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대구=조성룡 기자] '대팍'에서 고라니 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일까.

2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대구FC와 상주상무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한 최영은 골키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관중 경기 체제에서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의 목소리인 만큼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요즘 대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은 최영은 골키퍼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시작된 이후 최영은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다름아닌 목소리 때문이었다. 최영은은 그라운드에 서면 90분 내내 쉬지 않고 소리를 지른다. 더군다나 이 목소리는 절규에 가깝다. 그래서 최영은의 별명이 고라니다. 때로는 익룡이라고도 부른다.

일부 팬들은 '너무 거슬린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영은은 이미 결코 고라니 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최영은은 어릴 때부터 해오던 습관이라 성대 결절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라운드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제 대구 경기에서는 자연스럽게 최영은의 목소리를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됐다. 마치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것처럼.

그런데 이날 최영은의 목소리는 눈에 띄게 들리지 않았다. 선발 명단을 모르는 사람이 얼핏 경기를 보면 최영은이 출전하지 않았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최영은이 소리를 지르지 않거나 목소리를 낮춘 것은 결코 아니다. 골문 앞을 바라보면 최영은이 무언가를 열심히 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장내의 분위기가 조금 조용할 때도 최영은의 목소리는 어김없이 들린다.

알고보니 DGB대구은행파크의 '앰프 응원' 때문이었다. 대구 구단은 홈 경기에서 팬들의 응원 소리를 녹음해 틀고 있다. 이날은 경기장 내 앰프 응원의 음량이 유독 컸다. 비록 무관중 경기였지만 만원 관중이 들어찬 것과 같은 응원 소리가 울려퍼졌다. 녹음된 '쿵쿵골'이 울려퍼질 때는 실제로 발을 구르는 것처럼 관중석 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만일 대구가 계속해서 홈 경기마다 이 정도의 앰프 응원을 가동한다면 대구의 새로운 명물, 최영은의 고라니 소리는 더 이상 대구에서 듣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다음 경기에서는 좀 더 최영은의 목소리가 들릴 예정이다. 대구 구단 관계자는 "지난 경기에서 음량이 작다는 지적이 있어서 이번 상주전에서 키워봤다"라면서 "이번에는 너무 컸다. 다음 경기에서는 줄일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