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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성남=김현회 기자] 25일 성남FC와 수원삼성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경기가 열린 탄천종합운동장. 45분 경기를 마치고 하프타임이 되자 장내 아나운서와 함께 성남의 주장 서보민이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이 둘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경품 추첨 행사를 진행했다. 시시한 경품이 아니었다. 이들이 추첨해서 나눠줄 경품은 바로 자동차였다.

성남FC는 이날 ‘쎄보데이’를 진행했다. ‘2021 캠시스 CEVO-C SE’ 전기차를 경품으로 나눠주는 행사였다. 출시가만 1,570만 원인 전기차다. 이날은 ‘쎄보데이’의 마지막 날이었다. 서보민은 추첨통에 손을 넣은 뒤 종이 한 장을 뽑았다. “499번 관중 분 계신가요?”

이 울림에 경기장 한 편에서 손을 흔드는 남성이 있었다. 바로 옆 친구들도 깜짝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서보민이 뽑은 종이 한 장에 이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2021 캠시스 CEVO-C SE’의 새 주인이 된 ‘499번 관중’이었다. 이 관중은 전광판에 잡혀 주위 관중의 축하와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그가 카메라를 향해 등을 돌려 보이자 모두가 감탄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가 입은 유니폼에는 서보민의 이름이 마킹돼 있었기 때문이다.

서보민이 뽑은 당첨자는 바로 자신이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팬이었다. 더더욱 의미 있는 선물이었다. 당첨의 주인공은 성남에 거주하고 있는 김민준(36세) 씨다. 김 씨는 당첨 이후 곧장 구단 관계자로부터 모형 자동차키를 받고 기념 사진을 찍은 뒤 당첨된 종이를 보여줬다. 구단 관계자는 “경기가 끝난 뒤 내려오셔서 자동차를 수령해 가시면 된다”고 했다. 미니카도 아니고 실제 자동차를 경품으로 탄 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김민준 씨와 친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랐다. 김민준 씨는 “요새 경기장을 자주 왔는데 오늘도 경품으로 전기차를 준다는 건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내가 이런 경품에 당첨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아주 작은 경품도 당첨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장내 아나운서가 ‘499번’을 외쳤을 때도 모르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말해줘서 알았다”고 기뻐했다.

그는 “오늘 서보민 선수가 경품 추첨을 한다고 해서 좀 더 특별한 기운이 있긴 했다”면서 “성남FC가 출범한 이후 내 연고팀이어서 늘 응원하고는 있었지만 특정 선수를 좋아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유니폼은 우리 팀의 주장 유니폼으로 구입하고 싶어 서보민의 이름을 새기게 됐다. 이 유니폼을 한 달 정도 입고 경기장에 왔는데 오늘 서보민 선수가 나에게 이런 선물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자신의 차를 끌고 경기장에 왔다. “올 땐 차가 한 대였는데 갈 땐 두 대가 됐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친구는 “내가 끌고 가 주겠다”고 웃었다. 김민준 씨는 “오늘 차가 이렇게 한 대 더 생길 줄은 몰랐다”면서 “계획에 없었던 일인데 차가 한 대 더 생겼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집에 가서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전했다.

서보민이 또 다른 서보민에게 준 큰 선물이었다. 서보민 유니폼을 입고 서보민으로부터 행운을 넘겨 받은 그는 “요즘 서보민이 부상 중이라 경기에 나오지 못해서 아쉽다”면서 “빨리 회복해서 경기장에서 만나고 싶다. 오늘 우리 주장이 주신 차는 앞으로도 잘 타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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