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부천=조성룡 기자] 충남아산의 운수는 이날 어땠을까?

23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부천FC1995와 충남아산FC의 경기에서 양 팀은 90분 동안 치열한 승부를 벌였지만 90분 내내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채 0-0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씩 나눠가져야 했다. 부천은 최하위로 떨어졌고 충남아산도 서울이랜드에 밀려 9위로 내려갔다.

올 시즌 내내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이 언급하는 단어가 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운'이다. 사실 프로의 세계에서 운이라는 일종의 미신과 같은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낯설다. 하지만 유독 박 감독은 올 시즌 "우리에게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경기 전에는 "운이 따라줬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한다.

그런데 충남아산의 수치를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충남아산의 득점과 실점은 K리그2 중위권, 6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8위다. 5~7위와 승점 3점 가량이 벌어져 있다. 박동혁 감독은 "우리가 올 시즌 코너킥 실점이 단 한 번도 없다"라고 부연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날도 그랬다. 충남아산은 분명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특히 전반 38분 알렉산드로가 텅 빈 골문 바로 앞에서 논스톱 슈팅을 때렸을 때는 모두가 골을 직감했다. 선제골을 넣은 충남아산은 상당히 강하다. 그런데 이 슈팅이 위로 뜨면서 크로스바를 맞고 말았다.

그리고 후반전에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공중볼을 경합하던 한용수가 파울을 범하면서 페널티킥을 내줬고 퇴장까지 당했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었다. 박동혁 감독이 다시 한 번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라고 토로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날 충남아산은 계속해서 최악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래도 반전은 있었다. 키커로 나온 부천 팀 내 최다 득점 1위인 박창준의 슈팅을 충남아산 이기현 골키퍼가 막아내면서 충남아산은 패배를 면했다. 넉 달 만에 선발로 출전한 골키퍼가 박창준의 킥을 막았다는 것은 충남아산에 분명 운이 따르는 장면이었다.

수적 열세 속에서도 기세를 몰아 충남아산은 승리까지 노렸지만 승점 3점까지는 따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추가시간에 심판 판정에 항의하던 이정규 코치가 퇴장을 당하면서 충남아산은 다음 경기를 두 명 없이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놓였다. 운이 따른 것 같기도 따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한 경기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박 감독은 웃더니 "참 어려운 질문이다"라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에둘러 말했지만 그는 "운이 없었다"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과연 충남아산은 운수 좋은 날을 보냈을까 운수 없는 날을 보냈을까? 제목의 'OO'은 독자들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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