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울산에서 저 멀리 충청도 아산으로 축구를 하기 위해 넘어온 한 청년이 있다. 순박하게 생긴 그 청년은 '현재'라는 키워드와 어울리지 않았다. 아산도 울산도 박동혁 감독도 '미래'에 포커스를 더욱 맞추고 있었다. 그에게는 지금 당장의 활약보다 미래의 활약을 더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는 바로 울산현대에서 아산무궁화로 임대 이적해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오세훈이다.

요즘 오세훈은 바쁘다. U-20 대표팀이 해산하면 시간이 많을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 돌아온 덕분에 오세훈은 각종 행사와 스케줄로 빡빡하다.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오세훈을 <스포츠니어스>가 만났다. 예상 외로 오세훈은 밝은 표정으로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바쁜 사람 이렇게 붙잡아서 미안하다.

괜찮다. 조금 바쁘긴 하다. 살면서 이렇게 바쁜 적은 없었다.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오랜만에 아산에 돌아오니 굉장히 반가웠다. 살고 있는 원룸도 돌아오니 청소할 게 엄청 많더라. 게다가 폴란드에서 올 때 팬들 선물과 청와대에서 받은 선물 등이 많아 짐이 늘어났다. 이것저것 할 것도 많은데 짐 정리와 청소도 열심히 해야한다.

U-20 월드컵은 잘 봤다.

고맙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최고의 팀이었다. 정말 좋은 추억이었다. 가기 전에 박동혁 감독님이 "내가 1999년에 U-20 월드컵을 나갔는데 굉장히 아쉬웠다"면서 "너는 아쉬워하지 말고 마음껏 꿈을 펼쳐보라"고 응원해주셨다. 그래서 잘 준비해서 출전했다. 다들 대회 전에 죽음의 조라고 꼽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크게 그 이야기에 휩쓸리지도 않았다. 팀 내에서는 무조건 조 1위나 2위로 올라가자고 다짐했다. 내친 김에 3승도 하자고 다짐했다.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에서 패했지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예선 한 경기여서 졌다고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2차전 남아프리카 공화국과의 경기도 자신 있었는데 마침 비가 온다고 해서 더욱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비가 오면 더욱 고전한다고 하더라. 그 경기를 이기고 3차전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더욱 자신감이 붙었고 아르헨티나가 완벽한 주전을 기용하지 않아 더욱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승승장구 하면서 준우승까지 했다.

아직도 조별예선 끝난 순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한국을 잡은 포르투갈이 떨어진 것이다.

우리도 놀랐다. 아르헨티나전을 이기고 나서 씻기 전에 냉욕을 한다. 아이스 풀 안에서 회복을 하는 과정인데 그 풀 안에서 포르투갈의 탈락 소식을 들었다. 선수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아 진짜?'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또 씩 웃었다. '우리가 포르투갈보다 위'라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졌다.

16강전에서 일본을 만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 조별예선 때부터 일본을 만날 수 있다고 얘기했고 일본을 만나기를 원했다. 그래도 같은 아시아 팀이라 수월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본을 만나면 조금 더 승부욕을 불타 오르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일본에게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된다'고. 그래서 일본을 만났을 때 내심 자신 있었다.

일본전에서 당신은 결승골을 넣고 아산 박동혁 감독을 언급했다.

경기가 끝나고 방송사 인터뷰에 나섰는데 갑자기 그 질문을 받았다. 그 순간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했다. 부모님도 생각나고 울산 김도훈 감독님도 생각나고 아산 구단 직원들과 울산 구단 직원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박동혁 감독님의 공이 컸다. 내가 아산에 임대를 왔기 때문에 이렇게 활약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박동혁 감독님을 언급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박동혁 감독님은 대회 기간 중에 시간 날 때마다 '카톡'을 하셨다. '잘 하고 있다. 잘해서 유럽 진출도 한 번 하자'고 격려 많이 해주셨다. 박동혁 감독님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물론 내게는 울산 김도훈 감독님도 은사다. 그래서 한국 오자마자 연락 드렸다. 김도훈 감독님이 "수고했다. 정말 대단하다. 네가 역사를 썼다"라고 칭찬 하셨다. 나름 그 방송사 인터뷰 때는 정말 머릿속이 복잡했다.

근데 그거 아는가. 당신이 인터뷰 하는 그 시간에 박동혁 감독은 잠들었다.

에이, 그 때 박동혁 감독님은 P급 지도자 라이센스 교육 중이지 않았는가. 바쁘고 힘든 시간 중이니 당연히 경기 보다가 잠드실 수 있다. 이후 감독님께 또 카톡을 받았다. 인터뷰를 나중에 보시고 '소름 돋았다. 감동 받았다. 고맙다. 주변에서 연락 많이 온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세네갈전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현실로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TV를 보던 내 친구들은 VAR로 취소된 세네갈의 세 번째 골이 들어가자마자 TV를 끄고 잤다더라. 그런데 일어나니 우리나라가 이겼다고 해서 다들 깜짝 놀랐다고 했다.

당신이 넣은 골은 아니지만 이지솔의 골은 정말 소리를 지르게 했다.

아… 그래서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거다.

왜?

세네갈전을 경기 시작부터 전부 다 봤는가. 전반전 때 이지솔이 굉장히 부진했다. 막말로 이지솔이 '다 말아먹은' 경기였다. 그대로 우리나라가 졌다면 이지솔은 아마 역적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지솔이 말도 안되는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게다가 우리가 승부차기 끝에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그 동점골 넣고 이지솔 콧대가 하늘 끝까지 올라가 있더라.

그래서 내가 많이 구박했다. 결승전 마지막 순간까지 이지솔에게 "너 세네갈전 전반전을 생각해. 너 골 넣은 거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라고 주지시켰다. 진짜 이지솔은 역적이 될 뻔 했지만 마지막에 그 한 골로 자신의 모든 이미지를 덮어버린 거다. 하하.

세네갈전 승부차기에서 자신의 실축을 덮으려고 이지솔을 팔아먹는 것 아닌가.

그런 것 아니다. 내가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는 순간 '아…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승부차기 같은 상황에서 실축하면 진짜 '큰일났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 때는 안그렇더라. 8강도 나름 좋은 성적이니까. 나중에 알고보니 팀 동료들도 나와 함께 '졌잘싸'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심판이 VAR 판독을 하더니 세네갈 골키퍼에게 경고를 주고 다시 차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다시 기회를 얻으니 자신감이 붙었다. '어차피 넣어도 본전이고 또 못 넣으면 욕 좀 먹으면 된다'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것 가운데로 강하게 차려고 생각했다. 마침 그 때 골키퍼 이광연이 내게 공을 갖다 주면서 "세훈아, 가운데로 차"라고 하더라. 이후 가운데로 차서 다시 득점에 성공했고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솔직히 당신의 실축보다 김정민의 실축이 더 안타까웠다. 워낙 많은 비판을 받지 않았는가.

맞다. 팀 내부에서 (김)정민이는 그런 것에 대해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애써 침착하려고 하더라. 그런 것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게다가 미안했다. 사실 김정민이 실수했던 이유가 있다. 우리가 공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공 터치 수가 많아지다보니 뺏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안한 감정이 많이 들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정민에게는 여러가지 많은 위로를 해줬다. "욕 하는 사람들은 전혀 신경쓰지 말라"면서 "욕 하는 사람들은 네가 실수한 상황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너를 꾸준히 봐왔던 사람들이나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사람들은 네게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좋은 평가를 해줄 것이다"라고 토닥였다.

김정민 뿐 아니라 이규혁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 사실 이규혁이 경기에 뛰지 못하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출전 기회가 없으니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출전을 못하는 것에 실망하는 티도 내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위해 격려도 많이 해줬다. 주전 선수들이 비주전 선수들의 마음을 걱정하지 않도록 파이팅을 크게 외쳐줬다.

그래서 열심히 뛰었나? 정말 최전방에서 이리저리 고생 많았다.

솔직히 U-20 월드컵에서 상대한 수비수들은 생각보다 쉬웠다. K리그2의 나이 많은 베테랑 형들을 상대하다가 우리 또래와 하니 훨씬 낫더라. 그 친구들은 노련함이 없다. 속칭 '짬'이 없다. K리그2의 수비수 형들이 더욱 경험 많고 투지 넘친다.

정말로 내게는 K리그2 출전 경험이 U-20 월드컵에 엄청나게 도움 됐다고 말할 수 있다. 경기 출전 경험이 많다는 것은 중요하다. R리그 출전과는 또 다른 것이다. 관중과 경기장 분위기에 따라서 그라운드 안에 여러가지 상황이 많이 나온다. 이것을 충분히 경험하고 U-20 월드컵에 갔기 때문에 그나마 수비수들을 상대로 수월했다.

체력은 힘들지 않았나. 세계 대회에서 결승전까지 소화한 것은 처음일텐데.

체력적으로는 다들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 한 경기를 승리하고 '이겨냈다'라는 생각을 하니까 체력이 생기더라. 코칭스태프 선생님들이 미리 체력을 대비한 훈련을 시켜줬고 체리 주스도 마셨다. 개인적으로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울산 유스 시절 훈련을 굉장히 힘들게 했다. 그곳에서 힘들게 버텨온 것이 폴란드에서 도움이 되더라. 다른 유스들은 힘들어했다. 하하. 울산의 유스 시스템이 이 정도다.

'울부심'이 넘친다.

맞다. 나와 최준, 김현우는 울산 자부심이 크다. 선수들끼리 고등학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울산이니까. 한 번은 골키퍼 이광연이 "우리 통진고등학교가 결승 갔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아 그렇구나~ 우리는 왕중왕전 우승 팀이야"라고 한 마디 간단히 해줬다. 그런데 여기서 꼭 껴드는 사람이 전세진이다. 전세진은 매탄중과 매탄고를 나온 수원 유스 아닌가. 우리가 수원 유스에 좀 고전했는데 전세진은 항상 "울산 유스는 수원 밑이다"라고 한다.

'빛'광연을 디스하다니…

걔는 좀 갈구고 정신 차리게 해야한다. 확실히 '스타병' 걸렸다. 빛광연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때부터 그런 것 같다. 자기도 그 별명을 인정하더라. 이광연이 실점 상황이나 승부차기 실축 상황에도 막 웃고 그러지 않는가. 그거 다 카메라 의식하는 거다. 카메라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 그렇게 웃는 거다. 이 이야기는 꼭 당신의 독자들이 알아야 한다.

게다가 결승전을 앞두고 유독 이광연이 의욕을 불태우더라. 밥 먹으면서 물어보니까 골든글러브(최우수 골키퍼)를 탐내고 있더라. 우승하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더라. 당시에 이강인의 골든볼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던 것을 우리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강인이가 골든볼 받으면 네 골든글러브는 힘들지 않을까? 한 팀에 수상자 두 명 나오기 어렵대"라고 하니까 그걸 또 인터넷에서 찾아서 "두 명도 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하더라.

그래서 나와 김현우가 "김칫국 좀 그만 마셔라. 너 그러다 골 먹는다"라고 했다. 결승전 끝나고 이광연을 많이 놀렸다. "네가 그렇게 김칫국 마시고 다니니까 세 골 먹었지"라고 했다. 이광연이 이 부분에서는 자기도 인정하더라. 이광연도 김칫국 시원하게 한 사발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평소 이광연이 자기가 '예산의 아들'이라고 굉장히 자랑하는데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면 예산군수도 도전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이광연이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다. 정말 착하다. 그래서 내가 놀리는 것이다. 이광연이 놀리기 제일 좋다. 공교롭게도 나와 이광연은 포지션이 극과 극이다. 나는 최전방이고 이광연은 최후방이다. 그래서 경기장 안팎에서 서로 '디스'를 많이 한다. 나는 "네가 막았어야 이긴다"라고 말하고 걔는 "네가 넣었어야 이긴다"라고 받아친다. 지금 (이)광연이가 '스타병'에 좀 걸렸다. 내가 좀 더 구박해서 질병 깔끔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광연은 그래도 우리 '강인이 형'은 좀 잘해줘라.

진짜 이광연과 이강인이 팀 내에서 말이 제일 많았다. 둘이 함께 앉혀 놓으면 시끄러워 죽는다. 광연이는 좀 웃기려고 말하는 건데 이강인은 누군가를 웃기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자기 생각대로 계속 말을 내뱉는다. '필터링'이 없다. 게다가 이강인은 막내 아닌가. 그렇게 말하는데 안들어줄 수도 없고.

(이)강인이가 스페인에서 살다 와서 한국말이 어눌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말 정말 잘한다. 문제는 고급진 어휘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딱 '급식 말투'다. 그 말투를 코칭스태프 앞에서도 막 쓴다. 그래도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가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셨다. 이해하시는 것 같았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많은 미디어나 사람들이 강인이를 굉장히 강한 이미지로 보는 것 같아 신기할 때가 있다. 내가 볼 때 강인이는 어리다. 그냥 어리다. 일부 선수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농담 삼아 '강인이 형' 하는데 나는 저 애기에게 차마 형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와 두 살 차이다. 그렇다고 후배로 대하지도 않았다. 팀 동료라고 생각했다. 내가 골 넣을 때 도움 받은 것도 있어서 강인이에게는 밥 한 번 사야할 것 같다.

얼마 전에 K리그 U-20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그 때 이강인이 누나를 소개 시켜주고 싶은 동료에 대해 "다들 비정상이다"라고 한 것에 대해 질문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도 "이강인도 비정상"이라고 폭로했다. 그러자 이강인에게 카톡이 왔다. '이게 말이 돼? 이건 좀 아니지 않아?' 내가 분명 이강인의 발언에 대해 응징하겠다고 했는데 살짝 이해를 못했나보다.

강인이를 어리다고 계속 말했지만 그래도 강인이 크로스는 질이 다르다. 아르헨티나전 골도 이강인이 알아서 크로스를 갖다줬고 나는 그냥 머리만 갖다댄 것이다. 공이 왔기에 그저 고개를 숙였을 뿐이다. 크로스 맛집이다. 강인이는 정말 좋은 선수다. 이강인은 나를 두 가지로 부른다. 때로는 형이라고 부르고 내 별명이 오바마인데 "바마! 바마!" 이럴 때도 있다. 버릇 없어도 괜찮다. 하하.

'방귀대장 뿡뿡이' 김현우는 어떤가.

워낙 친한 친구다. 2011년 11월, 초등학교 6학년 때 울산 유스로 들어오면서 처음 만났다. 거의 8년을 함께한 셈이다. 지겨울 법 한데 그만큼 편하다. 서로 비밀이 없다. 내 흑역사를 김현우가 아마 다 알 거다. 굉장히 개그 코드가 잘 맞는다. 내가 말을 하면 김현우가 웃고 김현우가 말하면 내가 웃는다. 그래서 팀 동료들도 김현우에게 "오세훈이 말만 하면 쟤는 웃는다"라고 뭐라고 한다. 김현우가 내게는 '웃음벨'인 셈이다.

방귀 가지고 타박은 했지만 이번 월드컵 때 김현우와 룸메이트를 하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우리 대표팀은 룸메이트를 정할 때 코칭스태프에게 먼저 같이 쓰고 싶은 사람을 말하면 코칭스태프가 조율을 해서 방을 배정한다. 나는 김현우와 쓰고 싶다고 말씀 드렸고 김현우 역시 그랬던 것 같더라. 그런데 진짜 그 방귀는 내게 타격이 컸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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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 축구만 하고 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쉴 때는 무엇을 했는가?

게임기로 축구 게임을 많이 했다. 다들 한 판씩은 했다. 또래라서 실력도 비슷비슷하다. 한 번 이기면 한 번 지고 그런다. 다들 승부욕이 강해서 게임에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골 넣으면 소리 막 지르고 골 먹은 사람 놀리면 표정이 굉장히 안좋아진다. 나는 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플레이 했다. 내가 배워야 할 선수인 루카쿠가 거기 있어서 주로 맨유로 한다.

U-20 대표팀 선수들이 다들 재밌는 것 같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주장 (황)태현이 형과 전세진은 진짜 재미없다. 태현이 형은 주장으로 리더십이 대단한 형이다. 형 노릇도 많이 하고 자신의 몫 뿐 아니라 주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도 정말 잘한다. 축구 잘하고 많이 가르쳐준다. 다만 매사에 진지한 것이 문제다. 요즘 말로 '진지충'이라고 하지 않나. 태현이 형이 딱 그런 스타일이다. 미디어데이에서도 다들 장난 치면서 농담 하는데 혼자 진지하게 인터뷰 하더라. 자기도 진지한 스타일인 걸 인정한다.

전세진은 정말 재미없다. 조영욱이 "(전)세진이는 여자와 연락을 하기 시작하면 그 여자가 떠난다. 그 정도로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라는 것에 적극 공감한다. 항상 아재 개그를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하도 많이 들어서 어떤 아재 개그를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게다가 요즘은 전세진이 내게 아재 개그를 하려고 하면 내가 한 대 때리려고 할 정도다.

그래도 전세진은 놀릴 것이 있지 않은가. 런과 턴…

우리도 팬들께서 지어주신 전세진의 별명 가지고 많이 놀렸다. U-20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유럽 진출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는가. 결승전 끝나고 우리가 전세진에게 슬쩍 물어봤다. "혹시 런?" 그러니까 전세진이 "아니라고" 하면서 엄청 짜증냈다. 지금은 곱게 '턴'할 것 같다.

당신 인기도 정말 폭발하고 있다. 실감하는가?

물론이다. 내가 SNS를 하지 않은가. 사실 내 스마트폰에 알림이 잘 뜨지 않아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전에 골을 넣고 나니 SNS 팔로워 수가 엄청 늘어났다. 이후 조금씩 늘어나다가 일본전에 골을 넣고 또 한 번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서울에서 길을 걸어가는데 한 할아버지께서 "오세훈 선수 아닌가?"라고 물어보시길래 90도로 인사하면서 "예, 오세훈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라고 말씀 드렸다. 팬들의 댓글이나 응원은 항상 신경쓰면서 보고 있다. 팬들이 응원해주시는 거라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다.

그 중에는 악플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있다. 꼭 하나씩 악플이 있더라. 귀엽게 읽고 있다.

귀엽다고?

그렇다. 악플에 대해서 딱히 두려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귀엽게 보고 있다. 상상해보라. 악플을 다는 사람이 어떤 자세로 어떻게 댓글을 달고 있을지. 나는 악플을 보면서 그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악플을 달고 있을지 상상한다. 그러면 귀엽게 느껴진다.

결국 U-20 월드컵은 준우승이라는 역사를 쓰고 마무리했다.

아쉬웠지만 우리는 세계 2위다. 결승전의 패배자가 아니라 세계 2위다. 역사를 썼다고 생각해서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

귀국 후 곧바로 환영 행사 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피곤하지는 않나?

솔직히 피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하. 그래도 우리를 환영하는 행사니까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피곤했다. 그래도 정말 감사했다. 환영행사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오셨다. 그 분들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겼다.

그리고 청와대도 입성했다.

와… 정말 좋았다. 사실 월드컵 중에 청와대 방문에 대한 기대를 살짝 했다. 우리가 승승장구 하면서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문재인 대통령님이 응원도 해주시니 "우리 잘하면 청와대 가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는 조금 했다. 그게 또 열심히 뛸 수 있는 동기부여 중 하나였다. 그런데 진짜 청와대를 가게 됐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선수들 대부분이 소리 지르면서 환호했다.

살면서 청와대 한 번 못가본 사람이 많지 않은가. 영광이었다. 그런데 긴장도 많이 했다. 다들 내게 "청와대 밥 맛있는가"라고 묻는데 나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잘 모를 정도였다. 하필 내 테이블에 이광연과 황태현, 엄원상이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차범근 감독이 있었다. 우리 넷 빼고는 다들 신났다. 네 명은 긴장되어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청와대 밥이 질은 엄청 좋다.

청와대에서는 식사 전에 다같이 모여 우리 골 영상을 같이 본 것이 기억에 남는다. 골 넣을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모두가 박수를 쳤다. 나도 골 영상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소름이 돋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께서 한일전에서 내가 넣은 골에 더 크게 박수를 치는 것 같더라.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나도 흡족한 표정으로 보면서 '아… 내가 봐도 잘 넣었다'라고 생각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청와대에서 보낸 시간은 굉장한 부담이자 굉장한 영광이었다. 하필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이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특히 청와대 방문 기념으로 받은 봉황시계는 평생 간직할 가보다. 주변에서 "그거 못받고 죽는 사람도 많다"라며 부러워 하더라.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누가 억만금을 주고 판다고 해도 절대 안팔 거다.

임대 신분이라 아산과 울산 구단 행사를 동시에 다니더라. 그것도 피곤할 것 같다.

두 팀의 행사를 다닌다고 특별히 더 피곤하지는 않다. 걱정 안해도 된다. 지금 내게는 매 순간이 감사하다. 이렇게 빡빡한 스케줄이 기다리는 선수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다. 그리고 재밌다. 소중한 경험이다. 일단 팬들과 함께하는 그 시간들이 정말 재밌고 나름 '높으신 분'들과 식사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영광스럽고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높으신 분들 중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울산시장, 아산시장, 프로축구연맹 총재 등을 만났다. 특히 아산 오세현 시장은 나와 이름이 비슷해서 내게 가문을 물어보시더라. 내가 "해주 오씨"라고 대답하니 자신도 같은 가문이라고 반가워 하셨다. 알고보니 '세' 돌림자가 같은 항렬이더라. 아산시장님이 나보고 "형제 뻘"이라고 하더라. 내가 항렬 같은 것을 잘 몰라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재미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은 어떻게 제의가 왔는가?

솔직히 안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절대 안한다"라고 했다. 그런데 작가님께 연락이 많이 왔다. 물론 작가님께 전화가 왔다고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만일 연락 받았을 때 혼자 있었으면 정중하게 거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섭외 전화를 받을 때 옆에 김현우가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을 보면 이광연과 황태현, 그리고 울산 유스 3인방이다. 최준과 김현우, 그리고 나다. 우리 셋은 같은 울산 유스 출신이니까 묶인 것 같더라. 한 명이라도 빠지면 우리는 컨셉이 좀 애매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김현우가 나한테 "세훈아, 진짜 간절하다. 내가 무릎이라도 꿇을게. 나가서 같이 하자"라고 하더라. 김현우가 월드컵 갔다오더니 인지도 한 번 확 끌어 올리려는 욕심이 생긴 것 같더라.

결국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김현우가 다음 날이 되니까 또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괜히 하겠다고 했나? 위험한 발언 하면 어떻게 하지?"라면서 고민하더라. 그래서 한 대 쥐어박았다. 어쨌든 우리는 조만간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예정이다. 아직 녹화는 하지 않았고 작가님들과 사전 인터뷰만 했다. 예능감 없는 선수들끼리 하는 것이라 걱정 많이 된다. 위험한 질문도 받을 것 같아 고민된다.

대학생인 최준은 '과팅' 이야기 하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오를 수도 있겠다.

글쎄, 잘 모르겠다. 하하. 최준이 내게 대학교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 얘기는 해줬다. 대학교에 가면 술자리가 많다고 하더라. 그래서 걔가 주량이 늘었나…

나는 원래 술을 안마신다. 사실 마셔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U-20 월드컵 끝나고 한국에서 회식 하면서 처음 술을 마셔봤다. 회식하면서 '민증' 있는 성인들은 따로 모여있었다. 그 자리에서 맥주를 처음 마셔봤다. 술을 권하기에 나는 "아 진짜 싫어, 안마셔" 했는데 동료들이 "야, 그래도 한 잔 먹어봐"라고 하도 구박해서 마시게 됐다.

첫 맥주의 느낌은 너무나 썼다. 맛도 없다. 유리잔에 한 잔 가득 따라 마신 것도 아니고 정말 콩알만큼 따라서 마셨는데도 그랬다. 마시고 나서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더라. 그 모습을 보고 동료들이 "그거 가지고 왜 그러느냐"라고 구박했다. 김현우는 한 술 더 떠서 "오버하지 마"라고 하더라.

솔직하게 물어보겠다. 일부 팬들은 당신들의 방송 출연에 대해 "콧대 높아진다"라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런 걱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방송에 몇 번 나갔다고 "발랑 까졌다"라는 소리는 정말 듣고 싶지 않다. 매사에 감사하고 겸손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살고 있는 모든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많은 분들께서 애정을 가지고 바라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이제 아산 이야기를 하자. 당신의 소속팀 아닌가.

그렇다. 아산은 절대 잊지 못할 팀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아산에 임대를 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지 잘 모르겠다.

소속팀에 돌아오니 동료들이 반겨주던가.

U-20 대표팀 동료들과 헤어진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 그래서 하루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산도 그만큼 좋은 곳이다. 내가 아산에서는 막내다. 막내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좋다. 형들이 많이 예뻐해준다. 김도혁이나 고무열 같은 형들이 월드컵 가기 전에도 조언을 많이 해줬다. 돌아오니 다들 "스타 왔다"라고 놀리더라. 특히 (임)창균이 형이 "너 뭐냐? 와… 스타 왔네. 어깨 낮춰라"고 하셔서 겸손하게 살고 있다. 하하.

누가 제일 잘해주는가?

아… 이런 거 선택 잘해야 하는데. 말 잘 못하면 형들이 서운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한 명 꼽자면 김도혁을 꼽고 싶다. 내가 말이 없는 편이라 아산에 처음 합류했을 때 좀 어색한 면이 있었다. 그 때 (김)도혁이 형이 밥 먹을 때 일부러 내 옆에 와서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해주셨다. 어색하지 말라고 일부러 다가와 주신 거다. 그 뿐만이 아니다. 조언도 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셨다. 그래서 내가 남아공전에 첫 선발로 뛰기 직전 도혁이 형에게 연락해서 어떤 식으로 뛰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잠깐, 김도혁은 월드컵 경험이 없다.

맞다. 하지만 도혁이 형은 내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믿고 물어봤다. 그러자 도혁이 형이 "너는 여유 있게 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래서 힘을 얻고 더 잘 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김도혁이 U-20 대회 기간에 오세훈과 제일 친한 선수로 방송사 인터뷰도 했다"라고 귀띔했다.) 도혁이 형은 정말 최고다. 독보적인 캐릭터다. 도혁이 형이 나에 대해서 무엇을 해도 나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로 인해 도혁이 형이 방송 인터뷰도 더 많이 하고 긍정적으로 이름이 알려지면 내 입장에서는 더욱 기쁠 것 같다. 어쨌든 도움을 드리는 거니까.

정말 아산 임대는 '신의 한 수'인 것 같다.

지난 시즌에 울산에서 내가 경기 출전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임대를 통해 경험을 쌓기 원했다. 마침 그 때 아산 박동혁 감독님이 나를 원하셨다. 박 감독님은 예전에 울산 스카우트여서 몇 번 뵌 적이 있었다. 그 분이 시즌 시작 전에 울산 구단에 찾아오셔서 나를 굉장히 원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 분께 신뢰를 느껴서 아산에 오게 됐다. 나도 임대 이후 좋은 성적을 거뒀고 팀에도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훈련 환경을 갖춘 울산에서 신생 팀인 아산으로 임대 가는 것에 대해 걱정을 좀 하셨다. 하지만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밥이나 숙소 등도 잘 해결했다. 아산에서는 자취를 하고 있다. 그동안 계속해서 숙소 생활을 하면서 말동무 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자취는 또 다르더라. 다른 매력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자취를 하니 오전에 스케줄이 없다는 것이 제일 편했다. 빨래나 청소는 어릴 때부터 해서 별 문제는 없었다.

자취 로망이 있었던 것인가.

딱히 로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산에 임대로 와서 자취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하하. 처음에는 아버지가 "같이 와서 살까? 아산에 새로 직장을 구해볼까?"라고 하셨는데 오시지 말라고 말씀 드렸다. 내가 부모님과 사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나 만의 생활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집 알아보러 부동산에 갈 때 정말 신나고 좋았다.

단지 부모님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있다. 내가 인천에서 태어난 이후 울산 유스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으로 숙소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부모님께서 작년에 울산으로 이사 오셨다. 부모님이 울산으로 이사하고 나서 굉장히 좋아하셨다. 경상도 출신이라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서 좋아하셨다. 그리고 아들과도 얼굴을 더욱 자주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내가 1년 만에 아산으로 와버렸다. 그 부분은 마음이 쓰이더라.

지금도 혼자 사는 것에 대해서는 대만족하고 있다.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집이 굉장히 조용하다. 그래서 더욱 좋다. 내 성격이 좀 그렇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속칭 '도 닦는' 스타일이다. 혼자서 그냥 스마트폰으로 축구 영상이나 전술 공부 하면서 자기계발도 하고 콘솔로 축구 게임도 많이 한다. 이 생활이 나는 만족스럽다.

이제 당신은 아산과 K리그2에서 다시 뛰어야 한다.

맞다. 나는 U-20 월드컵을 갔다와서 많은 경험치를 얻었고 그 덕분에 많은 성장을 했다. 물론 나는 아직 더 성장해야 한다. 아산은 나를 계속 성장시켜줄 수 있는 팀이다. 나는 여기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러니 아산에서 뛰면서 축구 붐을 일으키고 싶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K리그와 K리그2에서 계속해서 월드컵 못지 않은 뜨거운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

그런데 아산이 또 올해를 마지막으로 생존 위기에 놓였다. 걱정 많겠다.

걱정 안할 수 없다. 물론 나는 임대생 신분이기 때문에 올 시즌이 끝나면 복귀해야 하는 신분이다. 하지만 아산은 내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팀이다. 이 팀에 오면서 나는 한 단계 이상 성장했고 영광스러운 순간도 누릴 수 있었다. 누군가 내게 U-20 월드컵을 추억하라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아산이라는 팀도 따라서 추억할 것이다. 그런데 이 팀이 없어진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 많은 분들께 '제발' 아산이 계속해서 시민구단으로 K리그의 일원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오세훈은 여전히 바쁘다. 아마 그가 온전히 축구선수의 삶을 다시 살기 위해서는 제법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세훈은 자신이 축구선수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오세훈은 복귀 후 훈련도 많이 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전시티즌과의 경기에 교체 투입되어 약 35분을 뛰었다. 자신의 가치가 제대로 드러나는 곳은 그라운드 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세훈은 지금의 시간이 굉장히 소중하다. 몸은 피곤할 수 있어도 즐기고 있었다. 모두가 그를 원하고 있을 때 그는 기꺼이 모두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지금의 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그라운드 안에서도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가 인터뷰 중 계속해서 말했던 것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겸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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