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공격수 무고사를 태국 방콕에서 직접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태국 방콕=김현회 기자] 지난 시즌 인천유나이티드는 K리그1에서 드라마를 만들었다. 유상철 감독은 췌장암 투병 중에도 감동의 리더십을 발휘했고 선수들은 처절하게 뛰었다. 특히나 무고사의 활약은 엄청났다. 그는 골을 넣은 뒤 두 팔을 들어올리는 ‘스트롱맨 세리머니’로 팬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런 무고사는 올 시즌에도 인천 유니폼을 입고 ‘파검의 피니셔’로 나설 예정이다. 그의 올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무고사를 인천 전지훈련장인 태국 방콕에서 직접 만났다.

반갑다. 요새 컨디션은 어떤가.

몬테네그로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냈다. 휴식기 동안 아내가 출산을 해 아내와 아이만 챙겼다. 쭉 가족들과 함께 지내다가 닷새 전에 팀 훈련에 합류했다. 아직은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시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아빠가 된 걸 축하한다.

너무나도 보고싶다. 딸이 태어나고 처음으로 딸의 손을 잡았을 때의 감정은 인생에서 느낀 감정 중에 가장 기쁘고 벅찬 일이었다. 3월에 아내와 딸이 함께 한국으로 온다. 그때까지 우리 가족이 살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아야 한다. 경기 준비도 잘 해야한다. 빨리 K리그가 개막하고 우리 가족이 한국으로 오는 3월이 됐으면 한다.

아빠가 되고 달라진 게 있나. 나는 아직 그런 감정을 모른다.

책임감이 더 많이 생겼다. 부담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더 성실해져야 한다.

혹시 ‘분유버프’라고 들어봤나.

아직 아이가 분유를 먹을 단계는 아니다. 우유는 아내가 주는데 ‘분유버프’라니… 무슨 뜻인가. 그 단어를 모르겠다.

아, 한국에서는 아버지가 된 선수들이 책임감을 느껴 더 좋은 활약을 할 때 ‘분유버프’를 받았다고 표현한다.

오, 지금 처음 알았다. 나한테 왜 갑자기 우유 이야기를 하나 했다. 지금 이해했다. 나도 분명히 ‘분유버프’가 있을 것이다. 이제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더 늘어났으니 더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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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하면서 언제 그렇게 또 장거리 연애를 했나. 대단하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늘 사랑해 주면 장거리 연애도 충분하다. 지금도 아내와 아이가 많이 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힘이 되는 존재다. 매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A매치 휴식기에 몬테네그로에 가서 조촐하게 결혼 파티를 했다. 올 시즌이 끝나고 12월에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11월에 결혼 파티를 하고 12월에 아이를 낳았다. 기적이다.

사랑한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난 해 말 몬테네그로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 축하한다.

한해 동안 활약한 몬테네그로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몬테네그로 축구협회가 주는 상이다. 작년에 내가 그 상을 받았다. 2등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스테판 사비치였다. 사비치는 50표를 받았고 나는 63표를 얻었다. 사비치가 그 전까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몬테네그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는데 작년에는 내 차지였다. 몬테네그로 축구협회가 국가대표 경기와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토대로 선정하는 상이다.

K리그와 인천에서의 인기는 잘 알고 있었지만 몬테네그로에서도 이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선수인지는 몰랐다.

몬테네그로에서 식당에만 가도 사람들이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축하한다”고 말할 정도다. 내가 2년 전만 하더라도 독일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독일 카를스루에로 임대를 갔다가 몰도바 리그로 떠났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은 몬테네그로에 가면 사람들이 다 알아본다. 많이 유명해졌다. 사람들이 먼저 와서 인사를 해주고 사진을 찍자고 한다. 인천에 온 뒤로 일이 잘 풀렸다.

몬테네그로에서는 데얀이 더 유명한가. 당신이 더 유명한가.

데얀은 대단한 선수다. 하지만 현재 지금 이 순간만 놓고 보면 내가 더 유명하지 않을까. 축구선수는 많은 경기에 나서야 한다. 데얀은 과거 몬테네그로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중요한 골을 넣었다. 과거에는 데얀이 더 유명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내가 더 유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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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신이 고국에서 어떤 위상인지 모르니 설명을 좀 해달라. 이건 잘난 척이 아니다.

데얀은 몬테네그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에 출전해 9골을 넣었다. (자료를 확인해보니 데얀의 A매치 득점은 8골이었다) 그런데 나는 현재 A매치에서 10골을 기록 중이다. 몬테네그로 역사상 A매치 최다골은 스테판 요베티치다. 맨체스터시티와 인터밀란을 거쳐 모나코에서 뛰고 있는 요베티치는 A매치에서 24골을 넣었다. 그리고 2위는 AS로마와 유벤투스에서 뛰었던 미르코 부치니치다. 부치니치는 A매치 17골을 기록했다. 그 다음이 나다.

몬테네그로 역대 A매치 세 번째 최다 득점자라는 건 놀라운 일이다.

아마도 내가 대표팀에서 4~5년은 더 뛸 수 있으니 골은 더 늘어나지 않을까. 대표팀에서 얼마나 더 많은 골을 넣을지는 정해놓고 싶지 않다. 경기에 나갈 때마다 골을 넣고 싶은 게 내 심정이다. 최대한 많이 넣겠다. 이제 경력이 점점 쌓이면서 경기력도 절정으로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도 더 잘할 거다.

대단한 선수인 건 늘 경기장에서 봐 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선수다.

몬테네그로 올해의 선수상은 만들어 진지 13년이 됐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상을 받은 선수가 딱 네 명이었다. 부치니치와 요베티치, 사비치, 마르코 바사 이렇게 네 명만 수상한 상의 다섯 번째 수상자가 내가 됐다. 다 유명한 선수들이고 유럽 무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상을 받게 됐는데 내가 그 사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돼 영광이다.

당신이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임대를 전전하던 선수였다는 걸 믿을 수 없다.

독일에서 잘 안 풀려서 몰도바 리그로 갔다가 한국에서 제안이 왔다고 들었다. 그게 인천이었다. 그래서 데얀에게 물어봤다. 데얀은 한국에서 전설적인 선수 아닌가. 한국 생활 경험이 많은 선수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물어봤고 리그 수준과 문화, 치안 등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구했다. 데얀은 한국 생활을 10년 넘게 해 누구보다도 한국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데얀이 “네가 아마 한국에 오면 잘할 것”이라면서 적극 추천해줬다. 그래서 한국에 오게 됐다. 그때 그 결정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당신에게 데얀은 정말 좋은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것 같다.

데얀은 K리그에서 득점왕도 여러 번 해봤고 챔피언에도 등극해봤다. 매 시즌 폭발적이었다. 데얀은 늘 빅클럽에 속해 있었다. 나는 데얀과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데얀과 비교한 것도 당신이 물어보니 지금 상황을 이야기한 것 뿐이다. 데얀은 전설적인 선수다. 내 길이 있고 데얀의 길이 있다.

당신이 좋은 성과를 낼수록 인천 팬들은 불안해 한다. 당신이 좋은 제안을 받고 이적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아직까지 다른 팀으로 갈 생각은 없다. 인천과는 계약기간도 남아 있고 나도 여기가 좋다. 미래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올 시즌에는 인천에 있을 예정이다. 축구를 잘하면 다른 좋은 제안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프로선수라면 그런 좋은 제안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오로지 인천만 생각하고 있다. 당장은 내가 인천을 떠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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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인천은 극적으로 K리그1에 남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성남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유상철 감독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기 전 유상철 감독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이천수 실장이 라커에서 선수들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물론 유상철 감독과 상의를 하고 병명을 밝힌 것 같다. 그 순간 너무 놀랐다.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그 성남전을 잊을 수 없다. 그날 내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유상철 감독이 아프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지만 그 일 이후 우리는 더 하나로 뭉쳤고 더 강해졌다.

당시 결승골을 넣은 당신을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당신이 내 외침에도 그냥 지나쳤다. 그때는 그런 일이 있는줄 몰랐다.

미안하다. 내가 골을 넣었지만 행복하지 않은 경기였다. 그렇다고 언론에 당시 상황을 말할 수도 없었다. 나의 당시 상황을 이해해 달라. 취재 요청에 응하지 못해 미안하다.

아니다. 나는 당신이 늘 매너 좋은 선수라는 걸 알고 있다. 당시 상황은 나도 이해한다.

고맙다.

당신은 늘 인천 팬들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특히나 어떨 때 가장 인천 팬들이 멋지다고 느끼나.

나에게는 매 경기마다 우리 서포터스의 모습이 특별하다. 그리고 팬들이 무엇보다도 내 이름으로 된 응원가를 만들어줬다는 걸 고맙게 생각한다. 한국어로 된 노래라 내가 따라 부를 수는 없지만 무슨 뜻의 가사인지는 안다. ‘인천의 무고사 랄라랄라라. 스테판 무고사 너의 두 팔을 들어줘. 인천은 강하다’라는 가사다. 내 응원가가 생겼다고 해 구단 스태프에게 어떤 뜻의 가사인지 직접 물어봤다. 나를 위한 노래가 있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그 노래를 들으면 항상 힘이 난다.

두 팔을 들어 포효하는 ‘스트롱맨 세리머니’가 늘 인상적이다.

나는 축구를 더 잘하고 싶다. 그리고 인천은 하위권에 있으면 안 된다. 최소 6위권까지 오를 만한 팀이다. 우리 서포터스는 K리그에서 최고인데 성적이 당연히 더 좋아야 한다. 외국인 선수는 내국인 선수보다 더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 난 더 잘해서 인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싶고 우리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길 원한다. 더 자주 '스트롱맨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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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케힌데가 팀에 합류한 뒤 투톱으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케힌데는 유독 득점과 인연이 없었고 당신의 부담은 커졌다. 어떻게 생각하나.

케힌데가 골을 넣지 못해 답답하다는 감정보다는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기대보다는 부족했지만 마지막에는 케힌데가 너무 잘해줬다. 특히나 상주전에서 보여준 그 골은 완벽했다. 나도 공격수로서 그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잘 안다. 늘 공격수는 골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 비록 내가 넣은 골을 아니지만 나도 행복해지는 골이었다. 올해는 케힌데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 없이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걸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아무런 걱정은 없다. 우리는 이곳에서 충분히 훈련을 잘 하고 있다. 코치진들의 능력이 뛰어나다.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디테일만 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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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별명이 ‘생존왕’이다. 올 시즌에는 좀 다를까.

인천은 늘 11위나 10위를 오가는 팀인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것보다는 더 잠재력이 높다. K리그가 너무 어려운 리그라 매년 고생하고 있다. 하위권, 강등권에서만 싸우는 것도 스트레스다. 올해는 초반부터 잘하고 싶다. 7위나 8위 정도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달라.

늘 우리 선수들과 팬들은 강등을 피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다. 올해는 마지막 라운드에 가기 전에 생존을 확정하고 싶다. 늘 팬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 올해는 팬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다. 부상 없이 골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 인천은 강하다.

무고사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다. 축구를 잘하는 건 물론이고 팀에 대한 애정도 넘친다. 그라운드에서나 밖에서나 신사다. 그런 무고사는 K리그에서는 물론이고 몬테네그로 대표선수로도 역사를 쓰고 있다. 올 시즌에도 그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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