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온단다. 그러니 K리그에서 가장 축구 잘 하는 선수들을 모아 달란다. 호날두를 앞세운 유벤투스가 한국을 찾아 K리그 올스타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말이 많다. 연맹 스스로 이 경기에 대해 “올스타전이 아니다”라고 선긋기를 하기도 했고 이로 인해 호날두 방한 이벤트에 K리그 선수들이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한 입장권 가격도 터무니 없이 비싸다. 지난 이란과의 A매치에서 2~3만 원에 판매했던 자리를 7만 원에 팔기 시작했고 이란전 4만 원짜리 좌석이 12만 원, 이란전 5만 원짜리 좌석은 14만 원을 받는다. 본부석 맞은편 1층에 해당하는 1등석 A,B,C는 각각 20만원, 17만원, 15만원이다. 프리미엄존의 가격은 40만 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K리그 팬들을 위한 경기가 될 것”이라는 말은 이제 무색해졌다.

나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올스타전 자체에 대해 반대해 왔다. 이런 이벤트성 경기로 K리그 신규팬 유입이 된다고 믿지도 않고 K리그 팬들이 더 이상 하나로 뭉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웃으며 올스타전을 하는 건 정서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해외 슈퍼스타를 데려와 치르는 경기는 K리그가 아닌 해외 슈퍼스타가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경기 역시 개최하지 않는 게 K리그 팬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맹은 줄곧 올스타전을 추진했고 이번에도 호날두 방한에 맞춰 K리그 올스타전 형식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이왕 열리는 이 경기가 어떻게 하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일단은 K리그 팬들을 가장 먼저 배려해야 하고 수십만 원을 지불한 호날두와 유벤투스 팬들에게도 만족감을 줘야 한다. 어차피 해야할 경기라면 이런 방식을 한 번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 K리그가 호날두를 위한 들러리가 돼서는 안 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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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어달리기

호날두가 콩알만하게 보이는 좌석이 3만 원이다. 아마 이 좌석에서 디발라를 보며 “저 사람이 호날두야”라고 해도 믿을 만큼 먼 거리다. 그나마 호날두의 얼굴을 육안으로 제대로 보려면 12만 원짜리 티켓을 끊어야 한다. 이렇게 초고가 입장권 정책을 쓰려면 특별한 이벤트를 실시해야 한다. 한국에 왔으니 K리그 전통을 따르는 게 어떨까. 하프타임을 이용해 블레이즈 마투이디와 엠레 찬, 파울로 디발라가 이어달리기 주자로 나선다. 바통에는 유벤투스 엠블럼이 박혀 있다.

중간 중간 유벤투스 팀 닥터와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도 이어달리기 주자로 나선다. 이게 K리그 올스타전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팀 K리그에서도 김인성, 황일수, 안현범이 이어달리기 주자로 나서고 팀 닥터와 모라이스 감독도 중간 중간 바통을 들고 뛴다. 마지막 주자는 유벤투스에서는 호날두, 그리고 팀 K리그에서는 김태환이다. 호날두가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서는 모습, 그리고 김태환이 과연 스피드로 호날두와 경쟁할 수 있을까 대결하는 모습 정도는 보여줘야 초고가 입장권에 걸맞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이 정도는 해줘야 K리그가 들러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2. 캐논슛 콘테스트

K리그 올스타전이라면 당연히 캐논슛 콘테스트가 열려야 한다. 이기형과 김병지, 김남일, 유상철 등이 과거 K리그 올스타전에서 캐논슈터로 선정된 바 있다. 빈 골문을 향해 슈팅을 날리고 이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게 꽤 쫄깃쫄깃한 맛이 있다. 2001년 K리그 올스타전에서 골키퍼 김병지가 캐논슈터로 선정됐을 때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한 명씩 나와 슈팅을 할 때마다 환호성이 넘치고 측정 수치가 나올 때까지의 긴장감도 흥미롭다. 이 정도는 해줘야 40만 원짜리 티켓을 사 들어온 팬들을 위한 서비스 아닐까.

팀 K리그에서 제주 이창민이 먼저 등장한다. K리그 팬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온다. 그 다음 유벤투스에서는 미랄렘 퍄니치가 나와 슈팅을 날리고 바로 순서로는 대구FC 세징야가 등장한다. 유벤투스의 마지막 키커는 호날두다. 호날두가 공을 살포시 내려놓고 몇 걸음 뒤로 걸어가 크게 숨을 한 번 내쉬면 서울월드컵경기장 여기저기에서 환호가 터진다. 그리고 호날두가 날린 슈팅 속도가 잠시 뒤 전광판에 찍힌다. 이 정도는 해줘야 올스타전이다. 경기 도중 마르세유턴 몇 번 하고 코너 플래그 뽑아서 총 쏘는 시늉하면서 설렁설렁 뛴다고 올스타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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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우 세리머니 콘테스트

호날두가 주인공이 되는 K리그 올스타전은 별로 원치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호날두를 보러온 팬들도 많으니 이 정도 이벤트는 해야하지 않을까. 팬들 중 SNS 예심을 거쳐 호날두의 ‘호우 세리머니’ 본선 진출자를 뽑는다. 6세 어린 아이부터 70세 어르신까지 다양한 팬들이 본선에 진출한다. 그리고 하프타임을 이용해 ‘호우 세리머니 콘테스트’를 치른다. 물론 심사위원석에는 호날두가 앉아 있다. 전국의 ‘관종’이나 호날두 팬들이 호날두 앞에서 ‘호우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 몰려올 것이다.

한 명씩 등장해 호날두 앞에서 ‘호우 세리머니’를 하면 호날두가 진지하게 본 뒤 점수판을 든다. 안영민 장내 아나운서가 놀란 듯 말한다. “오, 10점이네요.” 호날두는 때론 익살스러운 참가자의 세리머니에 박장대소한다. 물론 K리그 선수 중에서도 참가자를 받으면 더 즐거울 것이다. 아마도 세징야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위를 한 참가자에게는 호날두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후반 10분 동안은 ‘물공’으로 경기를 하는 것도 추천한다. ‘대선배’ 앙리도 해봤으니 호날두도 이 즐거움을 한 번 느껴보면 좋을 것이다.

4. 복면가왕 이벤트

이 경기가 오로지 호날두와 유벤투스를 위한 경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기 시작 전부터 K리그를 위한 축제가 펼쳐져야 한다. 이제 막 관중이 들어차기 시작하고 선수들이 몸을 풀기 전에도 이벤트는 열려야 한다. 그라운드 가운데 작은 무대를 설치한 뒤 한 명이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그리고 그는 멋진 노래를 부른 뒤 진행자와 대화를 나눈다. 관중 사이에서는 “누구지? 누구지?”라며 궁금해 한다. 그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 뒤 다음 곡을 부른다. 1절이 끝나고 진행자가 “가면을 벗어주세요”라고 외치면 그는 뒤 돌아 가면을 벗은 뒤 2절을 시작한다. 강원FC 이광연이다.

이광연을 본 소녀팬들이 소리를 지른다. 여기저기에서 “와. 대박”이라며 탄성을 보낸다. 다음 참가자가 등장해 같은 방식으로 노래를 한다. 이 참가자는 별칭으로 ‘K리그 슈팅 햄찌’를 달고 나왔다. 사람들이 “저건 조영욱이네”라며 다들 예상 가능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 참가자가 노래를 부르고 가면을 벗자 관중은 놀란다. FC서울 박희성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K리그 팬들을 즐겁게 할 이벤트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경기는 유벤투스 팬들이 아닌 K리그 팬들이 우선되어야 하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5. K리그 선수들과 팬들의 식사

올스타전은 경기 하루 전 선수들이 소집된다. 이 시간을 그냥 보낼 게 아니라 K리그 선수들이 팬들과 보내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프로축구연맹에서는 선발된 K리그 선수들을 미리 공개한 뒤 이 선수가 팬들과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벤트를 펼쳐 응모한 이들 중에 선정하는 것도 좋다.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며 올 시즌 경기 이야기도 나누고 “우리팀에 누가 어디로 이적한대요”라는 뒷이야기도 전해주는 밀착형 이벤트가 필요하다. 이 정도는 해줘야 호날두와 유벤투스에만 집중하지 않은 경기가 될 수 있다.

호날두를 비롯한 유벤투스 선수들이 한국에 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K리그의 별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올 시즌 K리그 개막을 앞두고 동계 전지훈련에서 서울이랜드가 팬들을 부산 전지훈련장을 초대했던 이벤트가 인상 깊었다. 구단에서는 각 테이블별로 선수들과 팬들을 배치해 저녁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경기는 호날두와 유벤투스 팬들을 위한 경기이거나 신규 K리그 팬 유입을 위한 경기가 되기 이전에 지금껏 K리그를 사랑한 이들이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경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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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K리그 시즌권자 할인 혜택

도대체 이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스타전을 왜 계속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쉽게 말하자면 올스타전은 돈이 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티켓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호날두를 실제로 한 번 보고 싶은 팬들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기 싫어 이 경기를 예매한다. 이번 경기 티켓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15만 원으로 잡고 4만 명만 와도 입장 수익만 60억 원이다. 물론 이중에는 초대권도 많을 테니 정확한 집계는 아닐 수도 있다. 행사 대행사와 유벤투스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기가 분명 수십억 원의 이득이 생기는 경기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아무리 입장 수익이 중요해도 이번 올스타전 티켓 가격은 너무했다. 언제 또 볼지도 모르는 호날두와 유벤투스를 보기 위해서는 무리해서라도 지를 수 있는 가격일 수 있지만 K리그 팬들에게는 과연 이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경기인지 의문스럽다. 이게 정말 K리그 팬들을 위한 이벤트라면 K리그 시즌권자에게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이게 정말 신규팬 유입이 목적이라면 K리그 시즌권을 지금이라도 사는 이들을 포함해 할인 혜택 범위를 확장하면 어떨까.

7. K리그 팀별 데시벨 측정

과거 칼럼에서도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K리그 올스타전은 이제 K리그 팬들 모두를 위한 축제가 되기에는 어렵다. 서울과 수원 팬이 중부 올스타를 함께 응원하며 ‘절대감자 축구지존’을 외칠 수도 없고 포항과 울산 팬이 남부 올스타로 함께 묶여 ‘잘가세요’를 부를 수도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올스타전 무용론을 늘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올스타전을 통해 K리그 팬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이벤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 그래야 K리그가 호날두를 위한 들러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경기를 앞두고 이런 이색 대결을 해보는 거다. K리그 팀별로 환호성을 데시벨로 측정하는 이벤트다. “수원삼성 팬 여러분 소리 질러 주세요.” “자. 다음은 전북현대 팬들 함성 한 번 들어볼까요?” “요새 고생 많으시죠. 서울이랜드 팬분들 오셨으면 함성 발사.” 올스타전은 앞으로도 모든 K리그 팬들을 위한 축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왕 하게 된 거 이렇게 팬들의 목소리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면 내 주장도 조금은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딱히 데시벨 측정 콘테스트에서 1등을 했다고 상품을 주지 않아도 된다. 순위가 공개되면 알아서 팬들끼리 ‘락싸’나 ‘펨네’ ‘펨코’에서 이걸로 서열을 매길 것이다.

8. K리그2 선수들 선발

팀 K리그는 팬 투표를 통해 선발된 베스트11과 연맹 경기평가위원회에서 선발한 9명의 대기선수들로 구성된다. 팬 투표는 7월 8일부터 14일까지 별도 투표 페이지를 통해 이뤄진다. 4-3-3 포메이션 기준으로 11명의 선수를 선택할 수 있고 한 팀에서 최대 3명까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절반짜리 올스타전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팬투표를 통해 K리그1 선수들만 대거 뽑힐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K리그2 선수들은 승선 가능성이 극히 적다. 경기평가위원회에서 선발할 9명의 대기 선수들을 모두 K리그2에서 뽑는다고 해도 문제점이 있다.

팀별로 골고루 뽑으면 한 팀에서 두 명의 선수가 배출될 수 없다. 광주FC에서 엄원상과 펠리페가 함께 뽑히기도 어렵고 부산아이파크에서 이정협과 김문환, 이동준이 같이 뽑힐 수도 없다. 아산무궁화에서 오세훈과 주세종, 이명주가 같이 뽑히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 선수들을 다 뽑으면 안산그리너스나 FC안양, 전남드래곤즈에서는 올스타전을 아예 남의 잔치처럼 구경만 해야 한다. 적어도 K리그 모두를 위한 올스타전이라면 투표 방식에서부터 K리그2에 대한 배려를 해야한다. 김신욱과 조규성이 같이 뛰는 모습, 세징야의 패스를 받은 펠리페가 골을 넣는 모습도 보고싶다. 아, 일단 오는 27일에 K리그2 경기가 있는데 하루 전인 26일에 유벤투스전을 하는 것 자체가 K리그2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긴 하다.

9. 수건이랑 떡 정도는 돌리자

이렇게 비싼 입장료를 받는데 기념품 정도는 전관중에게 돌려야 하지 않을까. ‘2019년 유벤투스 방한 기념’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아주 올드한 수건도 하나씩 나눠주고 축제이니 시루떡도 팬들에게 돌리자. 비싼 돈 받아놓고 치르는 경기인데 이 정도 서비스하는 게 우리네 정 아닌가.

이 경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미 바르셀로나를 데려와 한 번 치욕적인 순간을 경험했던 K리그가 또 다시 비슷한 상황을 겪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또한 K리그 팬들을 위한 올스타전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아쉽다. 앞서 구성한 가상 시나리오 역시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칼럼을 통해 소설(?)을 쓴 건 앞으로는 K리그가 진짜 K리그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여름에도 공룡탈을 뒤집어 쓰고 포효하는 강원 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주 경기를 따라다니는 부부, “경남 느무 그칠다”를 외친 ‘제주 아재’ 같은 이들을 위한 ‘진짜 축제’가 펼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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