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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전주=김현회 기자] 포항스틸러스와 울산현대는 지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이기면 전주에서 더 생존하는 ‘오징어 게임’을 시작한다.

포항스틸러스는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오후 2시 나고야그램퍼스와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단판승부를 펼친다. 전북현대와 울산현대는 같은 경기장에서 저녁 7시부터 격돌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들은 오는 20일 역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4강 단판승부를 이어간다. 지면 곧바로 탈락하고 이겨야 살아남은 말 그대로 ‘서바이벌 게임’이다. 최근 흥행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각 구단들의 상황은 어떨까. 이번 대회는 전주에서 열리지만 주최는 전북현대가 아니라 AFC다. 프로축구연맹도 함께 대회를 운영 중이다. 전북현대의 협조도 중요하지만 연맹이 해야하는 역할이 크다. 보통 K리그에서 원정경기를 치르면 각 구단이 알아서 숙소를 잡지만 AFC 챔피언스리그는 다르다. 연맹이 직접 전주 숙소를 잡아서 구단에 제공해야 한다. 연맹은 포항스틸러스와 울산현대를 한 호텔에 배정했고 나고야를 또 다른 호텔로 안내했다. 전북은 클럽하우스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나고야를 다른 호텔에 배정한 건 해외에서 입국한 팀의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한 관계자는 “서로 코로나19를 경계한다”면서 “대회를 위해 입국한 일본 선수들이나 AFC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코로나19가 감염될까봐 조심하고 국내 관계자들은 해외에서 온 이들로부터 코로나19가 옮을까봐 조심한다”고 전했다. 나고야그램퍼스는 훈련 일정 외에는 숙소 밖으로 이동할 수 없는 쉽지 않은 환경에서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훈련 일정도 연맹이 조율해야 한다. 현재 전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훈련장은 많지 않다. 결국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하는 걸로 일정을 확정했다. 오전 훈련을 선호한 나고야그램퍼스를 오전에 배정했고 낮 2시 경기라 오후 훈련을 하고 싶어했던 포항을 오후로 배정했다. 저녁 경기를 준비하는 울산현대는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저녁에 훈련을 했다. 클럽하우스를 사용 중인 전북현대는 클럽하우스에서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연맹은 포항과 울산, 나고야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숙소 일정이 재미있다. 경기에서 이기면 오는 20일 다시 전주에서 4강전을 치러야 한다. 연맹은 일단 포항과 울산, 나고야의 숙소 일정을 20일까지 다 잡아놨다. 이 중 떨어진 팀은 그대로 짐을 싸서 돌아가면 된다. ‘오징어 게임’에서 달고나에 침을 발라 열심히 뽑기를 했던 것처럼 이 팀들은 이기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이 생존 전쟁에서 오는 20일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포항과 울산 등은 4강에 올라도 클럽하우스로 돌아가지 않고 20일까지 전주에 남아 컨디션을 관리하며 준결승을 준비할 예정이다.

포항 관계자는 “이기면 20일까지 쭉 전주에서 훈련하며 경기를 준비할 예정이고 지면 그대로 짐을 싸서 포항으로 가면 된다”고 웃었다. 누가 살아남을지 알 수 없다. 다만 살아남는 팀들만이 20일까지 전주의 숙소에 남아있을 수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나선 이 네 팀은 20일까지는 모든 일정을 비워놓은 상황이다. 일단은 전주에 남겠다는 같은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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