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호 FC안양 구단주가 스포츠니어스와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FC안양

[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FC안양 최대호 구단주가 구단의 발전을 위한 야심찬 비전을 밝혔다.

최대호 구단주는 22일 안양시청사에서 <스포츠니어스>와 단독으로 만나 올 시즌 FC안양의 성적을 되짚어 보고 내년 시즌 각오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올 시즌은 너무 힘들었다”면서 “코로나19 문제로 우리의 흐름이 끊긴 채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개막에 맞춰 체력 등을 준비했는데 개막이 연기되면서 이 흐름이 끊어졌다. 그러면서 개막 이후 다섯 경기 동안 승리를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 올 시즌 구단주 자격으로 홈 경기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방문했다. 장철혁 단장과 함께 전술에 대해 토론하기도 하는 등 매번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최대호 구단주는 “될 듯 말 듯 하다가 안 되더라. 그래서 나도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면서 “답답하고 힘들었다. 시즌 중반에 잠시 연승을 하기도 했지만 다시 시즌 막판에 분위기가 좋지 않아졌다. 아무래도 지난 시즌에 너무 잘하다보니 기대 심리도 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대호 안양시장(왼쪽)와 윤화섭 안산시장의 모습. ⓒ 안산그리너스

최대호 구단주의 애정, 전술 예상과 등번호 외우기

최대호 구단주는 제7대 경기도 안양시 시장이던 지난 2013년 FC안양 창단에 큰 힘을 보탰다. 이후 그는 안양시장직을 내려놓으며 FC안양과 한 발 떨어져 있다가 지난 2018년 7월 안양시장에 재당선되면서 FC안양 구단주로 복귀했다. 누구보다도 FC안양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그는 머릿 속으로 FC안양 포메이션을 그려보는 게 하루 일과의 마무리일 정도다. 이 정도면 직위만 구단주가 아니라 정말 열렬한 안양 팬이다.

최대호 구단주는 “경기가 열리기 전 날이면 밤에 자기 전에 누워 내일 경기 그림을 그려본다”면서 “내일은 포백일까, 스리백일까. 어떤 선수가 컨디션이 좋을까 혼자 막 상상한다. 감독한테 물어보지는 못하고 혼자 그러는 거다. 특히나 올 시즌 우리 팀 전술 변화의 핵은 유종현이었다. 상대 공격이 장신이라면 유종현이 나와야 하고 빠른 선수가 나오면 유종현이 불리하다.닐손주니어를 수비의 중심에 놓을지, 중원에 포진시킬지도 예상해 본다. ‘왼쪽에는 누가 나올까? 최호정은 내일 잘해줄까?’ 막 이런 생각을 하며 잠에 든다”고 웃었다.

최대호 구단주는 선수들의 등번호를 줄줄이 외우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일부러 외우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자연스레 이를 외우게 됐다. 최대호 구단주는 “작년 2월에 선수단에게 고기 회식을 시켜준 적이 있다”면서 “전날 밤 잠이 안 와서 누워 있다가 1번은 양동원, 2번은 누구, 3번은 누구… 이런 식으로 선수 이름과 등 번호를 다 읊어봤다. 이게 관심이 있다 보니 줄줄 외워지더라. 잠이 안 온다고 선수들 등번호를 읊는 수준이라면 진짜 안양 팬이 맞지 않나. 다음 날 회식 자리에서 선수들 등번호를 줄줄이 말하니 선수단에서 박수를 보내주더라”고 덧붙였다.

최대호 안양시장(왼쪽)와 윤화섭 안산시장의 모습. ⓒ 안산그리너스

“부천만 만나면 왜 그렇게 힘들까요”

구단주나 대표, 단장 등의 과한 애정은 때론 월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선수 보강 및 전력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감독이 아닌 이들의 입김이 세지는 경우가 K리그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최대호 시장은 “경기 전날 내가 예상한 선발 명단이 반쯤 맞고 반쯤은 꼭 틀린다”면서 “선수 선발부터 경기 운영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이 선수를 넣어달라고 하는 건 금기다. 마음 같아서는 너무 궁금해서 그래도 경기하기 전에 선발 명단을 나에게만 좀 더 빨리 ‘카톡’ 보내줄 수 없겠느냐고도 해봤는데 공식적으로 선발 명단이 뜨는 경기 한두 시간 전에 선발 명단을 보내준다. 그냥 내 예상 엔트리와 실제 엔트리를 재미삼아 맞춰보는 수준이다”라고 웃었다.

지난 시즌 3위를 기록한 안양은 올 시즌 줄곧 고전했고 결국 10개 팀 중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최대호 구단주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기대심리가 크다 보니 오버페이스를 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올 시즌 부천과의 좋았던 경기에 대해 떠올렸다. 최대호 구단주는 “우리가 이상하게 부천만 만나면 징크스가 있었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부천과의 승부는 힘겨웠다”면서 “지난 8월 우리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 부천에 한 골을 먼저 내주고 아코스티와 권용현이 연속골을 넣어서 이긴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최대호 구단주는 “우리가 부천만 만나면 힘을 잘 쓰지 못했다”면서 “부천이 안양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부천이 원래 촘촘하게 미드필드부터 수비를 하는 스타일인데 이렇게 수비를 하다가 한 번에 올라와서 공격하는 부천에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우리가 수비적인 팀에 약점이 있더라. 내가 축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안양은 늘 수비적인 팀을 상대로 골을 넣지 못하거나 한 골 정도 넣는 게 보통이다. 안산을 만나서도 그런 적이 있다”고 짚었다. 최대호 구단주는 안양이 수비적인 상대를 만나 고전했던 경기를 아주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최대호 안양시장(왼쪽)와 윤화섭 안산시장의 모습. ⓒ 안산그리너스

안양에 이우형 감독이 돌아온 이유

안양의 올 시즌은 실패에 가까웠지만 이제 안양은 새로운 시즌을 향해 달려야 한다. 안양은 지난 시즌 3위를 차지한 뒤 올 시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김형열 감독과 결별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창단 감독인 이우형 감독이 복귀했다. 최대호 구단주의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는 “올 시즌 여름 이적시장에서 6명의 임대생이 왔고 이 선수들이 주전이 됐다”면서 “성적이라도 좋았으면 다행인데 성적도 나오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임대 온 다른 팀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었고 정작 우리 선수들은 임대 선수들을 돕는 역할이었다. 이 부분이 돌이켜보니 굉장히 아쉬웠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최대호 구단주는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우리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시간이었다면 다음 시즌을 위해서도 희망적이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임대 선수들을 대거 데려와 성적이 부족하고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었다. 김형열 감독이 2019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낸 뒤 한 번 실패한 거라 거취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었고 그러면서 이우형 감독을 선임하게 됐다. 우리팀 창단 감독이고 최근에도 강화부장을 하면서 모든 경기를 다 분석했다. 우리팀은 물론 상대팀에 대한 파악도 빠르다. 그래서 그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양은 감독 선임 이후 아직 정식 발표가 나지는 않았지만 팀에 보탬을 줄 만한 자원들을 속속 영입했다. 최대호 구단주는 “프로는 돈이다”라면서 “시민구단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선수 영입 경쟁이 밀릴 수밖에 없다. 선수를 주도적으로 영입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하지만 다가올 시즌에는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포지션별로 한 번 영입 경쟁을 해볼 생각이다. 감독과 단장에게 선수 영입의 전권을 부여했다. 벌써 90% 정도는 영입이 마무리 됐다고 하더라”는 말을 이었다.

최대호 안양시장(왼쪽)와 윤화섭 안산시장의 모습. ⓒ 안산그리너스

100년 구단의 토대가 될 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

그러면서 그는 “포지션별로 몇 명만 더 영입하면 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선수를 다 못 봤다”면서 “감독과 단장한테 들어보니 기대해 봐도 좋을 거라고 하더라. 지금은 기다려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고 웃었다. 최대호 구단주는 “올 시즌에는 거액을 들여 영입한 아코스티가 부상도 많았고 옆에서 받쳐 줄 선수들도 부족했다”면서 “이제 아코스티는 가족들까지 한국으로 이사를 왔고 아이들은 한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니기로 했다. 아마 내년에는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아코스티를 비롯한 안양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안양은 선수 영입 뿐 아니라 ‘100년 구단’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대대적인 투자를 준비 중이다. 그 야심찬 계획 중에 하나가 바로 축구전용경기장 건설과 클럽하우스 준공이다. 어느 정도 성과도 있다. 최대호 구단주는 “현재 비산동에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장에 전용구장을 지을 계획”이라면서 “규모도 딱 1만석 정도가 된다. 그런데 도시계획시설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 이 숙제를 해결해야 전용구장을 지을 수 있다. 도시계획시설 변경은 계획대로라면 아마 내년쯤 이뤄질 것이다. 그러면 내후년 쯤에는 전용구장의 첫 삽을 뜰 수 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최대호 구단주는 “클럽하우스도 전용경기장 근처에 준비하려고 한다,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하고 시민들은 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면서 “작년에 스페인에 가 바르셀로나 구단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다. 협동조합, 말 그대로 모두가 힘을 모아 만든 팀의 롤모델이 바르셀로나 아닌가. 우리도 안양시민이 주인인 팀이 되어야 한다. 5만원, 10만원, 100만원 이렇게 주주들이 모은 돈으로 100년 구단을 만들고 싶다. 나도 언젠간 구단주에서 물러나 자연인이 돼 소액주주로 팀을 응원하는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왼쪽)와 윤화섭 안산시장의 모습. ⓒ 안산그리너스

“안양은 축구의 자존심이 있는 곳입니다”

이날 최대호 구단주는 인터뷰 직전까지도 구단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우형 감독이 새롭게 FC안양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유소년 팀 지도자들까지 모두 안양시청 시장실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우형 감독을 비롯해 U-12, U-15 지도자들이 모여 상견례를 했다. 최대호 구단주는 이 자리에서 성인팀과 유소년 팀 감독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100년 구단을 만들기 위해 안양은 이렇게 유소년에서부터 성인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관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근 도시인 성남은 K리그1에서 올 시즌에도 생존했고 수원FC는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최대호 구단주는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우리 기가 좀 죽었다”면서도 “경제 규모나 인구를 보면 우리가 성남이나 수원을 따라가긴 어렵지만 안양은 과거부터 축구의 자존심이 있는 도시다. 올해 승격한 수원FC에도 축하를 보내고 K리그1에서 잘 버틴 성남도 축하한다. 그 팀들이 2부리그로 내려와서 우리와 경기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우리가 1부리그로 올라가서 같이 경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그는 언젠가는 리그에서 꼭 FC서울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최대호 구단주는 “내년 시즌 2부리그는 치열할 것이다. 부산이 내려왔고 상무도 있다. 여기에 대전이나 전남 같은 기업구단도 있다”면서 “누군가는 시민구단이 속된 말로 ‘하위권을 깔아줄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도 자존심이 있다. 기업구단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싸움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K리그1으로 올라가 안양종합운동장으로 FC서울을 불러내 이겨보고 싶다. 창단식 때 했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날이 오면 60만 안양시민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다’고 했다. 아직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구단주로서 그런 날이 오길 노력하겠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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