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인천=조성룡 기자] 인천현대제철 김은숙 감독대행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돌아봤다.

19일 인천 남동사이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한화생명 2021 W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인천현대제철과 경주한수원의 경기에서 홈팀 인천현대제철이 후반전 터진 최유리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경주한수원을 1-0으로 꺾고 W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인천현대제철은 9년 연속 WK리그 챔피언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면서 여자축구의 '절대 1강'이라는 수식어를 증명해냈다. 올 시즌 경주한수원의 도전이 거셌지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모두 1위를 차지하면서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다음은 인천현대제철 김은숙 감독대행의 경기 후 기자회견 전문.

경기 소감

별 다른 소감보다는 코치 시절 때보다 약간 더 담담했던 챔피언결정전이었던 것 같다. 원정 갔을 때도 무언가 '우리 애들이 해낼 것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쉽게 원정에서 이기고 있다가 페널티킥 실점으로 비겼지만 짧은 시간 준비했다.

이번에 영상 미팅을 하면서 지난해 이야기를 하며 자극했다. 우리가 더 간절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선수 개개인은 우리가 월등하지만 필요없다, 더 간절하고 냉정한 팀이 이길 거라고 주문했다. 선수들에게 많은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 그래서 9연패를 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코치와 감독대행의 우승 느낌은 다른 것 같다.

내가 그런 말을 들었다. "하는 것 없이 감독은 원래 힘들다"라고 하더라. 코치할 때는 선수들만 잘 가르치고 돌보면 됐는데 감독이 되다보니 여러가지 많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뒤돌아봤을 때 지금까지 감독님들이 많이 고생했다는 걸 알고 존경심을 갖게 된다. 한편으로는 나 만의 축구 스타일을 할 수 있어 '이래서 감독을 하는구나'라고 느낀 것 같다.

시즌 초 인천현대제철은 어수선했다. 갑자기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다.

내가 P급 라이센스를 이수하던 시기였다. 갔다 왔는데 엉겁결에 감독대행을 하라고 하더라. '내가 이걸 해야 하는 것이 맞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선수들에게 "나 또한 너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나는 감독이 아니라 변함없이 코치의 마음으로 있을 것이다. 가까이 있을 것이고 어려운 부분을 알아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통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감독 자리는 관계가 약간 무거울 수 있다. 나는 코치를 8~9년 정도 하고 감독대행을 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그래도 허심탄회하게 말해줘 좋았다. 감독대행을 하더라도 어깨에 힘 들어가지 않고 편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이 내게 모든 의견을 내세웠다.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 지소연이 시즌 끝나면 가끔 훈련을 하러 온다. 지소연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내가 하고자 하는 축구를 했다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더라. 유럽의 경우 플레이를 선수들에게 맡긴다더라. 한국은 발전하고 있지만 무언가를 잘못했을 때 호되게 질책이 나올 때가 있다. 지소연은 그게 아쉽다고 하더라. 우리 코칭스태프 선생님들이 정말 고생하면서 모든 훈련을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줬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올 시즌 경주한수원의 도전이 정말 거셌다.

우리가 27명으로 시작해 중간에 외국인 엘리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등 부상자가 나와 걱정했던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이 많이 없었다. 나는 올 한 해를 시작하면서 '여기에 그냥 몸담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열심히 하면 기회를 주는 해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아쉽게 골키퍼 백현희 선수만 WK리그를 뛰지 못했지만 26명의 모든 선수들이 리그 경기를 다 경험해봤다. 이런 팀이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여기에 속해있으면 내게도 기회가 올 수 있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다.

우리는 선의의 경쟁을 경주한수원과 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승점 1점 차이로 우리가 1위를 했다. 하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연기가 되고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경험 있는 선수들이 골을 넣어주면서 우승을 하게 되더라. 그래서 선수들에게 감사함과 동시에 우승DNA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년에 대한 목표와 각오는?

끝났으면 내년을 또 세워야하고 오늘까지만 기뻐할 것이다. 내년을 준비하면서 사실 잘 모르겠다. 내년에도 같이 할지는 나도 모르는 부분이다. 만약 같이 한다면 변함없이 리그에는 좀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팀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2월부터 준비해 시간이 촉박했다. 그리고 국가대표 선수들이 많아 중간에 차출도 많아 조직력 다질 시간도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도 선수들이 스스로 무언가 이끌어내는 부분이 고마웠다. 내년에는 대표팀 합숙이 많을 것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A매치도 대회도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할 것이다. 나는 대표팀이 아닌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그게 내년 성적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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