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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이제는 제 이름을 알겠죠?” 김인성이 통쾌한 복수에 성공했다.

울산은 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포항 스틸러스와 5라운드 맞대결에서 4-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울산은 이청용이 전반에만 두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고 후반 30분에는 김인성이 세 번째 골을 뽑아냈다. 주니오의 한 골을 더 보탠 울산은 원정에서 포항을 4-0으로 대파하며 우승을 향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날 이청용의 맹활약도 인상적이었지만 김인성의 골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김인성은 후반 30분 주니오의 발리 슈팅 이후 혼전 상황에서 가볍게 마무리하며 쐐기골을 터트렸다. 김인성은 득점을 한 뒤 자신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했다. 김인성의 골과 세리머니는 역사가 깊은 ‘동해안 더비’에서 또 하나의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김인성은 6일 포항을 제압한 뒤 <스포츠니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 밝게 응했다.

지난 4일 김인성은 포항전을 앞두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1588’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일)류첸코, (오)닐,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의 첫 글자를 따 '일오팔팔(1588)'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포항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김인성은 “1588이고 뭐고 잘 모르겠고 울산이 포항보다 실력이나 전술 면에서 앞선다는 것을 이번 경기에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포항에서 응수했다. 포항은 구단 계정으로 공개한 영상을 통해 ‘1588’의 주인공들에게 “김인성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팔로세비치는 “모른다”고 했고 일류첸코는 “우리를 모른다고? 작년에 우리 때문에 챔피언 못한 건데”라고 김인성과 울산의 속을 긁었다. 이들은 “꿈 꿀 때도 우리 생각이 날 것”이라면서 “(울산의) 골키퍼는 안다”고 답변했다. 지난 시즌 마지막 라운드 포항과의 맞대결에서 울산 골키퍼 김승규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고 울산은 포항에 패하며 우승 트로피를 놓친 바 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포항 구단의 공격(?)을 받은 김인성은 사실 이 영상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는 “경기 당일 아침에 영상 링크를 받았다”면서 “구단 직원이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영상 주소를 보내줬다. 아무 것도 모르고 눌러봤는데 포항 외국인 선수들의 도발 영상을 보고 ‘아 이거 또 이 선수들한테 내 이름을 각인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포항에는 동기부여가 더 잘 되는데 또 하나의 동기부여를 알아서 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울산 동료들은 포항 ‘1588’이 김인성에게 전한 영상 메시지를 알고 있었을까. 김인성은 “아마 동료들은 그 영상을 못 봤을 것”이라면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부분이 몰랐을 것이다. 나도 구단 직원이 보내주지 않았더라면 그걸 모르고 경기에 나갔을 것이다. 포항 구단에서 자체적으로 찍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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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나는 정말 포항의 ‘1588’이 뭔지 몰랐다. 도발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면서 “기자 분의 질문을 받고 정말 몰라서 그런 답변을 했는데 그게 영상으로 나갈지는 몰랐다. 나중에 포항 외국인 선수들의 앞 글자를 따서 ‘1588’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다. 포항에서 그런 영상을 만들어서 나를 모른다고 했으니 반드시 골을 넣어서 이기고 싶었다. 그리고는 내 이름을 알리는 세리머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인성은 이날 골을 넣은 뒤 자신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하며 ‘1588’의 도발에 대응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 포항과의 악연을 잊을 수 없다. 여전히 선수들에게는 지난 시즌 마지막 라운드 포항전이 상처로 남아 있다. 김인성은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 이후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팬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 컸다”면서 “올 시즌 첫 동해안 더비는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포항전은 너무나도 기다려온 경기였고 반드시 결과를 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골도 넣고 팀도 4-0으로 깔끔하게 이겨서 다행이다. 복수를 해서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울산은 올 시즌 우승을 향해 무패 행진하며 순항 중이다. 김인성은 “올 시즌 들어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비기기도 했지만 일단은 무패를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동해안 더비 대승을 계기로 더 좋은 분위기로 접어들 것이다. 작년에 있던 선수들부터 ‘올 시즌 동해안 더비에서는 확실히 복수해 주자’는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 이제 포항의 외국인 선수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까. 다음 동해안 더비에서도 그 친구들이 혹시 내 이름을 잊어버릴 수 있으니 기억날 수 있도록 더 활약하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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