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사진은 이번 칼럼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이 더더욱 심각해 지고 있다. 국내에서만 확진자가 52명이 더 추가돼 총 156명으로 급증했고 사망자까지 나왔다. ‘코로나 공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대구까지 퍼졌고 이제는 정부에서도 지역사회 확산이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고 있고 엘리베이터에서 기침 한 번 해도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이제 더더욱 급격하게 확산될 조짐이다. 확진자도 이제 어디에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2월 29일 개막 예정인 K리그, 괜찮을까?

K리그에서도 줄줄이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구단들은 팬들이 전지훈련장에 방문하는 걸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개막 직전 성대하게 열렸던 출정식도 치르지 않기로 했다. 당연한 결정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중국 슈퍼리그 팀의 경기 일정을 연기했다. K리그에서는 대구FC와 포항스틸러스의 개막전도 연기됐다. 이제는 축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축구도 결국 사람들이 하는 거다. 일단은 이 상황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지금은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에 힘을 쏟기보다는 최대한 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걸 막아야 한다. 축구는 전쟁도 멈추는 힘을 지녔지만 지금은 축구를 하며 바이러스와 싸울 때는 아닌 것 같다.

올 시즌 K리그는 2월 29일에 개막할 예정이다. 나는 이 일정이 처음 발표됐을 때 너무 흥미로웠다. 아직까지 K리그가 출범한 뒤 2월 29일에 경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2월 29일은 4년에 한 번씩 오는 날이고 지금껏 이 날짜에 K리그가 열리는 걸 본 적은 없다. 2월 29일이 있던 1984년에는 3월 31일에 개막전이 열렸고 1988년에는 3월 26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개막했다. 1992년에는 3월 28일에 K리그가 개막했다. 1996년에는 3월 30일부터 아디다스컵이 개최됐다. 2000년대 들어서도 K리그는 2월 29일에 열린 적이 없다. 2월 29일에 K리그가 열리는 건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K리그 개막을 연기하는 게 옳은 일인 것 같다. 대구와 포항의 개막전만 연기하는 게 아니라 리그 전체 일정을 미뤄야 한다. 기대했던 K리그가 제때 개막하지 못하는 게 아쉽더라도 K리그 개막을 연기했으면 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K리그를 연기하는 게 그나마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K리그가 승부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치러 일부가 리그 중단을 외쳤던 2011년에도 리그 중단을 반대했었다. 오히려 K리그를 활기차게 열어 많은 이들의 상심을 더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K리그를 잠시 연기하는 게 더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K리그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다.

(해당 사진은 이번 칼럼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수원삼성 제공

문진표와 열 감지기만으론 한계 있다

솔직히 말해 K리그를 연기하면 대체 일정을 짜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미 AFC 챔피언스리그와 A매치 휴식기 등이 결정된 상황에서 이를 피해 짠 K리그 일정은 빡빡하다. K리그 개막을 연기하면 이 경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칼럼을 통해 주장하려면 대안도 제시해야 하지만 딱히 대안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같은 주장을 하는 건 최근의 일이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여가를 즐기는 건 정서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일단 K리그를 연기한 뒤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는 건 어떨까. 지금은 당장 대안까지 찾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여러 방법이 있다. K리그 한 라운드(팀당 11경기)를 아예 통째로 빼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K리그 개막을 연기하면 미뤄놓은 경기를 다 소화하기란 일정상 불가능할 수도 있어서 올 시즌을 축소해서 운영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한다. 스플릿 이후 경기를 축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이미 연간 시즌권을 판매한 구단이 난감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연봉 10억 원짜리 선수를 영입했으면 더 많이 뛰게 해야 하는데 경기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구단으로서는 손해를 입기도 한다. K리그 개막을 늦추지 않고 정상 운영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미 치러진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문진표를 작성한 관중만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출입구마다 열 감지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중이 몰려 오면 이런 조치도 유명무실해진다. 실제로 AFC 챔피언스리그 수원삼성과 비셀고베의 경기에서는 문진표 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열 감지기는 현재 수요가 폭증해 각 구단이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회사 전영민 기자는 취재를 위해 전주월드컵경기장에 갔다가 열을 쟀는데 34.5도가 나왔다. 정상적이지 않은 낮은 체온이지만 열만 없으면 통과다. 문진표 작성과 열 감지기만으로는 감염자를 걸러내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수만 명이 몰리는 경기장에서는 감염 위험도 높다.

(해당 사진은 이번 칼럼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수원삼성 제공

K리그 개막, 잠시만 뒤로 미루자

혹시라도 K리그 경기장에 방문했다가 감염된 사례가 발생한다면 그 K리그 경기장은 폐쇄 조치를 내려야 한다. 그러면 일이 정말 커진다. 시즌 도중에 경기장이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그 순간부터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 지금처럼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수만 명이 모이는 경기장에서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안전 문제를 떠나 이렇게 되면 코로나19 사태에도 리그를 강행한 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가 없다.

K리그 개막을 연기하거나 K리그 일정을 축소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하고 대안도 딱히 없지만 그럼에도 K리그 개막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종목은 시즌을 강행하고 있는데 K리그만 유난을 떠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다른 종목과 비교할 일이 아니다. 스스로 문제가 크다고 판단하면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 종목이 ‘슈퍼 전파자’가 돼 신천지처럼 손가락질 받는 걸 감당해 내기란 어렵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도 리그는 잠시 중단되어야 한다.

이제는 집 밖으로 잠시 외출을 하는 것도 두려운 때가 됐다. 그런데 원정경기 응원을 위해 수천 명이 이동하는 상황은 대단히 위험하다. 한시적인 무관중 경기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선수단이 제주도로, 대구로, 서울로, 또 전주로 빈번히 이동하는 것도 지금 상황에서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 아무리 무관중 경기여도 선수단과 관계자, 홈 경기 운영 최소 인원, 취재진 등의 이동까지는 막을 수가 없다. 잠시만 K리그 개막 일정을 미루고 어떻게든 대안을 찾아내는 게 어떨까. 겨울 내내 K리그 개막만 기다렸는데 그래도 지금은 이 혼란을 정리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자칫하다가는 나라 전체가 휘청이게 생겼는데 축구는 잠시 뒤로 미뤄두자. 축구를 너무 사랑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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