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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수원=조성룡 기자] 대구FC 이병근 감독이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등장했다.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수원삼성과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홈팀 수원이 김건희와 강현묵, 정상빈의 골에 힘입어 울산을 3-0으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8위에 머물러 있던 수원삼성은 이날 승리에 힘입어 상위권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날 경기에는 예상치 못한 축구계 인사들이 찾았다. 먼저 올림픽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스태프를 대동하고 등장했다. 워낙 K리그 경기를 열심히 보는 김 감독인지라 그의 등장은 그리 놀라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등장하고 몇 분 뒤 한 중년 남성이 조심스럽게 경기장에 들어왔다.

그는 바로 대구 이병근 감독이었다. 전날 열린 FC서울 원정에서 1-0 승리를 거둔 이후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대구의 다음 상대는 수원삼성이다. 상대의 전력을 직접 살펴볼 겸 경기장을 찾았다. 이 감독은 수원 구단 관계자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스포츠니어스>와 경기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전날 승리를 축하하자 "정말 죽다 살아났다"라면서 웃었다. 알고보니 서울과의 경기에서 가슴 졸이는 장면이 꽤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골대를 몇 번이나 맞췄는지 모르겠다"라면서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긴 덕분에 그의 얼굴은 활짝 펴 있었다.

그래도 최근 대구는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서울전에서 승리했지만 대구는 아직도 2승 3무 5패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 감독이 활짝 웃는 모습도 자주 보기 어려웠다. 서울전을 승리했다고 하지만 빡빡한 일정과 쉽지 않은 상대들의 연속이다.

조심스럽게 이 감독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자 그는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라면서 "그래도 부상 당한 선수들이 하나 둘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복귀하니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수원에서도 이 감독을 알아보는 팬은 꽤 많았다. 그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약 10년 동안 수원삼성에서 뛰었고 은퇴 후에는 코치로도 활약했다. 2018년에는 서정원 감독이 사퇴한 이후 수원삼성의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다. 지나가는 이 감독을 향해 수원 팬들이 말을 걸고 격려하자 이 감독도 사람 좋은 미소로 팬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날 이 감독의 표정은 마냥 좋을 수는 없었다. 대구의 다음 경기에서 만날 상대팀인 수원삼성이 강호 울산을 만나 강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3-0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아마 대구로 돌아가는 이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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