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포항=조성룡 기자] 포항 김기동 감독에게 '사용설명서' 유무를 물어봤다.

21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포항스틸러스와 울산현대의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포항 김기동 감독은 "우리가 세레소 오사카와 경기한 이후 선수들과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있는 것 같다"라면서 "다만 이번 경기에서 준비를 잘했는데 강현무가 부상으로 인해 나오지 못해 마음이 걸린다. 그래도 조성훈이 많은 준비를 했고 배웠을 것이다. 조성훈을 믿고 선수들이 많이 도와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 감독의 말 대로 이날 포항은 강현무를 제외하고 조성훈에게 프로 데뷔전 기회를 줬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강현무는 경기를 뛰다가 다친 것보다 그동안 조금씩 발목에 문제가 누적된 것 같다. 본인이 경기를 뛰면 팀에 해를 끼칠 것 같다고 하더라. 점프 등 발목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라면서 "나도 중요한 시점에서 강현무가 간절히 뛰기를 원했지만 본인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선수 의견을 수렴해 쉬게 해줬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김 감독은 데뷔전을 치를 조성훈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부담이 될 것 같았다. 코치에게 이야기를 전했을 뿐이다"라면서 "고참급 선수들에게 조성훈에게 도와주라고 말했다. 나가기 전에 자신있게 하라고 한 마디를 해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포항은 코호트 격리 중이다. 김 감독도 격리 중에 경기에 나선다. 현재 격리 생활에 대해 김 감독은 "외롭기는 외롭다. 그래도 좋게 생각을 하면 혼자 나 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 놓쳤던 부분에 대해 고민도 하고 영상을 보며 체크도 한다"라면서 "시간이 많으니까 정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주로 우리가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왔던 것들을 돌아본다. 교체를 잘못해 실수하는 등의 상황을 복기하거나 현 상황을 어떻게 하면 잘 극복하고 헤쳐나갈 수 있을지 생각한다"라면서 "마지막으로 선수들과 좀 더 소통하면서 격의 없이 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한다"라고 소개했다.

그가 단지 코호트 격리 기간 동안 걱정하는 것은 외국인 선수들이었다. 김 감독은 "국내 선수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다만 외국인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지루해하는 면이 있다"라면서 "오랜 기간 아내 등 가족들이 타국에서 혼자 지내는 부분이 예민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 나머지는 큰 걱정은 안한다"라고 말했다.

포항은 동해안더비에서 울산을 잡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 김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을 하고 준비하고 작전판을 갖다놓고 큰 틀을 잡아줘도 축구라는 게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는다"라면서 "하지만 울산에 분명 허점은 있다. 그 부분을 선수들에게 자신감 있게 잘 공략하라고 지시했다. 스코어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잘 맞아 떨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면 뛰는 선수들이 힘이 날 것이다. 경기가 안되면 선수들도 짜증이 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타 팀 팬들은 김 감독에게 "이적 선수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주지 않는다"라는 농담 섞인 원성을 보내고 있다. 포항에서 이적한 선수들이 새로운 팀에서 쉽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담긴 반응이다. 조심스럽게 이 이야기를 전하자 김 감독은 고개를 숙이면서 크게 웃었다.

이후 김 감독은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는 "나는 사실 아쉽다. 팔로세비치도 그렇고 (최)영준이와 (김)승대… 일류첸코도 골은 넣지만 아쉽다"라면서 "그 선수들은 우리 팀에서 했던 것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거라고 자신을 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서 김 감독은 "그런데 선수들에게 그 모습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제자들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라면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더니 김 감독은 한 마디를 던졌다. "그러면 다시 부를까?" 농담 같았지만 김 감독의 진심 또한 묻어난 말이었다. 김 감독은 "제자들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