팔린 것 아니겠는가.

최고 수훈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알다시피 홍정호가 올 한 해 부상 없이 팀을 이끌어줬다. 수훈 선수라고 생각된다. 최철순이나 이용 등 고참 선수들도 경기에 나갈 때나 못나갈 때나 항상 후배들과 동료들을 챙기면서 자기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하는 걸 보여줬다. 덕분에 모든 선수들이 희생할 수 있었다.

감독 김상식의 축구를 만드는데 가장 영향을 준 분은?

대표팀 경력이야 내가 많이 없다. 어떻게 보면 내게 큰 영향을 미쳤던 감독님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최강희 감독님과 김학범 감독님이다. 지금도 한국 축구 최고의 명장인 두 감독님이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두 분의 장단점이 다 있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장점만 다 빼와서 팀을 이끌어가는데 도움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감독상 후보에 올라있다. 욕심이 있는가?

솔직히 욕심은 없다. 나는 이 우승 메달만 있으면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3년 동안 울산의 도전이 거셌지만 결국 전북이 우승했다. 원동력은?

그거는 그 전 인터뷰에서도 많이 이야기 했는데 이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우승컵을 하나하나 들면서 선수들이 우승의 맛을 아는 거다. 음식을 먹어봐야 맛있는 음식을 차리는 것처럼 선수들이 이걸 느끼고 있다. 우승을 하려면 어떻게 하고 어떤 자세로 뛰어야 하는지 전북 선수들이 잘 깨우치고 잘하고 있다. 그런 힘이 전북의 우승 DNA라고 생각한다.

지난 3년에 비해 올해 울산의 도전이 제일 거셌다.

홍명보 감독님이 팀을 잘 만들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가 라이벌 관계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을 것 같다. 울산과 전북을 비교하면 스쿼드나 전술이나 경기 운영, 아니면 선수들의 자세 등 큰 차이가 없다. 작년과 재작년도 그랬다. 이 때도 우리가 조금의 운이 있어서 우승했고 올해도 그랬다. 다른 팀을 평가하기는 좀 그렇다. 앞으로도 좋은 라이벌 관계를 만들어 K리그 흥행에 도움됐으면 좋겠다.

내일부터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 일주일만 시간 주면 안되겠나.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면 다음주부터 이적 시장 등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올해 우승을 했으니 좋은 선수를 많이 영입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많은 언론의 지적도 있었고 나도 느끼지만 9연패 10연패는 더욱 힘들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한 10년을 이끌어왔다면 앞으로의 전북을 10년 동안 이끌 선수들을 데려와야 한다. 이것도 내 몫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준비를 잘하겠다.

내년에는 3관왕 '트레블'에 도전할 욕심은?

아… 좀 쉬다가 생각해보겠다. 시간을 달라. 일단 일주일 정도 즐기고. 항상 좋은 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승 뿐만 아니라 더블과 트레블에도 도전해야 한다. 도전하려면 K리그 특성 상 선수 구성이 중요하다. 구단과 잘 상의해 좋은 선수를 많이 영입해 이를 노리도록 준비하겠다.

일주일 쉬면서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

솔직히 말하면 쉬지도 못한다. 화요일부터 P급 라이센스 교육이 있다. 집이 부산이라 주말 부부가 아니라 월 부부다. 쫓겨나지 않게 선물도 좀 준비하고 내일모레 결혼기념일 등 가족을 챙기면서 쉬도록 하겠다.

'지성과 상식이 통했다'라는 걸개를 들고 있었다.

백승호 선수 영입 때 봤던 현수막을 본 기억이 있어 정겹고 그래가지고… 오늘로서 일은 다 잊혀진 것 같고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해줘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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