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춘천=김현회 기자] 강원FC 팬들은 따뜻했다.

1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1 2021 강원FC와 수원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폭우 속에서도 이날 경기장에는 1,086명의 관중이 들어차 열기를 자랑했다. 강원FC는 이 경기에서 고무열의 두 골과 윤석영 한 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장 한 켠에는 강원 서포터스 ‘나르샤’가 내 건 걸개 하나가 있었다. 바로 최근 운명을 달리한 故여효진을 추모하는 걸개였다. 이들은 ‘여효진,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1983년생인 故여효진은 2002 한일월드컵의 4강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점찍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수비수였다. 그는 당시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발탁돼 히딩크호 선수들과 연습생으로 함께 훈련하기도 했다.

故여효진은 2003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도 출전해 16강의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고 FC서울에 입단한 뒤 광주상무를 거쳐 2012년 부산으로 이적한 뒤 2013년부터 세 시즌 동안 고양 Hi FC에서 활약했다. K리그 통산 111경기에 출장해 3골 3도움을 기록했다. 故여효진은 2019년 12월 암 진단을 받고 2020년 2월 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는 등 투병에 매진했지만 지난 달 31일 세상을 떠났다.

강원FC는 故여효진과는 특별한 인연은 없다. 故여효진이 강원 유니폼을 입고 뛴 이력은 없다. 하지만 ‘나르샤’는 고인을 기리면서 ‘여효진,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걸개를 내걸었다. 구단 관계자는 “강원 팬들이 이런 슬픈 일에는 그래도 꼭 애도의 뜻을 표하려고 한다”면서 “고인과 우리 구단 사이에는 큰 인연은 없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축구인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 애도를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나르샤’는 지난 달 25일에도 조용히 추모 걸개를 내걸었다. K리그1 휴식기 동안 접한 슬픈 소식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최근 유명을 달리한 故유상철, 故김희호, 故차기석을 추모하는 현수막을 한꺼번에 내걸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 셋의 이름을 모두 내걸며 추모했다. K리그1이 재개되면서 최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을 잊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원 팬들은 지난 25일 제주전을 맞아 미리 제작한 추모 현수막을 내걸었다.

강원FC가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 구단도 아니고 고인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팬들은 조용히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강원 관계자는 “우리 팬들이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다른 구단 팬들처럼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를 직접 제작하지는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슬픈 일이 있으면 현수막을 주문 제작해서라도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강원 팬들은 세상을 떠난 축구인들을 이렇게 따뜻하게 보내줬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