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이제 세 번째 도전이다.

험난한 K리그2 무대에서 남기일 감독이 또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 시즌부터 K리그2에서 뛰는 제주유나이티드는 신임 감독으로 남기일을 선임했다. 이 소식에 축구팬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남 감독은 K리그2 무대에서 검증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광주FC와 성남FC에서 두 차례 승격을 이뤄내고 안정적인 K리그1 생존까지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K리그1에 계속 있어도 될 법 하지만 남 감독은 또다시 도전을 선택했다. 이번 도전은 더욱 험난할 전망이다. 각 팀의 적극적인 투자와 영입으로 올해 K리그2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여기서도 남 감독은 다시 한 번 '승격 전문가'의 명성을 떨치게 될까. 개막이 연기됐지만 여전히 변함 없이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남 감독을 <스포츠니어스>가 만났다.

만나서 반갑다. 코로나19로 인한 개막 연기가 아쉬울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개막이 연기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사실 제주에 부상 선수도 좀 있었고 늦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도 제법 있었다. 나름대로 겨울 동안 준비를 했지만 100% 전력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개막이 연기됐으니 오히려 훈련을 통해 더욱 좋은 경기력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늦게나마 제주 부임을 축하한다. 감독 커리어에서 첫 기업구단이다.

제주에 오니 좋은 점이 많이 있더라. 사실 그런 좋은 점들 때문에 제주에 오게 됐다. 감독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구단에서도 많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구단의 지지를 받으니 감독을 하면서 더 자유롭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제주 구단에 굉장히 큰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 구단의 배려로 인해 마음 편하게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클럽하우스가 있고 훈련할 수 있는 구장이 있다는 것이다. 아… 클럽하우스 이야기만 하면 정말 행복하다. 지금까지 감독을 하면서 여기저기 버스를 타고 훈련할 곳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많이 했다. 여기서는 선수들을 언제든지 데려가서 훈련시킬 수 있고 내가 생각했던 전술적인 많은 부분을 더 자세하게 훈련할 수 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와는 내가 인연이 없었지만 SK 축구단과는 인연이 깊다. 제주 클럽하우스에 오니 내 사진이 몇 장 붙어있더라. 처음 왔지만 집에 온 것처럼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운 마음으로 제주에 부임했다. 게다가 제주에 있는 많은 팬들께서 반겨주시고 좋아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제주에 부임하고 훈련하는 내내 많은 분들과 팬들의 성원이 생각나서 더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하지만 기분만 좋으면 안된다. 중요한 것은 내게 팬들의 환대가 큰 책임감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앞으로 열심히 잘해서 나를 응원해주시고 제주를 사랑하는 팬들께 보답해야 한다.

행복해 보인다.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가.

구단에서 공개한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항상 웃고 있더라.

그날만 유독 많이 웃었는데 그게 또 사진이나 영상으로 그대로 찍혔다. 사실 동계훈련 때는 팀을 만드는데 집중하기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K리그가 시작되면 긴장되고 집중해야 하니까 많이 웃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좋은 경기를 했다면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웃겠지만.

사실 제주에 와서 많이 편하다. 물론 내가 그동안 해왔던 감독 생활의 경험이 나를 편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주위 사람들이 나를 편하게 해주는 것들이 많다. 구단에서 내가 의도한 대로 최대한 도와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굉장히 편하다. 그래서 웃음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제주는 여러가지 환경이나 선수들의 역량, 구단이 목표하고 있는 방향 등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훈련 환경이 매우 마음에 든다.

제주도가 심심하다고도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 있다. '정말 축구만 하고 싶다. 다른 것들은 전혀 생각 안하고 축구만 매진해보고 싶다. 축구에 대해서만 신경 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제주에 오니 정말 그렇게 됐다. 내가 기다리던 그 순간이 오더라. 지금은 축구만 생각하고 있고 제주의 발전만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선수들의 성장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심심할 겨를이 없다.

물론 어린 선수들 같은 경우는 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여가 생활을 다양하게 즐기기에는 부족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주도는 축구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정말 축구를 잘하고 싶고 좋은 팀이 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제주 팬들이 굉장히 환영해주시니 더욱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벌써 제주도민 다된 것 같다. 혹시 고향이 제주도인가.

그럴 리가. 제주도와 인연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심심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일만 하는가.

나야 뭐 생활 동선이 간단하다. 집과 클럽하우스, 집과 클럽하우스, 그리고 가끔 산을 간다.

세상에, 워커홀릭 아닌가?

축구 외에는 그렇게 빠져있는 것이 별로 없다. 어쨌든 여기 오니 축구만 신경쓰고 싶다는 내 소원대로 됐다.

산을 좋아하는가?

굉장히 좋아한다. 산에 가게 되면 마음이 편안하다. 올라가면서 힘든 것은 물론 있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섰을 때 느낌이 굉장히 좋다. 정신적으로 힐링이 된다. 나무들 많이 보고 정상 올라설 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본다는 것이 등산의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제주도는 한라산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

그렇지 않아도 선수들과 함께 두 번 갔다왔다. 조만간 한 번 더 가서 힐링할 생각은 가지고 있다.

저런… 선수들이 좋아하던가?

음… 글쎄… 사실 그 당시 춥고 눈오는 겨울에 갔다. 선수들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정상에 올라갔을 때는 굉장히 좋아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남기일 감독은 '2부리그 중독'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1부리그에서 자리 잡을 만 하면 자꾸 K리그2로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그런가. 사실 생각해보면 K리그2에서 오래 있던 적이 별로 없다. 광주에서는 1년 좀 넘게 있었고 성남에서는 1년 동안 K리그2에 머물렀다. 이제 제주에서 최소한 1년을 머물러야 한다. 나는 감독직을 맡을 때 팀이 K리그1에 있는지 K리그2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팀이든 나를 원하는 곳이고 내가 그곳에서 잘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한다.

무엇보다 서로 마음이 맞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마음이 맞아야 시너지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는 사실 K리그2에 머무르고 있을 팀이 아니다. K리그1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팀이다. 게다가 미래에 대한 목표가 굉장히 뚜렷하다. 그 점이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 그래서 제주를 선택했다. 팀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강등당해도 지원이 여전히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인가?

구단에 대한 모기업의 투자가 지난 시즌보다 줄어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늘어났다. 앞으로도 계속 성적이나 향후 목표에 따라서 지원 환경이 계속해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금액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는 현재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목표를 향해서 구단도 적극 선수단을 지원하고 SK 본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주시는 것 같다.

이번 이적시장도 만족스럽다. 내 스타일에 맞고 내가 원하는 선수들이 많이 왔다. 게다가 그 선수들이 제주를 위해 열심히 뛸 수 있는 상황과 환경도 마련되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내가 맡았던 팀의 스쿼드는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아마도 향후 스쿼드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실 나도 기대된다. '돈 많이 쓰는 남기일 축구'는 처음 보게 된다.

아무래도 전술적으로 좀 더 수월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스쿼드가 두텁지 않았다. 선수가 부상이나 징계 등으로 빠지게 되면 사실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층이 두텁다. 어떤 선수가 빠지더라도 충분하게 다른 선수가 제 몫을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팀을 만들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팬들께서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팬들의 기대치만큼 경기력을 향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주가 지난 시즌 아픔을 겪었고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많이 끌어 올리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많이 바뀌고 있다. K리그가 개막하면 팬들께서 좀 더 기대하셔도 될 만큼 좋은 경기력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는 아길라르와 발렌티노스, 고작 두 명만 영입했다.

내가 과거 외국인 선수를 잘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용병 복이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더라. 하지만 솔직히 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전술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살림이 빠듯한 팀에 있으니 영입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의 범위도 넓지 않았다. 현재 제주에 있는 두 선수는 확실히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두 선수 모두 정말 잘 따라와주고 있다. 특히 아길라르는 지난 시즌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팀 동료들도 아길라르가 지난 시즌보다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린다. 아길라르 본인도 즐거워하며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발렌티노스도 마찬가지다. 보면 한국 사람 같다. 한국어도 잘하고 동료 선수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제주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 선수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원 팀'이 되도록 잘 녹아드는지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잘 따라와주고 있다. K리그2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게 다른 동료들과 융합되어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래도 올 시즌 외국인 선수들은 기대해도 될 만큼 잘 준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광주에서 함께 했던 정조국을 또 데려왔다. 남기일 감독에게 부적 같은 존재인가.

정조국은 내가 가장 잘 아는 선수다. 오래 전부터 알았고 그동안 꾸준히 봐왔던 선수다. 사실 지금은 서로 다시 만나게 된 것에 대한 부담감이 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정조국이 좀 더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나도 부담감이 있고 정조국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계훈련을 보면 정조국은 더 성숙해져서 왔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잘 따라와주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먼저 "미안하다"라고 말할 줄 알고 "열심히 하자"라고 독려할 줄 아는 선수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의 연습경기나 훈련에서 항상 골을 넣는 선수는 정조국이다. 아무래도 K리그2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많은 기회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마무리는 정조국이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이는 먹었지만 그 기량은 여전히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정조국이 팀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앞으로 그가 다른 팀을 상대할 때 제주의 좋은 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시즌 성남에서 남기일의 축구는 수비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는 변화가 있을까?

내 과거를 돌아보자. 광주에서는 스쿼드에 맞게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축구를 구사하려고 노력했다. 약팀이지만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했다. 성남에서는 수비수들이 많았다. 심지어 골키퍼도 좋았다. 대신 공격진이 다른 팀에 비해 경쟁력이 조금 떨어졌다. 그래서 수비적인 모습이 많이 드러났을 것이다.

나는 항상 팀에 맞춰서 전술을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축구 철학만 추구한다고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팀에 현재 있는 선수들 개개인에 맞춰서 전술을 짜고 조직력을 갖춰 경기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남에 있을 때 실점을 덜했다고 수비축구를 하거나 라인을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시 매 훈련 때마다 공격적인 부분에 대한 훈련을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붙어보니 공격력에서 약한 부분이 드러났던 것 같다.

그 때 성남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수비였다. 그래서 수비적인 부분이 많이 나타났던 것 같다. 사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팬들께 굉장히 죄송하다. 어쩔 때는 팬들께 실망을 안겨드릴 만한 경기를 했다. 그래도 현실에 맞게 선수들에게 맞춰 전술을 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K리그1 생존이라는 목표를 분명하게 달성했던 것은 잘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제주에서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선수들의 역량을 융합할 것이다.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제주에서는 어느 정도 충분하게 전술적으로 상대에 우위를 점하면서 기회를 많이 만들고 선수들이 앞에서부터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완성 단계에 가고 있다. 시간도 조금 더 있기 때문에 더 준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팬들이 제주의 경기를 보면서 감동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올 시즌 팬들께서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지원이 많은 것은 좋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제주가 바라는 것은 단순한 승격이 아니라 그 이상이지 않을까.

감독의 자리는 항상 압박도 있고 책임감도 있다. 특히 매 경기 승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큰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제주를 위해 노력하는 스태프들이 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해왔던 것들을 밀고 나갈 생각이다. 감독 생활을 하면서 좋았던 축구를 계속해서 하기 위해 선수들과 함께 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 감독인 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올 시즌 K리그2는 유난히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정말 동의한다. K리그2에서 승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팀들이 겨우내 노력하고 있고 선수 보강을 많이 했다. 아마 각 팀마다 각자의 목표가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4위 안에 들어서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인 팀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의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매 경기가 어려웠고 매 시즌이 어려웠던 것 같다. 감독 생활을 오래 한 편은 아니지만 7~8년 동안 하면서 그런 것들을 느꼈다. K리그1에서 생존하는 것도 어렵고 K리그2에서 승격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지만 이 어려운 것을 어떤 팀이 잘 견뎌내고 이겨내는지에 따라 올해 성적 또한 갈릴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예측불허다. K리그2에서 어느 팀이 승격할 것인지는 직접 경기를 해봐야 알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갑자기 궁금한 것이 하나 떠올랐다.

뭔가. 물어보라.

K리그1 생존과 K리그2에서 승격하는 것 중 뭐가 더 힘든가?

음… 둘 다 어렵다. 하지만 굳이 두 개를 비교하자면 직접 해보니까 K리그1 생존이 조금 더 쉽게 느껴진다. K리그1에서 생존 경쟁을 할 때는 꼭 이겨야 하거나 승점을 따야 할 상대를 어느 정도 정해놓고 했다. 그 경기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춘다. 하지만 K리그2에서 승격하기 위해서는 매 경기 이겨야 하고 어쨌든 매 경기 최소한 승점을 따야한다. 아무래도 K리그2에서 승격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당신은 그 어려운 것을 두 번이나 해냈다.

두 번 다 운이 좋았다.

그렇다면 승격할 수 있는 비결을 살짝 좀 알려달라.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선수들 모두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심스럽지만 지난 시즌 제주를 봤을 때 몇 명은 열심히 뛰지만 몇 명은 열심히 뛰지 않았던 것 같다. K리그2의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든 선수가 같이 뛰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금까지도 그 철학은 맞다고 생각한다.

11명의 선수가 한두 가지의 전술을 가지고 똑같이 움직이고 똑같이 뛰어다니면 분명히 시너지 효과는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팀이 굉장히 강해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그런 부분에 대한 훈련을 지금 하고 있다. 게다가 축구선수라면 많은 활동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부분을 선수들에게 많이 강조하고 있다. 선수들이 또 잘 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비결도 좀 알려주면 안될까.

글쎄… 딱히 내가 특별하게 능력이 있어서 선수들을 '원 팀'으로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선수 개개인을 잘 파악하고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이 있을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한다. 코칭스태프와 같이 의논도 많이 하고 회의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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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각자 선수들이 성장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성장은 단순히 축구 실력만 해야하는 것이 아니다. 축구 뿐 아니라 축구 외적인 인성도 같이 성장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한다. 축구 외적으로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동료와 호흡도 맞춰야 하고 서로 유대관계도 좋아야 한다. 그래야 팀이 전체적으로 발전한다. 이 점을 계속 강조하니 선수들이 잘 뭉치는 것 같다.

사실 한 팀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와해될 수도 있고 분해될 수도 있다. 우리 팀 또한 여전히 그런 위험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긴장하고는 있다. 그래도 항상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공유도 하고 의논도 하다보니 지금까지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분에 대해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솔직히 나는 놀랍다. 지난 시즌 강등 당했을 때 제주는 온갖 문제점으로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 제주는 다시 무서워질 것 같다는 예상이 많다.

제주 뿐 아니라 모든 팀들은 다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지 아니면 잘 감춰지는지의 차이라고 본다. 만약 구단에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있으면 나는 서로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문제를 숨기지 않고 알아서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제주는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모두 긍정적이지 않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상대를 탓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우승팀부터 최하위까지 모두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들이 나타나면 서로 이야기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좋을 것이다.

제주는 앞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면 서로 공유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해결하기 위해 의논할 준비도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는 희망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또한 구단이 설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가는데 좀 더 수월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제주는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방향을 향해 갈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제주는 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인가.

일단 코칭스태프는 다같이 왔기 때문에 훈련이나 선수의 컨디션, 심리적인 부분 등은 어느 정도 대부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잘 알고 있다. 제주 구단 또한 내가 정식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여러가지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특히 지금 대표이사님을 비롯한 구단 고위직 분들과는 일주일에 한 번씩 티 타임을 갖고 있다. 이 시간을 통해 필요한 것들과 보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대표이사님께서도 소통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신다.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해서 이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기 때문에 제주에서 소통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가 당신을 선임한 것은 단순한 승격이 아니라 더 큰 목표를 위한 것이지 않을까.

맞다. 내가 예전에 있었던 팀들은 승격 이후에도 변화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 입장에서 더욱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제주가 내게 감독직을 제의하면서 승격 이후 더 큰 목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나 또한 승격이 아니라 그 다음을 위해 제주에 오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승격 이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제주는 향후 목표가 확실한 팀이다. 그래서 내가 제주에 왔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대표이사님 이하 모든 제주의 구성원들은 현재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서 준비하고 있다. 제주가 다시 명문구단이 될 수 있도록 토대를 쌓아 올리면서 우리가 준비한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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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구단으로 다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선수의 역량을 더 높여야 하는 게 첫 번째다. 선수들이 역량을 갖춰야 좋은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팬과 함께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퍼포먼스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끈끈한 유대관계도 만들어야 명문구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요소들이 잘 융화되면 일단 성적이 좋아질 것이다. 조금씩 더 높은 순위에 오르다보면 K리그가 아니라 해외에서도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을 대표하고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구단으로 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1차적으로 선수들의 역량과 개개인의 성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팬과 지역, 그리고 지원하는 모기업 SK를 위해서라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알겠다. 제주에서 오래 역사를 쓰는 감독이 되길 기원하겠다.

내 부임 기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대신 제주에서 정말 좋은 팀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그것이 오래 부임할 수 있는 비결이겠지만. 제주에서 선수들을 잘 만들고 잘 키워야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 감독에게 제주에서의 생활은 또 하나의 도전이다. 그동안 많은 축구팬들은 빠듯한 살림살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남 감독에게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이제는 다르다. 하지만 남 감독에게는 그만큼 좋은 지원 속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졌다. 과연 남 감독은 어떻게 이 숙제를 풀어낼까. K리그 개막이 연기된 상황에서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남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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