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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부천=김현회 기자] 서울이랜드 벤치에는 이상한 장비가 있었다. 뭘까.

17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2 2021 부천FC와 서울이랜드의 경기가 열렸다. 양 팀 벤치에는 늘 그랬듯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모습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서울이랜드 벤치 옆에 자리한 장비였다. 이 장비 앞에는 서울이랜드 송기호 ‘스포츠 사이언티스트’가 서 있었다. 다른 구단에서는 피지컬 코치라고 칭하지만 서울이랜드는 여기에 더 전문적인 역할을 부여해 이 역할을 하는 이들을 스포츠 사이언티스트라고 부른다.

그는 벤치 옆에 노트북과 장비를 설치해 놓고 전반 내내 이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그리고는 하프타임이 되자 이 자리에 서서 무언가를 빠르게 편집했다. 송기호 스포츠 사이언티스트는 “GPS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전반전 동안 얼마나 뛰었는지, 어떻게 뛰었는지 데이터가 나온다”면서 “이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다른 경기 전반전과 오늘 경기 전반전에서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곧바로 분석해 하프타임 때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한다”고 했다.

정정용 감독은 취임 이후 <스포츠니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U-20 월드컵에서도 필요했던 부분에 대해선 데이터 분석을 사용했다”면서 “U-20 월드컵 때 했던 것처럼 서울이랜드에서도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U-20 대표팀에서 넘어오는 코치들이 있다. 각자의 포지션을 정확하게 주고 싶다. 짧은 훈련 안에서 효율성을 내야 한다. 이를 위해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송기호 스포츠 사이언티스트는 하프타임 때 빠르게 정보를 편집해 코칭스태프에게 넘겼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특징이 그대로 데이터로 전달된다. 그는 “감독님께 이 정보를 전달하면 여기에 따라서 선수 교체를 판단하신다”고 전했다. 서울이랜드는 2020년 정정용 감독이 부임한 이후 홈과 원정경기를 막론하고 이렇게 선수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즉시 반영하고 있다. 송기호 스포츠 사이언티스트는 후반전에도 장비 앞에 서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정보를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했다. 교체 선수가 들어갈 때면 유니폼 안 쪽에 GPS를 다는 일도 직접 했다.

팀장격인 박지현 이랜드 피지컬 코치는 "K리그에는 '스포츠 사이언티스트'를 팀으로 두는 구단이 없지만 대표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팀 등은 일찍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경기 때는 물론이고 '스포츠 사이언티스트팀'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선수들의 체질과 몸 상태를 분석해 식단을 조절하기도 하고 선수 개개인이 가진 장단점을 분석해 훈련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기 외에도 훈련장에서도 장비를 활용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한다.

최근 K리그 구단들은 훈련과 경기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서울이랜드는 ‘과학 축구’에 가장 앞서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송기호 스포츠 사이언티스트는 “다른 팀들은 무료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경기 후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는 실시간으로 코칭스태프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서울이랜드가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건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축구 현장에서 마치 FM을 하듯 데이터로 축구와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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