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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성남=김현회 기자] 남아공과 네덜란드 이중국적자도 아는 K-POP을 한국 아재 기자들이 몰라 취재에 애를 먹어야 했다.

수원FC는 2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성남FC와의 원정경기에서 라스와 무릴로, 이영재의 연속골에 힘입어 뮬리치가 두 골을 기록한 성남FC에 3-2로 이겼다. 이전 경기에서 세 경기 연속 무승(2무 1패)을 기록 중이던 수원FC는 이날 승리로 무승 행진을 마무리했다. 특히나 이날 라스는 전반 4분 팀의 선제골을 뽑아내면서 맹활약했다.

경기 종료 후 라스는 기자회견장에 등장해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누가 뭐래도 수원FC 최전방 공격수 라스였다. 경기 전부터 성남 김남일 감독은 라스를 경계했다. 김남일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상대가 라스의 높이를 이용한 플레이를 펼친다”면서 “라스에게 공을 올려주고 세컨드볼을 노리는 형태의 플레이를 잘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기세가 좋은 라스를 위협적인 선수로 지목한 것이다.

이날 라스는 눈부신 기량을 뽐냈다. 전반 4분 만에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있다가 터닝 슈팅으로 팀의 첫 번째 골을 뽑아냈다. 최전방 공격수가 보여줘야 할 교과서 같은 플레이였다. 이뿐 아니다. 라스는 90분 내내 상대 뒷공간을 파고 드는 움직임과 등을 지고 돌아서는 연계 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혔다. 후반 39분에는 김승준에게 완벽한 슈팅 기회를 내주기도 했다. 공중볼 장악 능력도 뛰어났다.

이날 라스의 공식 기록은 한 골이지만 그는 한 골 이상의 대활약을 보여줬다. 지난 해 벨트비크라는 이름으로 전북현대에 입단해 무색무취한 플레이에 머물렀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당시 전북현대에서 10경기에 출장해 한 골에 그쳤던 라스는 지난 시즌 후반기 수원FC로 이적해 17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며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에는 기량이 완전히 만개한 모습이다. 17경기에 나서 벌써 8골을 넣었고 도움도 4개나 기록했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인 라스는 유쾌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올 시즌 초반 삐끗했던 수원FC가 점차 살아나고 있는 비결을 묻자 진지하게 답변을 한 라스는 “내가 포항전을 제외하고는 라커룸에서 경기 전에 DJ 역할을 했는데 DJ를 잘해서 우리가 더 잘해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주로 R&B와 랩 음악을 튼다”면서 “한국 선수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한국 선수들이 요구하면 그 선수들이 원하는 음악도 틀어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라스는 “조유민이나 정동호가 원하는 노래를 잘 이야기한다”면서 “그 친구들이 원하는 노래가 있다고 하면 내가 검색할 때도 있고 동호나 유민이가 검색창에 검색을 해서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통역사는 “라스가 직접 노래 검색을 잘 한다”고 귀띔했다. 경기장에서는 진지했던 라스는 기자회견장에서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맹활약한 라스는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혹시 한국 선수들을 위해 틀어주다가 익히게 된 한국 노래도 있느냐”는 질문에 라스는 곧바로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하지만 슬픈 사실은 정작 남아공과 네덜란드 이중국적자인 라스가 아는 한국 노래를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라스는 멜로디를 흥얼거렸지만 통역은 물론 기자회견을 진행한 성남FC 홍보팀 관계자와 세 명뿐이던 기자들도 이 노래를 몰랐다. 한글을 잘 모르는 라스는 답답한 마음에 스마트폰 음악 재생 어플에서 본 글자 모양까지 책상에 손가락으로 써가며 제목을 전하려고 했지만 그 누구도 이 곡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라스는 “내가 말한 이 곡이 내 핸드폰에 있는데 지금은 핸드폰이 없어서 노래 제목을 모르겠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조유민과 정동호가 주로 요청한다는 이 곡명과 이 곡을 부른 가수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외국인도 흥얼거리는 K-POP을 정작 한국인 ‘아재 기자’들은 아무도 몰라 소통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었다. 라스는 아무 잘못이 없다. 트렌드에 뒤쳐진 취재진이 잘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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