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전주=김현회 기자] 전북현대가 AFC 챔피언스리그 8강 두 경기를 치르면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단판승부 경기에서 전북현대는 2-3으로 패했다. 서로 두 골씩 주고 받으며 90분 승부를 마무리한 두 팀은 결국 연장에 돌입했고 결국 전북은 연장 전반 10분 이동경에게 통한의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전북의 올 시즌 아시아 무대 도전은 여기에서 멈춰야 했다. 이날 전북-울산전에 앞서 오후 2시부터는 포항과 나고야그램퍼스의 경기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이 경기는 프로축구연맹이 우리나라 개최를 결정한 뒤 적합한 도시를 검토한 끝에 전주로 낙점했다. 전주시 역시 개최를 수락했다. 사실 전북현대는 이 AFC 챔피언스리그가 안방에서 열리는 것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안방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포항과 울산, 나고야 선수단은 호텔 생활을 했지만 전북은 클럽하우스에서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이 경기는 아시아축구연맹이 주최하고 프로축구연맹이 함께 하고 있다. 해외에서 들어온 선수단이나 심판진, 관계자들이 전주까지 이동시키는 일이나 AFC에 보고해야 할 사안 등은 연맹에서 담당해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상황 대부분은 전북현대가 담당한다. 전북현대로서는 사상초유의 ‘더블헤더’ 경기를 소화하면서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경기장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북현대가 처리한다. 장내 아나운서부터 티켓팅, 기자석 준비 등은 모두 전북현대 구단이 했다. 이번 8강 두 경기는 경기 하루 전 감독과 선수 인터뷰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됐다. 기자들에게 해당 링크 주소를 메시지로 전송하면 약속된 시간에 접속해 질문을 하고 기사로 내는 방식이다. 경기 후에도 기자들은 기자회견장으로 출입하지 못하고 전송된 유튜브 링크에 접속해 감독들을 온라인에서 만났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유튜브 채널이 AFC나 프로축구연맹이 아니라 전북현대 유튜브 계정이라는 점이다. 물론 주소가 일반 팬들에게도 공유되지 않아 일반 팬들의 접속은 안 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기자회견이 전북현대 유튜브 계정을 통해 진행되는 건 독특한 일이다. 전북 관계자는 “우리 구단 인력이, 우리 구단 시스템에 맞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 구단 계정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장 내 안전요원들은 포항-나고야전이 끝난 뒤 잠깐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다시 들어오는 전북-울산전 관중을 맞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와중에 전북현대는 홈 경기지만 홈 이점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 이 경기는 엄밀히 말하면 전북현대 홈 경기로 치러진 게 아니라 중립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경기인 터라 홈 분위기를 풍길 수 없었다. K리그 경기라면 전북현대에 큰 힘을 불어넣어줬을 장내 아나운서도 중립적인 자세를 지키며 안내 방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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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는 원정팀 팬이 경기장에 들어올 수 없지만 AFC 챔피언스리그는 다르다. 이날 포항-나고야전에는 포항 팬들이 대거 몰렸고 나고야 원정 관중석에도 몇몇 팬들이 자리했다. 전북을 상대하는 울산 팬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K리그에서는 최근 들어 볼 수 없는 풍경이 이날 전주성에서는 펼쳐졌다. 원정팬을 받지 않는 K리그에 익숙해진 일부 전북팬들은 원정팬 구역인 S석 좌석을 예매했다가 부랴부랴 취소하기도 했다. 전북 관계자는 “아마 예매를 취소하지 못해 S석에 우리 팬들이 군데군데 섞여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전북현대가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치르면서 발생하는 비용 중 일부는 연맹을 통해 지급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처음 겪는 ‘더블헤더’에 원정 팬들까지 받아야 하는 정신없는 상황은 전북으로서 생소했다. 전북현대는 이날 몰려드는 취재진을 위해 점심과 저녁, 두 끼의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다른 K리그 구단이 도시락을 공수해 제공하는 반면 전북현대는 직접 경기장 내 식당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을 제공한다. 점심은 제육볶음, 저녁은 소세지볶음에 짜장이 나왔다.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은 AFC와 연맹의 노력도 있었지만 전북현대의 보이지 않는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전북은 이날 경기에서 패하며 AFC 챔피언스리그 8강 문턱에서 탈락했다. 오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가 4강전을 펼친다. 전주성에서 펼쳐지는 '동해안더비'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북 입장에서 더 씁쓸한 건 20일 경기 역시 경기 운영에 관해서는 전북 구단이 해야할 일이 많다는 점이다. 전주성에서 열리는 남의 잔치가 씁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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