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이 K리그 구단인 전북현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된 가운데 이 보도 내용이 크게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10일 <무릎 아프다던 추미애 아들, 나랏돈 받으며 프로축구단 인턴 중>이라는 기사를 통해 “군 복무 시절 특혜성 휴가 의혹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서모(27)씨가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축구 구단인 전북현대모터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 일이 마치 큰 문제인양 보도했다.

인턴은 가파른 축구장 뛰어다녀야 한다고?

해당 매체는 “이 프로그램은 근무 성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도록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로, K리그 명문 구단인 전북현대 인턴직은 프로 스포츠 업계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다”라면서 “무릎 상태가 심각하다면 정상적으로 축구단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어느 구단이나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직원·인턴들이 가파른 축구장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뛰어다녀야 한다”는 익명의 K리그 관계자 이야기를 함께 실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문체부의 프로스포츠 인턴십 프로그램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8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프로스포츠 분야에 종사하기 원하는 인재들에게 실무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 인력도 양성하자는 것’이 사업 목적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팬으로, 현지에 스포츠 마케팅 유학을 떠나기도 했던 서씨에게는 ‘맞춤형 스펙’인 셈이다. 실제 서씨는 현재 전북현대에서 유소년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마치 추미애 장관의 아들이 특혜를 받는 것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스포츠니어스> 취재 결과 무릎이 아픈 이들도, 스포츠를 전공한 평범한 젊은 이들도 K리그 구단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스포츠니어스>는 K리그에서 서씨와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는 걸 취재를 통해 전달한다. 이게 마치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아픈 이가 나랏돈을 받으며 특혜를 입고 있다고 비춰져서는 곤란하다. 또한 ‘조선일보’의 보도 중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점 역시 공개하려 한다. <스포츠니어스>가 직접 K리그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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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 짚고도 일만 잘 하더라

A씨는 지난 해 한 수도권 구단에 입사했다. A씨는 입사 직전 축구를 하다가 십자인대가 파열됐지만 구단에서는 이 사실을 접한 뒤에도 “업무 수행에는 큰 무리가 없으니 예정대로 출근하라”고 했다. A씨는 목발을 짚고 출퇴근했다. 입사 이후에도 한 번 더 수술대에 올랐지만 근무를 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목발을 짚고 석 달가량 생활하는 동안 문제가 될 만한 일은 딱히 없었다. A씨는 “아무래도 목발을 이용하다보니 이동이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우리의 업무는 몸을 쓰는 게 아니라 사무직이다”라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해부터 현재까지 구단 홍보마케팅팀에서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그는 “구단에서도 ‘빨리 쾌유하라’는 말씀 정도만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십자인대가 파열된 상황에서 재직 중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이도 이렇게 큰 무리 없이 정상적으로 근무했다. 군 복무 전 무릎을 다쳤지만 이후 수술대에 올라 2016년 카투사에 입대한 뒤 만기전역한 이가 프로축구단에서 일하는 건 문제 삼을 만한 일은 아니다. A씨는 수술 후 1년이 지난 현재 정상적으로 홍보마케팅팀 업무를 수행 중이다. 홈 경기는 물론 지방에서 열리는 경기까지도 필요하다면 함께한다.

지방 구단에 근무 중인 B씨의 사례는 서씨보다도 훨씬 더 심각했다. B씨는 2014년 구단 면접을 다 통과한 뒤 입사가 결정되고 나서 축구를 하다가 십자인대와 연골 파열이라는 중상을 당했다. 하지만 구단에서는 “다친 것과 업무는 별개”라면서 정상적인 출근을 하라고 지시했다. B씨도 “사무직이다보니 이게 출근을 못할 사유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B씨는 구단에서 정상적으로 일을 하면서 연차를 이용해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다. 2014년 이후 줄곧 B씨는 현재까지 구단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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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도 십자인대 다쳤다가 복귀해요"

홍보마케팅팀에서 일하는 B씨는 홈 경기가 열릴 때면 모든 경기 운영을 총괄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말한 바로 그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직원·인턴들이 가파른 축구장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뛰어다녀야 한다’는 부서다. 하지만 B씨는 “목발을 짚고 다녀도 홈 경기 운영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목발 짚고 엘리베이터 타고 다 했다”면서 “구단에서 민폐 끼치지 않고 일하면서 이제 완치까지 됐다. 서씨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는데 전북현대라는 큰 구단이라면 그분 혼자 일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고 덧붙였다.

A씨와 B씨뿐 아니다. 축구단에서 일하는 이들 중 무릎을 다쳤던 이들은 이 둘 외에도 많다. B씨는 “아무래도 축구단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그렇다 보니 축구를 하다가 무릎을 다쳤던 이들도 꽤 있다. 재직 도중 다친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입사 전에 십자인대나 연골 파열로 수술하신 분들은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참 뒤 메시지를 통해 “일반적으로 십자인대, 연골 파열 정도의 수술은 일상생활 복귀가 충분히 가능하다”라면서 “선수들도 복귀가 가능한데…”라고 밝혔다. 프로축구단에서 일하는 걸 문제 삼을 만한 부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이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다. 이 매체는 “서씨가 현재 전북현대에서 유소년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북현대 관계자는 “서씨는 유소년 마케팅 업무 담당이 아니다”라면서 “구단의 전반적인 업무를 다 하고 있다. 홈 경기가 열리면 홈 경기 운영에 참여하고 마케팅 부서에서 필요하면 그쪽에 가서 일을 한다. 유소년 업무에도 투입된다. 우리가 단장과 대표, 부단장, 사무국장, 실장 빼면 직원이 12명 남짓이다. 부서가 몇 개나 있다고 나누나. 전반적인 일을 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 여러 업무에 투입되고 있지 전문적인 일에는 투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 인턴 사업, 능력 있다면 누구나 수혜

또한 ‘조선일보’는 서씨의 인턴 근무에 대해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나랏돈’이라는 표현을 썼다. 마치 서씨가 정부의 특혜를 받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현재 문체부의 프로스포츠 인턴십을 통해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무려 83명에 달한다. 한 지방 구단에서 일하고 있는 C씨도 같은 사례다. C씨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 축구단에서도 인턴으로 일했다. 유럽에서 거주한 경험을 토대로 언어 능력을 인정받아 유럽 프로축구 팀에서 인턴 생활을 마친 뒤 서씨와 똑같은 인턴 자격으로 K리그의 한 구단에서 일하고 있다.

C씨는 “오늘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내가 K리그에서 서씨와 같은 인턴 자격으로 일하고 있는데 사실 이게 별 게 없다. 구단 지원 공고를 보고 지원한 뒤 구단과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채용 공고 하단에 ‘어디어디에서 지원받은 공고입니다’라는 글귀 정도만 있었지 다른 인턴십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우리는 구단하고만 소통하지 정부하고는 소통할 일이 없다. 우리 구단에는 이 인턴 자격으로 우리 부서에만 무려 8명 이상이 근무 중이다. 다른 부서까지 더 확대하면 아마도 10명이 넘을 수도 있다. 다른 구단들도 이런 인턴이 1~2명은 다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도 뭔가 특혜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는데 우리 부모님은 장관이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을 하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A씨도 “정부 지원 인턴십으로 구단에 들어오는 건 흔한 과정이다. 우리 구단에도 그런 식으로 채용된 인원이 꽤 된다”고 했고 B씨 역시 “전 구단이 이 정부 지원 인턴을 다 활용한다. 우리 구단도 정상적으로 이력서를 접수 받아서 면접을 봐서 뽑는다. 이 채용을 통해 들어오는 직원이 꽤 많다”고 말했다. 한 부서에 8명씩 정부 지원 인턴이 근무하는 경우도 있는 상황에서 서씨가 유독 특혜를 받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전북현대는 현재 서씨 외에도 한 명의 인턴 사원이 더 있다. 여직원이 출산휴가를 떠나면서 그 빈자리를 인턴 사원으로 채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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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아팠던 건 인턴십과 관계 없다

전북현대 측은 “서씨의 채용 과정에서 일체의 청탁이나 외압은 없었다”면서 “지금도 서씨는 잘 근무하고 있다. 스펙이 우리가 원하는 기준을 넘어섰으면 넘어섰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영어도 잘하고 스포츠 매니지먼트도 전공했는데 안 뽑을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나랏돈’이라는 자극적인 보도로 평범한 일을 마치 특혜인 것처럼 표현해서는 안 된다. 어떤 구단에서는 10여명 가까운 젊은 이들을 ‘나랏돈’으로 채용했다. 전국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일하는 83명을 특혜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영어에 능하고 스포츠 분야를 전공한 이가 정부 지원으로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일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또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직원·인턴들이 가파른 축구장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뛰어다녀야 한다’고 인턴 사원의 무릎을 지적하는 건 너무 악의적이다. 전북현대 홈 경기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은 동선이 편해 구단 사무국에서 경기장까지 계단 없이 진입이 가능하다. 이렇지 않은 구단이라도 마치 무슨 축구장 계단을 등산하듯이 표현하는 건 억지스럽다. 무릎이 아팠던 것과 그런 그가 K리그 인턴 사원이 되는 건 아무런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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