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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명재영 기자] 무관중을 극복하려는 구단들의 노력이 빛나고 있다.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2020 2라운드 수원삼성과 울산현대의 경기가 열렸다. 리그가 지각 개막을 한 탓에 수원은 이날에서야 홈에서 리그 첫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수원은 이날 전반 44분 고승범과 후반 1분 크르피치의 골로 앞서나가면서 시즌 첫 승에 대한 희망을 높였지만 울산이 후반 8분 주니오, 후반 15분 김인성, 후반 43분 주니오가 연달아 득점을 터트리면서 울산의 3-2 역전승으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비록 홈팀 수원은 승점 3점을 가져가는 데는 실패했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양 팀이 수준급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경기 내용은 충분히 합격점이었다. 무엇보다 화제가 된 것은 '사운드'였다. 지금 리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느 팀보다 많은 서포터 수를 자랑하는 수원으로서는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사라져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1라운드에서 많은 구단이 경기장 내 앰프(스피커)를 통해 녹음된 응원 소리를 내보내 그럴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수원 또한 같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앰프 응원은 얼핏 녹음된 소리를 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설프게 시도할 경우 선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등 역효과가 나기 쉽다. 이미 1라운드에서 다른 구단의 사례를 경험했던 수원은 응원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 팬들 또한 참여하면서 의미도 더욱 깊어졌다.

과정은 이랬다. 수원 서포터를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1인 크리에이터 팬의 도움을 받아 상황에 맞는 응원 구호 파일이 탄생했다. 이를 넘겨받은 수원 구단은 20여 년 가까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지키고 있는 장내 아나운서 투맨과 함께 실제 경기에서 활용할 수 있게 사운드 작업과 예행연습을 진행했다. 이렇게 탄생한 앰프 응원은 경기 이틀 전 선수단이 경기장에서 훈련할 때 피드백을 받기 위해 활용됐다.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모은 수원 구단은 최종적인 수정 작업을 거쳐 이날 경기에 정식으로 선보였다.

공을 들인만큼 실제 경기에서의 분위기는 좋았다. 90분 내내 응원가가 이어지면서 연습경기 같은 썰렁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경기 상황마다 적절한 구호가 나와 정말 관중이 있는 듯한 느낌이 연출됐다. 수원 선수들의 골이 터질 때면 수원 팬들의 전매특허인 '오블라디'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중계로 경기를 지켜본 팬들 또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호평을 보냈다. 경기 패배로 다소 빛이 바랬지만 수원은 팬들이 경기장에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앰프 응원을 계속 보완해서 완성도 높은 홈경기 운영을 이어나간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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